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블루 경보] 우울감에 안 나가고 안 놀고 안 먹었다…내수부진 설상가상

2025-01-08 04:55
尹 탄핵 직후 숙박·오락·음식 신용카드 이용금액↓
심리지수도 하락…제주항공 참사 여파 커질 듯

서울 시내 한 전통시장에서 상인이 경제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대전시에 거주하는 직장인 김모씨(31)는 최근 외출을 줄였다. 연말연시 흉흉해진 사회 분위기 탓에 그나마 잡혀 있던 약속도 취소하고 귀가를 서두른 것이다. 그는 "연초 해돋이를 보기 위해 당일치기로 포항 여행을 떠나려 했지만 이마저 포기한 채 집에서 새해를 맞았다"며 "정치적 불안에다 사회적 참사가 겹치면서 우울한 기분이 계속되는 듯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12·3 비상계엄과 이에 따른 탄핵 정국으로 소비 심리가 점차 얼어붙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터진 무안공항 제주항공기 참사에 안 그래도 어려운 내수가 최악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형국이다.

7일 통계청 나우캐스트 지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셋째 주(20일) 전체 신용카드 이용금액은 1년 전보다 2.8% 늘었다. 전주 신용카드 이용금액이 1년 전보다 3.1% 감소한 것을 고려하면 일주일 만에 반등에 성공한 것이다.

세부적인 지표를 살펴보면 상황이 다르다. 숙박 서비스 이용금액은 전년 대비 8.3%, 오락·스포츠·문화는 5.9%, 음식·음료서비스는 0.3% 각각 쪼그라들었다. 식료품·음료 이용금액은 1.1% 늘었지만 전체 이용금액 증가율을 밑도는 수준에 그쳤다.

12·3 비상계엄 사태와 이에 따른 대통령·국무총리 탄핵으로 인한 탄핵 정국이 이어지면서 불안한 심리가 소비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난달 첫째 주(6일) 숙박 서비스 이용금액은 9.8%, 오락·스포츠·문화는 5.6%, 음식·음료서비스는 3.1% 각각 쪼그라들었다.

소비자심리지수(CCSI)도 급락했다. 경제 상황에 대한 소비자 심리를 종합적으로 나타내는 CCSI는 지난달 88.4로 전월 대비 12.3포인트 하락했다. 코로나19가 맹위를 떨치던 2020년 3월 이후 최대 낙폭이다.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으면서 기업 체감 경기도 악화하고 있다. 지난달 전산업 기업심리지수(CBSI)는 87.0으로 전월 대비 4.5포인트 하락했다. CBSI에 소비자동향지수(CSI)를 합성한 경제심리지수(ESI)는 9.6포인트 급락한 83.1에 그쳤다. 

문제는 지난달 말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여파는 아직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대체로 참사가 발생한 이후에는 한동안 소비가 크게 위축되는 경향을 보인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2014년 4월 소매판매액지수(불변) 증가율은 0.6%로 전월(2.0%) 대비 급감했다.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직후인 2022년 11월에는 2.3%, 12월에는 3.1% 감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