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窓으로 경제보기⑦] 한전, 지하철, 프로야구단의 만성적자는 닮은 꼴

2019-02-27 09:23

[김수인 스포츠 칼럼니스트]



한전이 정부의 탈(脫) 원전 정책 여파로 6년 만에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원전 이용률이 37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져 그 공백을 메우느라 값비싼 LNG(액화천연가스)와 석탄 발전을 늘렸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부채는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전기 요금 인상 압박도 커지고 있다. 당연히 인상을 해야 하지만 한전측은 국민 경제와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인상 결정을 쉽사리 내리지 못하고 있다. 공기업인만큼 정부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탓이다.

더구나 1년여를 앞둔 총선을 생각하면 인상 결정이 더욱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정부와 여당으로서는 표를 의식해 인상 요청을 억누를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전기료 인상은 대선 직후에 ‘눈 딱 감고’ 하지 않으면 다음 선거까지 5년 내내 밍기적거릴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

지하철 요금은 더하다. 한전과 달리 만성적자에 시달린다. 지난해 연말 기준 서울교통공사의 금융부채는 3조원에 달하며 연간 이자만 해도 600억 가량(이자율 2%)이다. 그럼에도 요금을 올리지 못하는 것은 ‘시민의 발’이라는 이유에서다.

서울 지하철의 기본 구간 요금은 1,250원으로 세계에서 가장 비싼 런런 지하철의 1/3(카드)~1/4(현금 결제) 수준이며 뉴욕, 도쿄, 파리 등 세계 대도시에 비춰도 매우 저렴하다. 세계적으로 유례가 드문 스크린도어까지 설치된 쾌적하고 안전한 시설을 자랑함에도 요금을 현실화 시키지 못하고 있다. 아마 ‘가성비’로는 서울 지하철이 세계 최고가 아닐까?

이용자들에게 가성비가 높기로는 서울 지하철과 프로야구가 어깨를 나란히 한다. 프로야구 10개 구단의 연간 평균 운영비는 약 500억원이다. 한 시즌 홈에서 72경기를 치르며 경기당 1만 2천명(2018시즌 평균 1만 1,600명)이 관람할 경우, 1인당 입장료는 58,000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하지만 입장료는 서울 잠실구장의 경우, 1만원(외야)~1만 7천원(내야 지정, 평일)으로 ‘제작비(선수단 연봉+경기장 사용료+기타 운영비)’의 1/3에도 못 미친다. 이익을 내려면 58,000원 이상을 받아야 한다.

시장경제 체제에서 어떻게 이런 적자 운영이 계속될까. 프로야구단들은 당연히 입장료 현실화를 단행해야 하지만, 키움 히어로즈를 뺀 야구단의 모기업이 모두 삼성, SK, 현대기아차 등 대기업이므로 적자를 감수한다.
입장료 인상도 물가 상승의 요인이 되므로 가능한 인상폭을 줄이고 있다(올해는 1천원 인상에 그침). 해마다 약 200억원의 부족금은 그룹의 지원으로 충당한다.

한전, 지하철, 프로야구단의 적자는 모두 국민(시민)의 세금이나 소비자가 부담하므로 어떻게 보면 ‘눈가리고 아웅’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