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정당 첫 여성 원내대표에 나경원…범친박계 ‘건재’ 확인(종합)
2018-12-11 18:40
나경원 “과거가 아닌 미래 선택…분열 아닌 통합”
11일 열린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경선에서 나경원 후보가 김학용 후보를 누르고 신임 원내대표로 선출됐다. 아울러 나 후보와 러닝메이트를 이룬 정용기 후보가 정책위의장에 당선됐다.
범친박계·잔류파의 지원을 등에 업은 나 신임 원내대표 선출로 당내 주도권이 다시 친박계로 넘어갔다는 평가다. 한국당에서 여성 원내대표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나 원내대표의 당선은 한국당 의원들이 이미지 쇄신을 원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당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원내대표 경선을 진행했다. 나 후보는 전체 103표 중 68표를 받아 35표를 받은 김 후보를 이겼다. 비박계·복당파의 지원을 받은 김 후보의 패배로 다시금 친박계가 당내 주도권을 거머쥐게 됐다.
이어 “정말 저희가 하나로 가야한다. 문재인 정부의 실정을 막아내고 우리가 지켜야 될 가치를 같이 지켜가길 바란다”며 “제가 부족하지만 함께하면 한국당이 총선에서 승리하고 정권교체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린 할 수 있다”고 했다.
나 의원은 연이어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가장 큰 현안으로 대두된 선거제도 개편과 관련해 “제일 먼저 할 일은 의견을 수렴하는 것이고 거기에 대한 입장을 정리한 후에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보수통합에 대해선 “우리당의 큰 가치를 함께하는 분이 있다면 모두 문을 열고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당의 지지율이 많이 회복됐지만 더 많은 국민의 지지를 받으면 자연적으로 보수통합의 속도도 빨라질 것”이라고 했다.
나 원내대표의 당선은 여러 의미를 갖는다. 두 배 가까운 득표로 범친박계가 여전히 건재하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홍준표 전 대표 체제 이후 김성태 전 원내대표가 당선되는 등 비박계가 주류가 됐지만, 이번 경선을 계기로 다시금 친박계가 전면에 등장할지 관심이 모인다.
또 다른 의미는 한국당 의원들이 이미지 변화를 원했다는 데 있다. 나 원내대표는 한국당 계열 정당의 첫 여성 원내대표로 높은 대중적 인지도를 갖고 있다. 김성태 전 원내대표 등 강성 일변도의 투쟁보다는 ‘화합’에 좀더 방점을 뒀다는 평가다.
또 의원들이 ‘파격’보다는 ‘안정’을 택했다는 분석이다. 러닝메이트인 정 신임 정책위의장은 충청권 재선 의원으로 계파-지역 안배라는 기존의 공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김학용 후보의 경우 초선 비례대표인 김종석 의원을 러닝메이트로 삼았다.
1963년 서울 출생의 나 원내대표는 서울여고,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뒤 사시 24기에 합격했다. 부산지법, 인천지법, 서울행정법원에서 판사로 근무했다. 2002년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정책특보로 정치에 입문, 17대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다.
18대 총선에선 서울 중구에 출마해 재선에 성공했고, 이후 당 대변인과 이명박 대통령 후보 중앙선대위 대변인 등을 거치며 인지도를 쌓았다. 2011년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도전했지만 박원순 현 서울시장에 패배했다.
2014년 7·30 재보선에서 서울 동작을에 출마해 국회에 복귀했고, 20대 총선에서 같은 지역구에서 당선됐다. 4선 중진이 된 20대 국회 이후 세 차례 원내대표에 도전했고 마침내 당선됐다.
정 정책위의장은 대전 대덕을 지역구로 두고 있는 재선 의원이다. 전두환 정권 당시 경찰대 1기로 입학했지만 정부를 비판한다는 이유로 퇴학당했다. 이후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한 그는 민주자유당 공채 1기로 정치에 입문한 당직자 출신이다. 정 정책위의장은 범친박계 초·재선 그룹인 ‘통합과 전진’의 멤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