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계 미투] 빙상연맹의 처참한 ‘민낯’…조재범 ’영구제명’이라더니
2019-01-15 02:31
대한빙상경기연맹이 자신을 희생하면서 용기를 낸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를 두 번 울렸다.
빙상연맹의 졸속 행정이 그대로 드러났다. 이미 ‘영구제명’ 된 줄만 알았던 조재범 전 쇼트트랙 국가대표팀 코치의 징계가 이제야 확정됐다.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의 폭행 사실을 확인한지 무려 1년이 지나서다. 빙상연맹의 처참한 ‘민낯’이다.
대한빙상경기연맹 관리위원회는 14일 서울 올림픽공원 동계단체사무국에서 회의를 열고 조재범 전 코치의 징계를 확정했다고 밝혔다.
빙상연맹은 당시 폭행 사건이 벌어진 뒤 일주일 만에 스포츠공정위원회를 열어 “조 전 코치의 영구제명 중징계 결정을 내렸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 같은 결정은 실질적인 효력이 없는 졸속 행정 처리였다.
지난해 5월 문화체육관광부는 빙상연맹의 특별감사에서 조 전 코치의 징계에 절차상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당시 빙상연맹이 피해자 조사도 하지 않고 징계 결정을 내렸고, 스포츠공정위원회 위원 구성도 규정(9~15명)에 못 미치는 8명이었기 때문에 조 전 코치가 향후 이의를 제기할 경우 징계가 감경되거나 사면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문체부는 재심의 필요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으나 빙상연맹은 재심의 없이 모르쇠로 일관했다.
궤변이다. 빙상연맹은 최근 심석희의 성폭행 폭로로 인해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확산되자 이제야 부랴부랴 조 전 코치의 징계를 확정했다. 조 전 코치의 재취업 의혹을 부추길 수 있는 아마추어 행정의 현주소다.
이날 빙상연맹은 ‘빙상계 (성)폭력 근절대책 및 선수인권 개선방안’이라는 보도자료를 통해 빙상계 전면에 걸쳐 전수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더불어 빙상연맹은 “무엇보다 보호받아야 할 등록선수 모두가 다시는 상처받지 않고, 희생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개선방안을 모색하고 문제의 소지들을 미연에 방지하는 데 전념하겠다”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궁극적으로 빙상연맹이 쇄신하고 거듭나도록, 또한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하고 다시금 일어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을 다시 한 번 약속드린다”고 사죄했다.
수년간 계속된 성토에도 ‘침묵의 카르텔’을 깨지 못하고 눈 감았던 빙상연맹의 진정성 없는 목소리에 귀 기울일 국민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