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SK하이닉스, 대내외 악재 혁신기술로 돌파... '7나노·5G·폴더블 등 '출격준비'

2019-01-02 17:21
혁신 기술 적용한 제품 통해 시장 주도권 공고화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 등 주요 경영진들 기술 강화 의지 드러내

출항을 준비하고 있는 인천항의 무역선들. [사진=인천시]


국내 산업을 이끌고 있는 전자업계가 새해 중국의 굴기와 보호무역 강화 등 대외 악재를 혁신기술로 정면 돌파한다.

새해 반도체·모바일·가전, 전자업계 주력 세 부문에서 각각 7나노(㎚·1㎚는 10억분의1m)·5G와 폴더블·마이크로 LED(발광다이오드) 등의 혁신 기술을 적용한 제품을 통해 시장 주도권을 공고히 한다는 계획이다.

◆반도체, EUV 적용 등 통해 ‘초격차 유지’
김기남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장(부회장)은 2일 경기 수원 ‘삼성 디지털 시티’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신년사를 통해 “삼성전자가 지난 50년간 IT(정보기술) 산업 역사의 한 부분이었다면, 다가올 50년은 삼성전자가 중심이 되자”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김 부회장은 “차세대 제품과 혁신 기술로 신성장 사업을 적극 육성하고 건설적인 실패를 격려하는 기업 문화, 신기술에 대한 과감한 도전과 투자로 미래 지속성장의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새해 반도체·모바일·가전 등 자사 주요 사업 부문의 역성장이 점쳐지는 가운데 이를 혁신 기술과 제품을 통해 극복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삼성전자의 연간 영업이익의 약 80%를 차지하고 있는 반도체 부문의 경쟁력 강화에 힘쓸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지난달 단행한 '2019년 임원인사'를 통해 반도체 사업을 책임지는 DS부문에 큰 힘을 실어 준 바 있다. 당시 김 DS부문 대표이사 사장을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승진시켰으며, 전체 승진자(158명)의 절반 이상(80명)을 DS 부문 인사들로 채웠다.

변화된 조직을 통해 삼성전자는 올해 ‘초격차 전략’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D램에서 올해 말 세계 처음으로 EUV(극자외선) 양산 공정을 가동하며, 연내 6세대 V낸드 양산도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세계 최초로 극자외선 노광장비 전용 공정을 구축 중이다. 이와 함께 세계 최초로 게이트-올-어라운드(GAA) 트랜지스터 구조를 적용한 3㎚ 공정 등을 시도하며 기술 격차를 더욱 확대할 방침이다.

삼성전자와 함께 국내 반도체 산업의 성장을 견인하고 있는 SK하이닉스도 새해 ‘반도체 위기론’에도 위축되지 않고 기술 혁신에 나선다. 일례로 올해부터 2세대 10나노 D램 양산에 들어간다. 낸드플래시 부문에서는 지난해 하반기 완공한 충북 청주 M15 공장에서 5세대 96단 낸드플래시 양산에 돌입한다.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도 2일 취임 후 첫 신년사를 통해 기술 혁신을 이어갈 것을 약속했다.

그는 이날 "이제는 최고의 반도체 회사로 거듭나기 위해 누구도 아닌 우리 스스로를 넘어서야 한다"며 "현재 위상에 취하거나 과거 성공 경험에 기대지 않고 기존의 SK하이닉스를 초월하는 혁신으로 맞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마트폰, 5G·폴더블 ‘승부수’
정체되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삼성전자와 LG전자도 새해 승부수를 던진다. 먼저 올 상반기 삼성전자는 5G와 폴더블 스마트폰을 시장에 선보일 예정이다. 맛보기 격으로 삼성전자와 미국 최대 이동통신사 버라이즌은 지난달 하와이 마우이에서 열린 퀄컴의 스냅드래곤 테크놀로지 서밋에서 '5G 콘셉트 디바이스'를 공개하기도 했다. 양사는 올 상반기에 미국시장에서 5G 스마트폰을 출시할 방침이다.

국내에서도 삼성전자의 5G 스마트폰을 곧 만나볼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국내에서는 SKT 등 이동통신 3사가 이미 지난달 1일을 기해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6대 광역시 중심지 등에서 5G 상용화 서비스를 세계 최초로 개시했다. 언제든지 5G 스마트폰만 나오면 쓸 수 있게 됐다는 의미다.

삼성전자 첫 폴더블폰도 올 2월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를 전후로 공개될 것으로 예측된다. 삼성전자의 첫 폴더블폰 가칭 '갤럭시F'의 경우 디스플레이를 안쪽으로 구부릴 수 있어 접으면 스마트폰, 펼치면 7.8형 태블릿 PC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LG전자도 새해 5G와 폴더블폰을 통해 적자를 면하지 못하고 있는 MC사업부의 변화를 꾀한다. 이 회사는 올해 미국 스프린트와 첫 5G 스마트폰을 출시할 예정이다.

최근에는 폴더블 스마트폰 관련 디자인 특허도 출원했다. 이에 따르면 LG전자가 준비 중인 폴더블폰은 기존 스마트폰 크기의 제품을 반으로 접거나 펼칠 수 있도록 한 게 특징이다. 앞서 LG전자는 '듀플렉스', '폴디', '플렉스' 등 폴더블폰 관련 상표권을 유럽연합(EU)에서 잇달아 출원한 바 있다.

◆가전, 내주 CES 2019서 신기술·신제품 ‘첫선’
가전 부문에서도 새해 새로운 기술을 선보이기 위한 준비가 한창이다. 일단 그 첫선을 내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국제 가전제품 박람회) 2019'에서 보일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이번 전시회에서 QLED(퀀텀닷) 8K TV와 마이크로 LED 소비자용 제품을 선보인다. 현재 미국 시장에 8K TV 85형 모델만 출시된 상태이지만, 이번 CES를 계기로 라인업을 확장하고 글로벌 판매에 본격 나설 것으로 예측된다.

마이크로 LED TV 역시 라인업을 다각화한다. 지난해 1월 삼성전자는 146형의 B2B(기업 간 거래)용 마이크로 LED TV '더 월'을 선보였다. 여기에 더해 이번 CES에서 가정용 홈 시네마에 적합한 규격으로 조정된 B2C(기업-소비자 간 거래) 제품들을 소개, 시장을 본격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이밖에도 삼성전자는 패밀리허브 냉장고 신제품 등 다양한 가전을 선보일 계획이다. 이미 이 회사는 TV·생활가전·모바일·PC 주변기기·스마트홈·반도체 부문 등에서 총 30개 제품이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 선정 'CES 혁신상'을 휩쓸었다.

LG전자도 진일보한 수준의 8K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 신제품과 디스플레이 한쪽 화면이 돌돌 말리는 롤러블 OLED TV 공개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또 '시그니처'와 '오브제'에 이어 프리미엄 가전 신제품을 공개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자사의 AI(인공지능) 플랫폼인 'LG씽큐'의 진화된 기술력과 새로운 종류의 로봇들을 선보여 포트폴리오도 다양화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위기는 언제나 있었으나, 국내 전자업계는 오히려 그것을 기회로 삼아 성장해왔다”며 “새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주를 이루고 있지만, 국내 전자업계는 기술 혁신을 통해 시장 지위를 굳건히 지켜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