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 금융권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인터넷은행 등을 통한 비금융회사의 금융권 진출이 활발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KEB하나은행 소속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31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2019년 금융산업 전망'을 발표했다.

한국판 '규제 샌드박스'인 금융혁신지원 특별법이 제정되면서 비금융회사의 금융업 진출에 대한 법적 기반이 마련됐다. 기존과 다른 혁신적인 금융서비스가 제공될 경우 기존 금융회사의 변화를 유도하는 촉매제 역할을 할 수 있다.

정희수 개인금융팀장은 "진입 장벽이 낮아져 새로운 시장참가자가 늘어남에 따라 시장 집중도는 완화될 것이고, 금융산업의 효율성 제고에 기여할 것"이라며 "특히, 오픈뱅킹의 경우 데이터 기반의 개인 맞춤형 서비스가 가능해져 개인재무관리(PFM)시장이 본격적으로 성장해 새로운 경쟁구도를 유도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인터넷전문은행 특별법 제정으로 제3의 인터넷전문은행 설립도 가능해졌다. 정부는 소규모 특화 금융회사의 설립 허용, 금융업 인가 단위 세분화, 겸영 및 부수업무 확대 등을 통해 경쟁 촉진을 유도하는 정책을 적극 추진할 것을 예고했다. 이 과정에서 각종 수수료 등 가격의 하락과 함께 특정 업무와 관련된 서비스 확대를 통해 금융소비자의 편익이 증대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내년에는 마이데이터 산업도 본격화된다. 전 세계적으로 금융소비자의 개인정보 이동권을 보장하고 오픈뱅킹 도입이 활발해지는 추세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신용정보법 개정이 조속히 이뤄질 경우 새로운 금융 영역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다.

기존 금융권의 경우 대출규제 강화와 대손비용 증가 등으로 실적이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금융권 전반적으로 성장률과 수익성이 모두 악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가장 큰 이유는 총체적상환능력비율(DSR) 규제가 전 금융권으로 확대되면서 추가 대출여력이 크게 약화된 데 기인한다. 

각 부문별 연체율이 상승세를 보이는 점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이는 대출을 받은 차주의 부실 가능성이 높아져 금융권 전반에 대손비용이 증가하는 결과를 낳는다. 신용카드의 가맹점수수료 인하, 법정 최고금리 추가 인하, 대출금리 산정체계 개선 등 가격체계 변경의 영향도 수익성 악화의 요인이다.

아울러 한계기업의 부실화 가능성은 금융권에게 큰 리스크다. 정부는 생산적 금융을 통한 벤처·혁신기업으로의 자금지원을 강화하고 있으나 제조업 가동률이 하락하고 영업이익을 통해 이자를 커버하지 못하는 한계기업 수가 증가하고 있다. 반도체, 자동차, 석유화학 등 주요 산업의 위기감이 커지면서 이들 업종을 중심으로 부실화 가능성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김혜미 연구위원은 "최근 1~2년 동안 은행의 수익성 개선은 순이자마진(NIM) 개선과 함께 대손비용의 감소 효과로 나타난 현상"이라며 "현재 금융권의 건전성 지표는 체감 경기와 달리 이상할 만큼 양호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향후 금리 상승이 제한되고 취약차주 및 한계기업 중심으로 건전성 악화가 예상되면서 이러한 효과가 상쇄돼 내년에는 금융권 전반적으로 실적이 부진할 것"으로 예측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내년에 금융산업이 하강 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관측했다. 그 동안 금리인상을 지속해 온 미국의 경기둔화가 현실화되면서 국내 경기부진과 함께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새롭게 시도되는 금융혁신에서 파생되는 리스크 요인도 간과해서는 안 되는 부문이다.

금융회사들은 다가올 위기에 대비해 자산을 확대하기보다는 충당금 적립을 확대하고 취약차주나 한계기업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등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