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이재명 자택·집무실 압수수색…휴대폰 확보 실패

2018-11-27 18:20
공소시효 내달 13일 끝나…기소여부 다음주에 결정될 듯
野 “집안싸움 적당히 해라” 비판…與, 출당·제명 못해 난감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7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 집무실로 들어가며 검찰의 압수수색 관련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른바 ‘혜경궁 김씨’ 트위터 계정사건을 경찰에서 넘겨받은 검찰은 이날 계정 소유주로 지목된 이 지사 부인 김혜경씨의 휴대전화를 확보하기 위해 자택과 집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사진=연합뉴스]
 

이른바 ‘혜경궁 김씨’ 트위터 계정 사건을 조사 중인 검찰이 27일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부부 자택과 경기도청 집무실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트위터 계정주로 지목된 이 지사 부인 김혜경씨가 사용하던 휴대전화를 확보하기 위해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그러나 단 1대의 휴대전화도 수거하지 못하며 사실상 증거 확보에 실패했다.

수원지검 공안부(부장검사 김주필)는 이날 오전 9시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 있는 이 지사 자택에 수사관들을 보내 아내 김씨가 사용했던 아이폰 등을 확보하기 위한 압수수색을 벌였다.

김씨는 2013년부터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사용하다가 2016년 7월 중순 아이폰으로 교체했다. 그러다 올해 4월에 ‘44’로 끝나는 자신의 휴대전화 번호가 인터넷에 올라와 욕설 메시지가 쏟아지자 아이폰에서 다른 휴대전화로 교체하고 번호도 바꿨다. 

이 때문에 ‘혜경궁 김씨’로 불리는 ‘정의를 위하여‘라는 트위터 계정(@08__hkkim)에 올해 4월 올라온 전해철 당시 더불어민주당 경기지사 예비후보가 ’자유한국당과 손잡았다’고 허위사실을 유포한 글이 아이폰에서 작성됐을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2016년 12월 올라온 문재인 대통령 아들 준용씨가 취업 특혜를 받았다는 명예훼손 글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수사당국은 김씨가 소유했던 아이폰을 찾지 못하고 있다.

김씨가 사용한 휴대전화 단말기가 4대로 알려진 만큼 검찰은 문제의 아이폰뿐 아니라 김씨 이름으로 된 다른 휴대전화도 모두 확보해 혐의를 입증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검찰은 아이폰은 고사하고 어떤 휴대전화 단말기도 확보하지 못하며 증거 확보에 실패했다.

집무실 결과도 마찬가지다. 수원에 있는 이 지사의 경기도청 집무실 압수수색은 이날 오전 11시 35분쯤부터 30분가량 이뤄졌다. 

집무실에는 수원지검 공안부 검사 1명과 수사관 3명이 압수수색영장 집행을 위해 아침부터 대기하고 있었지만 이 지사가 반차를 내 수색이 미뤄졌다. 압수수색 때는 당사자가 참관해야 한다. 

이 지사는 이날 오전 11시 31분쯤 도청에 도착해 기자들에게 “검찰이 일상적으로 하는 수사 활동이니 최대한 충실히 협조하고, 업무에 지장이 없게 하겠다”면서 “이 과정을 통해 사건 실체가 빨리 드러나 아내가 자유롭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날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이 지사는 지난 26일 수원시 경기도의회에서 열린 제332회 정례회 4차 본회의에 참석했을 때는 기자들의 쏟아지는 질문에 한 마디 답도 하지 않았다. 이후 자리에 앉아 휴대전화에 ‘이쁜마눌님’으로 저장된 번호로 전화를 거는 모습을 보였다.

공직선거법상 선거사범 공소시효는 선거일로부터 6개월로 ‘혜경궁 김씨’ 트위터 계정 사건은 오는 12월 13일 공소시효가 끝난다. 따라서 다음 주에는 기소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지난 19일 ‘혜경궁 김씨’ 트위터 계정 주인이 김씨라고 결론 짓고 김씨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김씨는 공직선거법 위반(허위사실 공표) 및 명예훼손 등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 압수수색이 한 차례 더 이어지면서 수색 성과와 상관없이 이 지사를 둘러싼 정치권 공방은 더 거세질 전망이다. 당장 야당은 이날도 이 지사와 정부·여당을 싸잡아 비판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탈당을 하든, 출당을 시키든, 서로 고소·고발을 하든 집안싸움은 적당히 하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 정성으로 경기도정과 국정운영, 예산안 처리에 만전을 기하라”면서 “민주당의 기득권 싸움에 국민은 이미 등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참배한 후 “청와대로 모든 권력이 집중된 것 같지만 오히려 청와대 권력이 무너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손 대표는 이 지사가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준용씨를 거론한 점을 꼬집어 “대통령과 청와대 권위를 무시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내에선 ‘이재명발’ 내홍이 심상치 않다. 특히 친문(친문재인) 의원들 사이에선 이 지사가 ‘선을 넘고 있다’는 비판이 쇄도하고 있다. 그러나 당 지도부는 당장 출당이나 제명 카드를 꺼낼 수 없어 난감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