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등 235곳, 대행업체와 짜고 미세먼지 배출조작...갑·을 관계 공모
2019-04-17 13:59
LG화학 여수화치공장, 특정대기유해물질 배출 기준치 173배 이상 초과 "이상 없다"
LG화학ㆍ한화케미칼 등 광주·전남 사업장 235곳 적발
전국 '대기 분야 측정대행업체 관리실태' 감사 결과, 5월 발표
LG화학ㆍ한화케미칼 등 광주·전남 사업장 235곳 적발
전국 '대기 분야 측정대행업체 관리실태' 감사 결과, 5월 발표
LG화학, 한화케미칼 등 광주·전남 지역 사업장 235곳이 대기오염물질 측정대행업체와 짜고 미세먼지 배출을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LG화학 여수화치공장의 경우 특정대기유해물질 배출 기준치를 173배 이상 초과했지만 이상이 없다고 조작했다. LG화학은 사과문을 통해 관련 생산시설을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최근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 발령 등 정부와 국민이 미세먼지 줄이기에 동참하고 있는 가운데 이 같은 공모 사실이 밝혀져 충격적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배출사업장이 측정대행업체에 수주를 주는 갑과 을의 관계에 놓여 있다 보니 조작은 이미 오래전부터 자행됐고, 이를 방치해 왔던 정부도 책임을 회피하기 어렵게 됐다.
정부는 광주·전남 지역에 이어 전국 측정대행업체와 화학공장 전반을 대상으로 미세먼지 배출 조작 여부 등 고강도 조사를 벌여 5월 실태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측정대행업체 4곳은 지구환경공사, 정우엔텍연구소, 동부그린환경, 에어릭스다. 이들과 공모한 배출사업장은 LG화학 여수화치공장, 한화케미칼 여수 1·2·3공장, 에스엔엔씨, 대한시멘트 광양태인공장, 남해환경, 쌍우아스콘 등 6곳을 포함, 총 235곳이다.
대행업체 4곳은 측정을 의뢰한 235개 사업장에 대해 2015년부터 4년간 대기오염물질 측정값을 축소해 조작하거나 실제로 측정하지도 않고 허위 성적서를 발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환경청은 지난 15일 이들 4곳 대행업체와 6곳 배출업체를 기소 의견으로 광주지방검찰청 순천지청에 송치했다. 나머지 배출업체에 대해서는 현재 보강수사를 진행 중이다. 수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추가로 검찰에 송치할 계획이다.
환경청에 따르면 대행업체 4곳은 이들 사업장으로부터 측정을 의뢰받아 2015년부터 4년간 총 1만3096건의 대기오염도 측정 기록부를 조작하거나 허위로 발급했다.
대행업체의 대기측정 기록부를 조사한 결과 직원 1명이 같은 시간대에 여러 장소에서 측정한 것으로 기록한 8843건은 실제 측정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 4253건은 먼지, 황산화물, 질소산화물 등 대기오염 물질을 분석한 결과 측정값을 실제 배출 농도의 33.6% 수준으로 축소하는 방식으로 조작했다.
예컨대 먼지의 경우 실제 측정값 평균은 54.3ppm이었지만 조작값 평균을 11.8ppm으로 잡아 21.7% 수준으로 낮게 잡았다.
사업장들은 대기기본배출 부과금을 면제받기 위해 법적 기준인 30% 미만으로 조작했다는 게 환경청의 설명이다.
한 배출업체와 측정대행업체가 공모하는 과정에서 주고 받은 카카오톡 메시지 내용도 밝혀졌다. 측정대행업체 직원이 '메일로 보내주신 날짜와 농도로 만들어 보내드리면 되나요?'라고 묻자, 배출업체 직원은 "탄화수소 성적서 발행은 50언더로 다 맞춰주세요"라고 답했다. 특정 기간 수치도 조작해 달라고 부탁하는 메시지도 있었다.
한편 LG화학은 이날 "모든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하겠다"며 "관련 생산시설을 폐쇄하기로 결정했다"는 내용의 사과문을 냈다. LG화학의 경우 여수화치공장을 비롯, 청주, 오창, 울산 등 9곳 생산공장에 대한 조사도 불가피해졌다.
환경부는 "이번 광주·전남 지역의 적발 사례는 빙산의 일각일 것으로 본다"며 "올해 2월부터 실시 중인 감사원의 '대기 분야 측정대행업체 관리실태' 감사 결과와 전국 일제 점검 등을 통해 불법행위를 근절할 수 있는 종합개선방안을 5월까지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