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도 외면하는 창업기업 요람 '스타트업마켓'
2019-03-12 19:22
한국거래소(KRX)가 만든 창업기업 장외주식시장인 스타트업마켓이 3년째 자리를 못 잡고 있다. 사실상 식물 상태라 존속 가능성에 의문을 가질 정도라는 얘기다.
12일 거래소에 따르면 스타트업마켓 주식을 사고판 투자자는 이날 1명도 없었다. 한 달로 기간을 늘려도 거래액은 1000만원(100주)에 그쳤다. 스타트업마켓보다 상위 장외주식시장인 코넥스도 한산하기는 마찬가지다. 두세 종목에만 투자자가 몰릴 뿐 이를 빼면 줄곧 개점휴업 상태다.
스타트업마켓을 찾는 창업기업은 해마다 감소해왔다. 시장을 연 첫해인 2016년을 보면 모두 40곳이 등록했다. 이에 비해 이듬해 34곳으로, 2018년에는 31곳으로 줄어들었다. 올해 들어서는 1분기가 거의 끝나가지만 2곳만 등록했다.
스타트업마켓으로 가는 길은 크게 3가지로 나뉜다. 크라우드펀딩을 실시하거나 정부 유관기관 또는 중기특화증권사로부터 추천을 받아야 한다.
이 가운데 중기특화증권사 기여도가 가장 낮다. 지금까지 스타트업마켓에 등록한 기업 101곳 가운데 단 2곳(텐윈더스·한에듀테크)만 중기특화증권사 추천을 거쳤다. 중기특화증권사는 현재 6곳이다. 유안타증권과 유진투자증권, 코리아에셋투자증권, 키움증권, IBK투자증권, SK증권이 여기에 해당한다.
돈이 안 되는 시장에 증권사가 공들이기는 어렵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투자자가 늘어날 수 있게 규제를 더 풀어주어야 한다"며 "시장을 열기만 했지 키우지는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타트업마켓 주식을 거래할 수 있는 증권사가 모두 작아 접근성도 떨어진다. 해당 증권사는 교보증권과 유진투자증권, 유안타증권, 골든브릿지투자증권, DB금융투자, 키움증권, 코리아에셋증권, IBK투자증권 8곳으로 모두 중소형사다.
상위시장인 코넥스로 옮기기도 어렵다. 스타트업마켓 등록기업이 지정 자문 없이 코넥스로 가려면 20인 이상 참여한 크라우드펀딩에 성공해야 한다. 코넥스에 속한 회사가 코스닥으로 이전상장하는 것 역시 쉽지 않다. 아직 유동성이 부족해 자금조달 자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거래소 관계자는 "큰 증권사가 참여해도 아직은 수익성을 맞추기 어려울 것"이라며 "먼저 상위시장인 코넥스와 코스닥이 활성화돼야 스타트업마켓도 커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올해 들어 코넥스 활성화 대책을 내놓았다. 시장 유동성과 신뢰도를 높이는 것이 골자다. 스타트업에 이로운 생태계를 만들어 '제2 벤처 붐'을 이끌겠다는 것이다. 물론 스타트업마켓→코넥스→코스닥·코스피로 이어지는 성장사다리가 제각기 역할을 해주어야 가능한 시나리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