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인터뷰]양시위 전 6자회담 차석대표 "北美 정상회담 2월 개최 가능하다"

2019-01-03 01:00
中 외교관 출신 한반도 문제 전문가
양측 2차 회담 원해, 조만간 열릴 듯
김정은 개방의지 확고, 과도기 종식
미중 협상 결렬되면 재난, 타협한다

[사진=이재호 기자 ]


"1월은 너무 촉박하고 2월에는 이뤄질 수 있다. 내가 보기에는 가능성이 꽤 높은 상황이다"

양시위(楊希雨) 중국국제문제연구원 연구원은 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 시점과 관련해 이같이 전망했다.

그는 "워싱턴과 평양 모두 회담 개최를 원하고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며 "몇 월이라고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비교적 이른 시기에 열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양 연구원은 6자회담 중국 측 차석대표와 외교부 한반도사무판공실 주임 등을 역임한 외교관 출신이다.

한반도 문제 전문가로 꼽히는 그는 지난 1일 아주경제와의 인터뷰가 진행되는 내내 남북 및 북·미 관계 개선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견지했다.

◆불신 해소 위한 美 상응조치 필요

양 연구원은 비핵화 추진 과정을 둘러싼 북·미 간의 이견이 회담 일정을 확정하는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북한은 단계적 폐기를 원하지만 미국은 핵 포기가 이뤄지기 전까지 모든 제재를 유지한다는 입장"이라며 "이같은 불일치 때문에 실무급 협상이든 고위급 협상이든 성과를 거두기 힘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은 핵 리스트를 요구하는데 교전 상태인 국가에 안보 기밀을 제공하는 건 실현 불가능한 일"이라며 불신 해소를 위한 미국의 전향적인 조치를 촉구했다.

양 연구원은 "문재인 대통령의 종전선언 추진도 미국의 보이콧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북한의 행보에 상응하는 조치, 특히 제재 완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북·미 정상회담 개최가 무산될 가능성은 낮게 봤다.

양 연구원은 "지금은 비핵화 여부가 아니라 구체화 방안이 화두"라며 "2차 회담이 이뤄진다면 북·미 관계에도 적극적인 변화가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도 조만간 현실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김 위원장이 방한에 따른 서울선언은 이전의 판문점선언이나 평양선언보다 진일보해야 한다"며 "실질적 성과를 내기 어렵다면 급하게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게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표면적으로 북·미 회담과 남북 회담이 모두 지연되면서 비관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면서도 "남북과 미국 등 3개국 정상 모두 다음 회담의 성과에 대한 기대가 없다면 일정을 연기하면서 논의를 지속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정은 경제건설, 中 개혁개방과 비슷

양 연구원은 김 위원장의 개방 의지가 확고한 것으로 판단했다.

그는 "김 위원장은 공식적으로 개혁개방이라는 표현을 쓴 적이 없지만 중국과 베트남의 개방 정책과 비슷한 면이 있다"며 "집권 5년 동안 25개의 경제특구를 신설한 게 인상 깊다"고 말했다.

또 "2017년 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마지막 대북 제재 결의안이 발표된 날 북한은 대동강 공업특구 신설 소식을 전하는 등 개혁 조치가 중단 없이 이뤄졌다"고 덧붙였다.

양 연구원은 "북한은 지난해 4월 열린 노동당 7기 3차 전원회의에서 핵 무력 완성을 선언하고 경제 건설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며 "핵·경제 병진 노선이라는 과도기가 끝났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그는 "김일성 시대 주체사상이 정치 중심, 김정일 시대 선군정치가 군사 중심이었다면 김정은 시대의 키워드는 확실히 경제"라며 "북한의 전략적 중심이 70여 년 간의 구조적 변화를 거쳐 경제로 귀결된 셈"이라고 부연했다.

중국의 개혁개방과 북한의 경제 건설 선언 모두 숫자 '3'과 관련이 있다는 재미있는 해석도 내놨다.

