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 수술 5만건…75.4% 여성 “낙태죄 처벌 개정해야”

2019-02-14 15:03
정부, 1만명 여성 대상으로 한 인공임신중절 실태조사 결과 발표

재작년 5만여 명의 여성이 낙태 수술인 인공임신중절술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보건복지부로부터 연구를 위탁받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지난해 실시한 인공임신중절 실태조사 결과를 14일 발표했다.

이번 실태조사는 2011년 이후 7년 만이며, 보사연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연구를 위탁받아 진행됐다. 만 15세 이상 44세 이하 여성 1만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조사를 통해 이뤄졌다.

조사 결과, 조사에 응답한 여성 중 임신경험이 있는 여성은 3792명(38%)이었다. 인공임신중절을 경험한 여성은 756명(성경험 여성의 10.3%, 임신경험 여성의 19.9%)으로 조사됐다.

인공임신중절 방법으로는 수술 받은 여성이 90.2%인 682명, 인공임신중절약인 미프진 등 약물사용자는 9.8%(74명), 약물사용자 74명 중 53명이 약물로 인공임신중절이 되지 않아 의료기관 등에서 추가로 수술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인공임신중절을 하게 된 주된 이유로는 ▲학업‧직장 등 사회활동에 지장이 있을 것 같아서 ▲경제상태상 양육이 힘들어서(고용불안정, 소득이 적어서 등) ▲자녀계획(자녀를 원치 않아서, 터울 조절 등)이 각각 33.4%, 32.9%, 31.2%(복수응답)로 높게 나타났다.

인공임신중절술 비율은 갈수록 감소추세다.

실태조사를 통해 여성인구 1000명당 인공임신중절술 비율을 계산한 결과, 2005년에는 인공임신중절률이 29.8%(34만2433건)에 달했으나 2010년에는 15.8%(16만8738건)로 감소했다.

재작년인 2017년에는 약 4만9764건인 4.8%로 추정된다.
 

인공임신중절 추정건수 및 인공임신중절률 [사진=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사연은 인공임신중절 감소 원인으로 피임실천율 증가와 응급(사후)피임약 처방 건수 증가, 만 15~44세 여성의 지속적 감소 등을 꼽았다.

2011년에 비해 피임을 하는 비율이 12.4% 늘었다. 콘돔 사용을 하는 비율이 37.5%에서 지난해 74.2%로 36.7% 증가했으며, 사전 경구피임약 복용도 같은 기간 7.4%에서 18.9%로 늘었다.

청소년 피임실천율은 2014년 43.6%였던 수치가 2016년 51.9%로 상승했으며, 사후피임약 처방은 2017년 1783건으로 확인돼 2012년보다 28.8% 증가했다.

그러나 보사연은 이 같은 수치가 과소추정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 등 전문가 단체도 연간 실시되는 낙태수술은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여성 75.4%는 설문조사에서 낙태를 죄로 규정하는 형법 제269조와 270조를 개정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현행법상 낙태는 불법이다. 낙태 시 1년 이하 징역이나 2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며, 낙태를 실시한 의사 등은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배우자나 본인이 정신장애나 신체질환, 전염성 질환이 있는 경우와 결혼할 수 없는 혈족‧친인척 간 임신된 경우, 강간‧준강간 임신 등에 한해 낙태를 허용하는 모자모건법 제14조와 시행령 15조에 대해서도 여성 48.9%가 개정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일각에선 이 같은 수치가 향후 헌법재판소 낙태죄 관련 위헌 여부 결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거라 분석하고 있다.

인공임신중절 문제와 관련해 필요한 정책 수요로는 피임‧임신‧출산에 대한 남녀공동책임의식 강화가 27.1%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어 원하지 않는 임신을 예방하기 위한 성교육‧피임교육이 23.4%로 조사됐다.

보사연은 “인공임신중절 경험 여성과 경험하지 않았지만 인공임신중절을 고려한 여성 모두 인공임신중절 결정(내지는 고려) 사유 상당부분을 사회경제적 배경에 둔 것을 염두 해야 한다”며 “임신·출산을 법률적 혼인제도 안에서만 바라보는 사회의 차별을 개선하고, 출산‧양육을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는 등 국가의 충분한 지원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