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S 후폭풍] 끝나지 않은 ELS 이슈에 저금리·상생금융·부실채권까지…2분기부터가 더 문제

2024-04-28 18:00
당국 '과징금' 조 단위 되나…금리 인하·비이자이익 제한 등 경영환경 악화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 앞에서 홍콩지수ELS피해자모임 회원들이 '대국민 금융사기 규탄 집회'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5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NH농협)가 올해 1분기 대규모 충당금을 반영했지만, 금융당국의 과징금 등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에 따른 리스크가 지속할 전망이다. 하반기 예상되는 기준금리 인하와 상생금융 압박 등까지 겹쳐 2분기 이후가 더 문제라는 우려마저 나온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의 홍콩 ELS 불완전판매 관련 금융사 제재 절차가 이르면 다음 달 중 시행될 예정이다. 가장 유력한 방안은 대규모 과징금 부과다. 조 단위 과징금이 나올 가능성도 있는데, 이 경우 금융지주의 실적 악화가 불가피하다.
 
금융소비자보호법에 따르면 은행 전반의 불완전판매가 인정될 경우 과징금을 판매 금액의 최대 50%까지 부과할 수 있다. 홍콩 H지수 ELS의 총 판매잔액은 지난해 말 기준 18조8000억원으로 올해 예상 손실 금액은 5조8000억원이다. 조 단위 과징금이 나온다면 이는 2021년 금소법 제정 이후 사상 최초다.
 
투자자와 자율배상 협의가 계속될 것이란 점도 실적 악화를 걱정하게 만들고 있다. 전체 배상금을 예상해 충당금을 1분기 반영했다고 해도 협의 과정 이후 얼마든지 배상금이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29일 하나은행을 시작으로 은행권의 배상금 지급이 시작됐는데, 모든 투자자와 협의를 끝내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홍콩 H지수 ELS 여파로 올해 비이자이익 부문의 감소도 예상된다. ELS 등 고위험 투자상품 판매 수수료는 비이자이익에 해당하는데, 이번에 불거진 불완전판매 이슈로 당분간 고위험 투자상품을 판매해 수익을 내기는 사실상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이른바 ‘이자 장사’를 한다는 비판에 우회로로 택한 비이자이익마저 제한받게 된 셈이다.
 
문제는 홍콩 H지수 ELS뿐만 아니라 다른 하방요인도 상존한다는 데 있다. 늦어도 올해 하반기 예상되는 기준금리 인하가 대표적이다. 예상보다 시기가 미뤄지고 있지만, 올해 안에는 기준금리 인하가 이뤄질 것이라고 금융권은 보고 있다. 기준금리가 떨어지면 자연스레 은행의 수익성 지표인 예대마진도 줄어든다.
 
상생금융에 대한 압박도 실적을 억누를 것으로 보인다. 이미 작년 고금리로 얻은 대규모 이자이익을 사회에 환원하라는 정부, 정치권 등 여론 압박에 은행권은 지난 2월부터 2조원 규모 상생금융을 시행하고 있다. 다음 달 30일에는 제22대 국회가 개원을 앞둬 정치권의 은행에 대한 압박이 더 강해질 전망이다. 정치권 일각에선 은행 등에 초과 이익에 대한 세금을 부과하자는 ‘횡재세’까지 거론되고 있다.
 
아울러 작년 고금리 여파로 나타나고 있는 부실채권 증가도 자산 건전성을 위협하는 상황이다. 올해 들어 주요 은행의 대출 연체율은 일제히 상승했다. 올해 1분기 말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단순 평균 대출 연체율은 0.32%로 전년 동기(0.27%), 전 분기(0.29%)보다 큰 폭 높아졌다. 고금리가 장기화한 탓에 가계와 기업 자금난이 심화한 영향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올해 은행권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좋지 않다”며 “ELS 충당금은 물론 기준금리 인하도 예상되고 있어 좋은 실적을 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