양 연구원은 "1978년 12월 열린 공산당 11기 3중전회(중앙위원회 3차 전체회의)는 당시 별로 중요하지 않게 여겨졌지만 그 날이 없었다면 개혁개방도 없었을 것"이라며 "북한 노동당 7기 3차 전원회의도 새 시대로 진입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핵 개발에 매달릴수록 경제 발전의 기회가 사라지는 일종의 기회비용을 치르게 된다"며 "김 위원장이 사회주의 경제 건설을 확정한다면 그동안의 정책이 중요한 조정을 겪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사진=이재호 기자 ]


◆美 '중국제조 2025' 비판은 미련한 짓

양 연구원은 1990년대 중후반 주미 중국대사관과 주유엔 대표단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다. 2006~2007년에는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방문학자 신분으로 미·중 관계를 연구했다.

그에게 미·중 무역 협상의 향방에 대해 묻자 "결렬된다면 양국 모두에 재난이 될 것"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양 연구원은 "90일로 부족하다면 협상 시한을 연장하거나, 담판이 일시적으로 중단됐다가 다시 시작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90일 동안 중국이 미국에 제시한 142개 항목을 모두 협의하는 건 힘든 일"이라며 "협상 시한을 연장하거나, 담판이 일시적으로 중단됐다가 다시 시작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양국의 경제 의존도는 상당히 높은 편"이라며 "미·중이 서로 좋아한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상호 이익을 위해 협상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미·중 양국은 지난해 12월 30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전화 통화를 한 데 이어 양측 실무진이 이달 초부터 대면 협상에 나선다.

무역 협상은 협의가 가능한 사안, 협의가 불필요한 사안, 협의가 불가능한 사안 등 3가지로 나뉘어 진행될 것으로 예상했다.

대외 개방과 관세 문제 등은 협의가 가능하지만, 외자기업의 내국인 대우와 지분투자 한도 완화 등은 이미 중국 정부가 개선책을 내놓고 실행 중인 만큼 굳이 협의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다.

양 연구원은 외국자본의 진입 금지·제한 대상을 규정한 '네거티브 리스트'를 예로 들며 "과거에는 건드릴 수 없었지만 시 주석이 지난해 보아오포럼에서 공개적으로 언급한 뒤 개선책이 마련되는 등 중국 정부도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는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반면 미국이 요구하는 노조 자유화는 중국 입장에서 수용할 수 없는 내용"이라며 "중국 내부의 제도와 관련된 사안을 압박하면 딱히 얘기할 게 없어진다"고 지적했다.

특히 중국의 산업 고도화 전략인 '중국제조 2025'는 양보할 수 없는 사안으로 규정했다.

양 연구원은 "한국도 산업구조 조정을 위한 계획을 수립하지 않느냐"고 반문하며 "전 세계 모든 국가가 과학기술이 혁명적 발전에 발맞춰 첨단 제조업 육성을 추진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미국이 중국제조 2025 전략을 정치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며 "2025년에 중국이 미국을 추월하고 쓰러뜨릴 것이라고 강변하는 건 웃음을 자아내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미국이 반대하든 반대하지 않든 간에 중국은 그대로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논란이 확대되는 것은 경계하는 눈치였다.

양 연구원은 "2025년까지 7년 남았는데 마술 같은 변화가 일어나겠는가. 제조업 현대화·첨단화는 한 걸음씩 수십 년에 걸쳐 이뤄지는 것"이라며 "중국 내부적으로 이 전략을 띄우고 선전하는 건 미국이 미련한 일을 더 많이 하게 만드는 꼴"이라고 경고했다.

▶양시위 연구원은 - 1982년 랴오닝사범대학 영문과를 졸업하고 1988년 국제관계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외교관으로 임용돼 1994~1998년 주미 중국대사관 일등비서관·참사관으로, 2002~2003년 유엔 주재 중국대표단 참사관으로 재직했다. 2004~2005년 외교부 한반도사무판공실 주임을 맡으며 6자회담 중국 측 차석대표로 임명됐다. 2005년 비핵화와 항구적인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 등의 내용이 담긴 9·19 공동성명의 초안을 작성했다. 2006~2006년 미국 스탠포드 대학에서 방문학자로 정치학을 연구한 뒤 외교부 산하 중국국제문제연구원 연구원으로 근무 중이다. 2010년부터 보아오포럼연구원 집행부원장을 겸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