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예산 469조6000억원 확정…야 3당 표결 불참 속 국회 본회의 ‘지각 통과’(종합)

2018-12-08 05:29
2014년 국회선진화법 도입 이래 가장 늦어

8일 새벽 올해 정기국회 마지막 본회의가 끝난 후 의원들이 국회 본청을 떠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회는 8일 새벽 올해보다 40조원 가량 늘어난 469조5752억원 규모의 ‘2019년도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국회는 이날 오전 3시께 본회의를 열고 내년도 예산안과 부수법안을 상정·일괄 처리했다. 표결 결과는 재석 212명, 찬성 168명, 반대 29명, 기권 15명이었다.

이날 본회의에는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일부 무소속 의원들만 투표에 참여했고,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의원들은 불참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요구해왔던 야 3당은 선거제 개편 요구가 수용되지 않자, 본회의장에 입장해 각 당 원내대표들이 예산안 반대 토론에만 나서고 표결에는 전원 불참했다.

예산안이 우여곡절 끝에 본회의를 통과했으나 헌법에 명시된 처리시한을 이미 훌쩍 넘긴 것은 물론, 2014년 개정 국회법(일명 국회선진화법) 도입 이래 예산안을 가장 늦게 처리하는 선례를 남기게 됐다. 지난해(12월 6일 0시 37분)보다도 이틀 늦은 예산안 처리다.

◆“일자리·남북경협 줄이고, SOC 예산 대폭 늘리고”…9265억원 순감

당초 지난 8월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은 470조5016억원 규모였다. 양당은 4조2983억원을 증액하고 5조2248억원을 감액해 9264억6600만원을 순감한 총 469조5751억원 규모의 예산 수정안을 내놓았다. 올해 예산안 428조8339억원보다 4000억원 상당 늘어난 규모다.

주요 삭감 예산으로는 △일반·지방행정 1조3578억7900만원 △사회복지 1조2153억2000만원 △외교·통일 1220억4000만원 △교육 2865억8100만원 △통신 349억8000만원 △국방 21억5600만원 등이다.

증액 분야는 △교통 및 물류 1조1029억7700만원 △환경 2495억5300만원 △문화 및 관광 1387억2000만원 △공공질서 및 안전 1220억4000만원 △산업·중소기업 및 에너지 1152억9000만원 △국토 및 지역개발 1014억8100만원 △농림수산 877억400만원 △과학기술 354억3600만원 △보건 318억1400만원 등이다.

협상과정에서 쟁점으로 올랐던 남북협력기금은 정부안인 1조1005억원에서 59억원 늘어난 1조1063억원으로 수정됐다.

반면 일자리 관련 예산은 줄었다. 청년내일채움공제 예산은 5962억8800만원에서 223억1300만원, 청년구직활동지원금은 2019억3600만원에서 437억5000만원, 취업성공패키지지원 예산은 4122억2700만원에서 412억6700만원, 청년추가고용장려금은 7135억4300만원에서 400억3500만원이 감액됐다.

다만, 국회는 일자리 사업 예산의 감액으로 인해 내년도 중 사업비가 부족할 경우 기금운용계획변경 또는 예비비 등을 통해 해당 소요를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국회는 국세기본법·소득세법·법인세법·종합부동산세법·지방세법 등 개정안 등 예산부수법안도 처리했다.

대부분 큰 문제없이 통과됐지만 종합부동산세 개정안 등 일부법안은 한국당 측의 반대 토론이 있었다.

종합부동산세 인상안은 정부안인 최고세율 3.2%는 유지됐으나, 2주택자에 대한 세부담 상한은 기존 300%에서 200%로 줄었다.

이번에 통과된 종부세법의 경우 최고세율을 기존 2.0%에서 3주택자 이상의 경우 3.2%로 높이고, 현재 80%인 종부세 공정시장가액비율(공시가격 중 세금을 매기는 과세표준 비율)을 매년 5%포인트(p)씩 2022년까지 100%로 올리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또한 1주택 또는 조정대상지역 외 2주택 세율 역시 0.5∼2.7%로 확대하는 내용이 담겼으며, 43개 조정대상지역 내 3주택 이상자에 대해선 보유세 세부담 상한 300%를 적용하는 안이 포함됐다.

대신 여야 간 합의를 통해 조정대상지역 내 2주택에 대한 종부세 세부담 상한율은 정부 원안인 300%에서 200%로 줄었다.

◆‘윤창호법’·‘미투 방지법’ 등 199건도 처리

앞서 전날 국회는 내년도 예산안과 민생법안을 처리하기 위한 본회의를 개의, 일명 ‘윤창호법’을 비롯해 한미FTA(자유무역협정), 새만금특별법 등 199건의 법안을 처리했다.

민주당과 한국당이 통과시킨 ‘윤창호법’은 지난달 29일 통과된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 개정안’과 세트 법안이다.

도로교통법 개정안은 면허정지 기준인 혈중알코올농도 0.05%를 0.03%로, 면허취소 기준은 현행 0.1%에서 0.08%로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0.03%는 소주 한 잔 혹은 맥주 한 캔을 마시고 1시간가량 지났을 때 불면 나오는 수치다. 종전 음주운전 3회 적발 시 면허취소가 됐던 것은 2회로 낮췄다.

또 혈중알코올농도가 0.2% 이상인 경우에는 2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상 2000만원 이하 벌금을, 0.08~0.2%는 1년 이상 2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1000만원 이하의 벌금, 0.03~0.08%인 경우 1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기로 했다.

‘미투(MeToo) 법안’ 가운데 하나인 여성폭력방지기본법이 7일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여성폭력방지기본법은 여성 대상 강력범죄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여성에 대한 차별과 폭력 문제를 방지하겠다는 취지로 제정됐다. 여성에 대한 폭력방지 정책을 종합적·체계적으로 추진하고 증오범죄·데이트폭력·디지털성폭력 등의 피해자가 된 여성 피해자에 대한 보호 체계를 강화하는 게 골자다.

다만, 해당 법안은 기존 법안보다 다소 후퇴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 3일 법사위 법안심사 제2소위는 제3조1항에 '성별에 기반한 폭력'이라고 정의된 개념을 '성별에 기반한 여성에 대한 폭력'으로 바꿨다. '생물학적 여성'만이 젠더 폭력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고 범위를 좁힌 것이다.

가정폭력의 피해자가 될 수 있는 남성 아동 혹은 젠더 폭력으로 피해를 받을 수 있는 남성들은 법안 보호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편, 양당 간 최대 쟁점이었던 ‘유치원 3법(유아교육법, 사립학교법, 학교급식법 개정안)’은 사립 유치원 예산을 원아 교육 이외 목적으로 사용했을 때 처벌하는 규정을 놓고 팽팽하게 대립하면서 결국 이번 정기국회 내 통과가 최종 무산됐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채택했으며, 김상환 대법관 후보자는 야당들의 반대에 부딪혀 임명동의안 처리가 무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