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앞두고 '외교 전통' 강조한 中...왕이, 아프리카로 새해 첫 순방

2025-01-07 14:28
35년째 中외교장관 새해 첫 순방지
수출 다각화·광물 확보 등 나서
서방 견제 위해 아프리카연합 포섭 전략도

왕이 중국 공산당 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왼쪽)과 난골로 음붐바 나미비아 대통령이 6일 나미비아 스바코프문트에서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중국 외교부]

중국 외교 1인자 왕이 중국 공산당 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장관)이 아프리카로 새해 첫 순방길에 올랐다. 중국 외교부장이 새해 첫 순방지로 아프리카를 찾는 것은 올해로 35년째다. 경기 침체와 '트럼프 2기'로 인한 미·중 무역갈등 위기 등 각종 난제가 산적한 상황에서도 중국이 '외교 전통'을 이어가며 경제적으로는 물론 정치적으로도 힘이 되는 아프리카와의 관계를 공고히 하는 모습이다. 

6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 부장은 이날 나미비아에 도착해 아프리카 순방 일정을 시작했다. 왕 부장은 오는 11일까지 콩고와 차드, 나이지리아 등 아프리카 4개국을 순차적으로 방문할 예정이다.

왕 부장은 이날 난골로 음붐바 나미비아 대통령, 네툼보 난디-은다이트와 나미비아 부통령(오는 3월 대통령 취임) 등과 만나 "중국 외교부장이 매년 첫 해외 순방을 위해 아프리카를 찾는 것은 중국 외교의 훌륭한 전통이자 특색"이라면서 "중국과 아프리카는 거리는 멀지만 마음은 항상 연결돼 있다. 중국은 언제나 아프리카의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였으며 항상 아프리카를 외교 전반의 최우선 순위에 두었다"고 강조했다. 

중국이 아프리카와의 관계 강화에 나선 데 대해 로이터 통신은 "글로벌 자본과 투자자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복귀와 우크라이나, 중동, 내부 정치 전쟁에 대비하고 있지만, 중국은 아프리카와의 일관성 있는 관계를 강조하고 나섰다"면서 "자원이 풍부한 아프리카 전역에서 이미 상당한 영향력을 더욱 확대하기 위해 35년 전통을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중국은 지난 15년 동안 아프리카의 가장 큰 무역 상대국이었다. 경제적으로 볼 때 중국이 아프리카를 필요로 하는 것보다, 아프리카가 중국을 필요로 하는 것이 더 컸다는 의미다. 하지만 지난 몇년 동안 부동산 시장 침체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중국 국영 개발사들에게 아프리카의 인프라 건설 수요는 활로가 되어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미국 등 서방이 과잉 생산을 지적하는 전기차와 태양광 패널 등 분야에서 중국은 아프리카로의 수출 시장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 '자원 무기화'를 통해 반도체 수출통제 등 미국의 대(對)중국 견제 조치에 대응하는 중국에게는 전 세계 광물의 30% 이상이 매장돼 있는 아프리카와의 광물 공급망 협력을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아프리카에서의 영향력 확대를 통해 서방을 견제하려는 의도도 있다. 아프리카는 2002년 유럽연합과 비슷한 '아프리카연합'을 결성해 55개 나라가 모두 가입했다. 국제무대인 유엔(UN) 총회에서 50표가 넘는 투표권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아프리카를 '내편'으로 만들면 국제적 발언권도 그만큼 힘을 얻을 수 있다는 뜻이다. 

중국이 외교 전략에서 아프리카를 최우선 순위에 두는 이유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013~2024년까지 10여년 동안 남아프리카만 총 4차례 방문했고, 작년에는 브라질 국빈 방문 후 귀국길에 모로코와 튀니지를 들르기도 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초 앙골라를 방문하며 현직 미국 대통령으로서 9년 만에 처음으로 아프리카 국가를 찾은 것과 대비된다.

왕 부장은 이번 순방을 통해 지난해 9월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아프리카협력포럼(FOCAC) 정상회의에서 약속한 아프리카 국가들에 대한 510억 달러 자금 등 대규모 지원 약속도 재확인할 전망이다. 중국·아프리카 발전문제 자문회사 루이나신(睿納新·Development Reimagined)의 한나 라이더 설립자는 "왕 부장이 올해 중국·아프리카 협력포럼의 공동 의장인 콩고를 방문하는 것은 작년 회의 결과를 이행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