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업들, 화웨이 부회장 체포 '노심초사'

2018-12-11 16:50
美 영세 통신업자, FCC에 탄원서 제출
부품 판매 실리콘기업, 수출금지 우려

중국인들이 10일 멍완저우 화웨이 CFO의 보석 심리가 열린 캐나다 밴쿠버 브리티시컬럼비아 법원 앞에서 그의 석방을 촉구하는 팻말을 들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 창업자의 딸이자 최고재무책임자(CFO)인 멍완저우 체포 사태로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커지자 미국 기업들도 속을 끓이고 있다.

1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 지방무선통신협회는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에 탄원서를 보내 화웨이의 장비를 대체할 시간과 지원금을 달라고 촉구했다.

화웨이와 직접 거래를 하는 미국의 지역 통신업체들은 화웨이의 장비를 사용하지 못하게 될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영세 통신업체들의 이익단체인 협회는 화웨이 장비가 경쟁업체들의 장비보다 저가이기 때문에 이를 제거하고 대체하는 데 드는 비용이 상당하다며 지원금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미국 의회는 이미 화웨이를 중국 정부 및 공산당과의 연계성을 이유로 국가보안 위협으로 지목하고 있다.

AT&T와 버라이즌 커뮤니케이션스 등 미국 통신회사들을 통한 미국 내 화웨이 스마트폰 출시는 저지됐다.

FCC는 또한 미국 통신사들이 화웨이 장비 구입에 연방정부 보조금을 쓰지 못하게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실리콘밸리의 첨단 기술업체들도 화웨이와이 거래 관계로 인해 우려하고 있다. 특히 인텔, 브로드컴, 퀄컴 등 화웨이에 부품을 판매하는 실리콘밸리 업체들로서는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만약 화웨이가 대이란제재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된다면 화웨이에 대한 미국 기업들의 수출금지 조치가 뒤따를 수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기술기업들의 화웨이에 대한 상호의존도가 높은 만큼 수출금지 제재는 미국 기술기업들의 영업에도 부정적이다.

컨설팅업체 IBS의 핸들 존스는 화웨이가 미국에서 작년 80억 달러(약 9조원)에 이어 올해 100억 달러(약 11조3000억원)어치 부품을 살 것으로 예상했다.

앞서 미국 상무부는 올해 4월 중국 통신장비업체인 ZTE(중싱)에 대해 북한, 이란과 불법적으로 거래했다며 미국 기업의 부품·기술 수출을 금지하는 제재를 가했다. 지난 10월에는 중국의 반도체기업 푸젠진화에 대해서도 수출 금지 조치를 내렸다.

그러나 화웨이와 ZTE·푸젠진화의 사례는 다르다는 의견도 나온다. ZTE와 푸젠진화는 미국 기술 의존도가 높지만 화웨이는 독자적인 연구개발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미감정도 미국 기업들의 골칫거리다. 당국 뿐만 아니라 여론도 미국을 향한 분노를 표출하고 있어 미국 제품 불매운동으로까지 지어졌다.

홍콩 빈과일보에 따르면 멍파이(夢派)기술그룹은 사내에 미국산 불매 지침을 내렸다. 아이폰을 사는 직원들의 상여금을 깎고 사내 용품으로 미국산 제품을 일절 쓰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빈과일보는 청두, 후난, 산시 등 중국 전역에서 화웨이를 지지하는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다른 한편으로 미국 기업들의 경영자들은 멍 부회장 체포의 보복으로 중국에서 체포되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 중국 출장을 자제하고 있다.

중국의 미국상공회의소 소장인 윌리엄 재리트 코언그룹 선임 카운슬러는 CNBC방송 인터뷰에서 "중국에 가는 미국 기업 임원들은 중국이 모종의 규정이나 불문 규정을 발동해 보복할 것으로 우려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