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상용차 수소車 동맹…현대차, '연합군'으로 견제

2024-12-09 18:00

엑시언트 [사진=현대자동차]
미래 탄소절감의 한 축이 될 수소 상용차 시장에서 유럽 주요 브랜드가 내연기관 중심의 수소차 개발로 방향을 선회하면서 현대자동차의 기술력을 견제하고 있다. 현대차도 수소차뿐 아니라 자율주행 등 미래 기술 분야에서 경쟁자들과 협력을 통해 차량·기술 개발 비용 절감에 나서며 유럽, 중국업체들과의 경쟁에 대비하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유럽 주요 상용차 메이커는 수소 내연기관 엔진 개발에 초점을 맞추고 신차 개발에 나서고 있다. 

만(MAN)은 내년까지 수소 내연기관 트럭 시리즈를 개발하기로 했고 이베코(VECO)는 관련 엔진을 장착한 콘셉트카를 내놨다. 볼보(Volvo)는 오는 2026년 수소 내연기관 트럭의 도로 테스트에 착수하고 2029년 안에 상용화한다는 목표다. 이들 메이커는 올해 IAA 상용차 모터쇼에서 이러한 전략을 알리며 수소차 출시를 예고하기도 했다. 

수소 내연기관은 기존의 내연기관을 그대로 활용하는 방법이어서 수소연료전지보다 투자비용과 기술 난이도가 낮다. 유럽 메이커는 기술 개발이 되기까지 내연기관 중심의 차로 시간을 끌며 현대차의 독점을 막겠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차는 1998년 수소 연구개발을 전담하는 조직을 신설, 수소전기차 개발을 시작으로 2000년 수소전기차를 처음 선보이는 등 이 시장에서 가장 앞선 기술력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수소전기 트럭인 '엑시언트'는 스위스와 독일, 프랑스 등에 투입되며 친환경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2030년 389억 달러(약 56조원) 규모가 될 수소연료전지 트럭 시장에서 현대차가 독보적인 기술력으로 시장을 침투하자 유럽 상용차 브랜드는 동맹을 통해 초기 시장 점유율을 지키겠다는 전략을 펼치는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현대차그룹이 GM, 토요타가 수소 동맹을 맺은 것은 유럽 메이커의 동맹에 맞대응하기 위해서라는 평가도 나온다. 현대차와 토요타는 세계 수소차 시장에서 1·2위를 차지하고 있고 GM의 경우 수소연료전지에 기반한 중형 픽업트럭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현대차는 이들과 수소차 개발부터 생산, 청정 수소 인프라 구축에 손을 잡고 주도권을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를 간접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완성차업계는 수소뿐 아니라 자율주행, 소프트웨어중심차(SDV) 등 분야에서도 협력 필요성을 높이고 있다. 글로벌 관세전쟁과 보호무역 정책, 탄소 규제 등으로 경영환경이 불투명해지고 자동차 패러다임이 급변하며 협력을 통한 경쟁력 확보가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토요타는 중국 화웨이, 모멘타와 스마트 주행 기술을 공동 개발하고 내년 테슬라 FSD와 같은 기능을 채용한 전기차를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토요타가 170만대까지 떨어진 중국 판매량은 오는 2030년 300만대로 높여 잡은 데에는 중국 업체와의 동맹에서 오는 자신감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스텔란티스는 중국 전기차 립모터 지분 21%를 사들였고 폭스바겐은 샤오펑과 전기차 플랫폼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현대차는 웨이모 6세대 완전 자율주행 기술인 '웨이모 드라이버'를 아이오닉5에 적용하며 GM크루즈, 테슬라와 로보택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에 뛰어들었다. 내년에는 아마존 알렉스를 차량에 이식하며 새로운 소프트웨어 정의 자동차(SDV) 서비스의 비전을 제시할 예정이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불확실성이 큰 시기에 실패 위험성을 낮출 수 있는 협력은 미래의 방향에 대비하기 위한 중요한 전략이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