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업용 전기차시장 '원톱'은 中…英런던 전기택시·버스도 中브랜드
2018-12-04 17:10
"中정부 지원에 상업용 전기차시장 中 경쟁상대 없어"
중국이 글로벌 상업용 전기차시장의 '원톱'으로 떠올랐다. 현재로선 마땅한 경쟁상대가 없다는 얘기다. 영국 런던을 상징하는 검은 택시, 일명 '블랙캡'과 빨간 이층버스가 중국업체의 전기차로 바뀌고 있을 정도다. 미국 일부 지역에서도 중국 전기버스가 달리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일(현지시간) 버스·택시·트럭 등 글로벌 상업용 전기차시장의 유일한 주자가 바로 중국이라고 보도했다. 신문은 단적인 예로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전 세계에 배치된 전기버스의 무려 99%를 중국이 생산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정부와 함께 친환경 교통수단을 개발하고 있는 독일 국제협력공사(GIZ)의 샌드라 레처 지속가능 도시화·교통·에너지 부문 책임자는 상업용 전기차시장에 대해 "중국이 경주에서 독주하고 있다"며 "모두 다 중국 업체"라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이미 적극적인 보조금 정책으로 승용 전기차시장에 공을 들여왔다. 지난 1~10월 중국에서만 74만6000대가 팔렸을 정도다. 이에 비해 상업용 전기차 판매대수는 11만4000대에 그쳤다. 그럼에도 중국 상업용 전기차시장 전망은 상대적으로 더 밝은 편이다. 승용 전기차시장은 고객 수요에 좌우되지만, 상업용 전기차시장은 얼마든지 정책적 지원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한 예로 중국 첨단기술 메카인 선전에서는 올해 말까지 모든 버스와 택시가 전기차로 바뀔 예정이다. 넉넉한 보조금이 이를 뒷받침했다. 전기버스업체는 차량 한 대당 2만5900달러(약 2900만원)의 보조금을 받는다. 미국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중국이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전기차에 쏟아부은 보조금이 480억 달러가 넘는다고 추산했다. 일련의 보조금 정책은 2020년까지 이어진다.
중국 상하이에 있는 자동차산업 컨설팅업체인 오토모티브포어사이트에 따르면, 중국 업체들이 정부의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생산한 전기버스가 35만8000대에 이른다. 이는 중국 주요 도시를 달리는 버스의 절반에 해당하는 것으로, 같은 기간 전 세계에 배치된 전기버스의 99%에 이른다.
전기차 중심의 대중교통체제 개혁을 추진하는 정부뿐 아니라 중국 국영업체들의 주문도 활발하다. 한국의 우체국 격인 중국우정공사는 지난 5월 2020년부터 도시 배달망에 전기차만 쓰겠다고 밝혔다. 정부와 국영기업들의 상업용 전기차 수요가 급증하자, 중국 일반 자동차업체들도 전기버스, 전기트럭 등으로 사업영역을 넓히고 있다.
중국은 해외 주문에 힘입어 글로벌 상업용 전기차시장에서도 독보적인 위상을 갖게 됐다. 영국 런던의 블랙캡 전기차 모델은 중국 자동차업체 지리의 자회사인 '런던EV'에서 생산한다. 런던을 달리는 신형 빨간 이층버스 전기차 모델은 중국 전기차회사 BYD가 공급한다. BYD는 영국뿐 아니라 전 세계 약 50개국에서 전기버스와 전기택시를 팔고 있다. 이 회사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랜캐스터에서 전기버스 공장을 운영하며, 미국에서 750대를 팔았다.
미·중 무역전쟁이 한창인 가운데도 미국 최대 물류업체 페덱스는 지난달 중국 전기차업체 FDG에 배달용 전기트럭 1000대를 주문했다.
WSJ는 중국의 상업용 전기차시장 선점 효과가 오래 지속되진 않을 것으로 봤다. 스카니아와 볼보를 비롯한 외국 상업용차 브랜드의 도전이 만만치 않아서다. 이들은 이미 중국에서 고급 가솔린 트럭·밴시장을 장악한 채 현지용 전기차 모델도 개발 중이다. 일본 닛산과 프랑스 르노도 중국 현지 협력사와 시장 공략에 나선 상태다.
이런 가운데 중국에서는 국내외 자동차업체들 사이에서 디디추싱을 비롯한 차량공유업체들과의 제휴를 위한 차세대 전기택시 개발 경쟁도 달아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