北 새로운 외교라인 윤곽...김여정 다시 '그림자 속으로'

2019-04-29 15:33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 북한의 대남·대미 외교라인이 대폭 물갈이된 정황이 드러났다. 그동안 북미 협상을 주도했던 통일전선부에서 무게 중심이 외무성으로 옮겨갔다는 전망이 나온다. 

외교라인에서 가장 눈에 띈 변화는 통일전선부장이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에서 장금철 조선 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위원으로 전격 교체된 점이다. 

그동안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을 진두지휘하며 백악관에도 두 차례나 방문한 김영철 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인사는 하노이 회담 결렬이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대남 민간 교류 관련 업무를 담당했던 장금철 부장의 기용은 남북 민간교류 활성화를 위함이 아니냐는 낙관론도 제기됐으나, 남측 국정원·미측 CIA와 카운터파트인 통일전선부의 '임시 폐업'은 우리 정부의 정보라인에 대한 불신 표시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29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역대 통전부장 중에 (장금철같이) 거물 아닌 사람이 자리에 오른 건 처음"이라면서 "원래대로라면 맹경일 통전부 부부장이 후임이 됐어야 했지만, 이번 인사는 오히려 한국에 대한 강한 불만을 드러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의 '대미협상 사령탑'인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9일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확대회의에 참석하며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에도 '건재'를 과시했다. 조선중앙TV가 10일 공개한 회의 모습. 2019.4.10 [연합뉴스]

특히 이번 북측의 외교라인의 무게 중심이 외무성으로 집중된 정황이 눈에 띈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의 카운터파트인 김혁철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가 외교무대에서 사라지고,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제1부상으로 승진하며 중심부를 차지했다. 

최선희 제1부상은 이번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방러 일정에서도 자신의 직급보다 높은 리용호 외무상을 제치고 김정은 전용차 옆자리에 탑승해, 자신이 실질적인 북한 외교라인의 '실세'임을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동안 외교 전면전에 나서 왔던 김정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당 제1부부장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점도 눈길을 끈다.

그동안 사실상 김정은 위원장의 수행비서 역할을 해왔던 김여정 제1부부장은 러시아 일정에도 동행하지 않고, 복귀 환영식에서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에 김여정 제1부부장이 다시 서기실 내에서 '그림자 수행'을 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정보를 파악 중이라는 입장이다. 이유진 통일부 부대변인은 지난 26일 “김여정 부부장의 동정과 관련해서는 제가 지금 가지고 있는 정보는 없다"며 "조금 더 면밀히 지켜보도록 하겠다"고만 밝혔다. 

북한의 이같은 외교라인 재정비는 미국에 보여주기 조치라는 시각도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을 북미대화에서 배제할 것을 요구한 것처럼 자신들도 김영철 제1부부장을 포함한 전체 실무라인을 조정했다는 점을 보여줬다는 해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