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다시 연기해 달라"…메이, 노동당 손잡고 최후 승부수

2019-04-03 09:08
"코빈 대표와 만나 합의안 찾을 것"…소프트 브렉시트 관련 논의할 듯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2일(이하 현지시간) 브렉시트 추가 연기를 유럽연합(EU)에 요청하기로 결정했다고 로이터통신 등 외신이 이날 전했다.

메이 총리는 이날 성명을 발표해 제1야당인 노동당과 손을 잡고 해결책을 찾아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합의안 통과가 번번히 의회에서 좌절된 상황에서 여당이 야당과의 정치적 연대를 통해 출구를 찾겠다는 계획이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추가연기는 메이 총리의 마지막 승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영국은 지난 2016년 EU탈퇴 여부를 결정하는 국민투표를 통해 올해 3월 29일 EU탈퇴 예정이었다. 그러나 영국 정부와 EU가 합의한 브렉시트안은 3차례의 시도에도 불구하고 모두 부결됐다. 결국 지난달 영국은 EU에 요청해 탈퇴시점을 4월 12일로 미뤘다. 그러나 이후 의회 투표에서도 탈퇴합의안은 부결됐다.

앞서 EU는 합의안이 통과될 경우에만 브렉시트를 5월 22일로 연기하는 것을 허용했다. 영국의 입장에는 아무런 합의없이 EU를 떠나는 '노딜 브렉시트' 혹은 유럽의회 선거 참여 2가지 선택지만 남은 것이다.

결국 메이 총리는 부랴부랴 추가 연기를 꺼내들었다. 탈퇴합의안을 또다시 5월 22일 전까지 통과시키겠다는 것이다. 다만 유럽의회 선거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결국 합의안이 있는 질서있는 브렉시트를 위한 시간을 더 달라는 것이다. 추가 연기는 가능한 한 단기가 될 것이며, 합의안이 통과될 때 바로 종료될 것이라고 메이 총리는 밝혔다.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는 대화 제안에 환영의 뜻을 밝혔다. 코빈 대표와 노동당은 영국이 EU를 탈퇴하더라도 관세동맹·단일시장 내 머물면서 EU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야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메이 총리는 관세동맹과 단일시장에서 모두 나온다는 '하드 브렉시트' 입장이었다. 때문에 이번 대화 제의는 메이 총리가 어느 정도 양보할 용의가 있다는 입장의 표현일 수 있다고 외신은 전했다. 

메이 총리는 코빈 대표와 합의안을 찾을 경우 의회 승인을 거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의회에서는 브렉시트 강경론자들의 반발에 부딪히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들은 앞서 영국 정부가 내놓은 브렉시트 합의안 역시 EU의 영향력이 여전히 남아있다는 이유로 반대했던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보수당 의원들의 절반이상은 노딜 브렉시트를 지지하고 있다. 

보수당 내 강경 브렉시트 진영의 대표주자인 제이콥 리스-모그 의원은 기자들에게 "이번 제안은 매우 불만족스러우며 영국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다"며 "국민투표의 결과를 무시하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또다른 브렉시트 지지자인 보리스 존슨 전 외무부 장관은 "노동당에 대한 양보는 국민투표의 결과를 배신하는 것이며, 영국은 EU릍 탈퇴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EU의 규칙을 지켜야할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로이터통신은 "메이 총리의 제안은 EU에 부정적인 보수당에 균열을 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메이 총리는 만약 코빈 대표와 합의점을 찾지 못할 경우 내각은 향후 EU와의 관계에 대한 몇가지 옵션들을 제안할 것이라며, 하원 투표에 부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정부는 의회의 결정에 따를 준비가 돼있다"라고 강조했다. 

메이 총리의 추가 연기가 받아들여질 지는 불투명하다. 당초 합의한 연기시한을 넘어선 상황에서 영국이 의회선거는 참여하지 않은 채 연기만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국의 '노 딜' 브렉시트가 현실화할 경우 역내 경제적 타격도 만만치 않기 때문에 일단 브렉시트를 다시 연기해줄 가능성도 있다고 외신은 전했다. 연기를 위해서는 영국을 제외한 EU 27개국의 만장일치 승인이 있어야한다. 


 

[사진=A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