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인사이트] 상생 절실한 여행업계, 정부가 나서야

2018-11-16 06:41
유일한 한국공정여행업협회 협회장

 

유일한 한국공정여행업협회 회장 [사진=한국공정여행업협회 제공]
 

“상생협력은 협력업체의 혁신성을 높여 대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중소기업과 대기업이 함께 성장하는 길이다. 우리 경제는 이제 ‘빨리’가 아니라 ‘함께’ 가야 하고, ‘지속적으로 더 멀리’ 가야 한다.”

지난 9일 서울 코엑스 별마당 도서관에서 진행된 '공정경제 전략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공정경제를 당연한 경제질서로 인식하고 정착시켜야 한다"며 강조한 말이다. 우리 경제가 새로운 도약을 하기 위해 추구해야 할 방향을 제시한 것이다.

아직까지 우리 경제가 '함께'가 아닌 '빨리'에 치중해 있어 그만큼 부작용이 많다는 뜻으로 읽힌다. 실제 우리는 ‘갑과 을’, ‘대기업과 중소기업’ 등으로 양분된 세상에서 한쪽의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며 성장해온 측면이 있다.

지난달 18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 전국에서 몰려든 택시운전기사 7만여명이 빨간 머리끈을 두른 채 ‘카풀 서비스 중단’을 촉구하는 집회를 연 게 대표적인 예다. 모바일 메시지 서비스 ‘카카오톡’을 중심으로 카카오택시 등의 플랫폼을 성공적으로 정착시킨 카카오의 새로운 승차공유 서비스 ‘카풀’ 출시 소식이 그 시발점이 됐다.

카카오 측은 “현행법 테두리 내에서 기획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에 주로 출퇴근 목적에 맞게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들고 있다”는 입장이다. 택시업계는 성명서를 통해 “신산업·공유경제·승차공유는 대단히 새로운 서비스인 것처럼 광고하지만 법의 맹점을 찾아 이익을 창출하려는, 사실상 일반인을 고용한 택시영업과 다를 바 없다”며 맞서고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누가 맞다 틀리다고 속단하기는 어렵다. 다만 하나 확실한 것은 카카오 측이 새로운 사업에 진출하면서 충분히 예상 가능한 생태계의 변화와 그 피해자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명분은 소비자를 내세우고 있지만, 결국 수익 사업의 일환인 것은 누구나 알 수 있는 사실이다. 그렇기에 관련 종사자들과 타협과 협의가 없었다는 점이 못내 아쉽다.

최근 여행업계에서 ‘홀세일 여행사’를 표방하는 하나투어, 모두투어 등 대형 업체와 그 대리점 및 중소 여행사 사이에서 갈등이 커지는 것도 같은 이유다. 하나투어와 모두투어는 지난해 ‘성탄절 항공 대란’ 이후 대리점들의 ‘예약 고객정보 입력’​ 시 전화번호를 필수적으로 등록하도록 시스템을 바꿨다. 기존에는 여행단 대표자 1인과 대리점 대표의 이름과 전화번호만 받아왔다.

홀세일 여행사들은 ​전화번호 수집에 대한 대리점의 항의에 국토교통부의 ​‘항공교통이용자 보호기준’에 따르고 있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항공교통이용자 보호기준의 항공사업법 제61조에 따르면 항공기가 지연이나 결항, 변경될 경우 ​항공사와 여행사는 전화 또는 문자메시지 등으로 ​승객에게 미리 알려야 한다.

이에 대해 대리점들은 홀세일 여행사에 대한 고객 전화번호 제공이 장기적으로 자신들에게 칼이 돼 돌아올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지금도 홀세일 여행사들이 수집한 고객 전화번호를 통해 개인에게 광고 문자를 보내 마일리지 적립이나 할인 이벤트 등을 미끼로 자사 홈페이지 회원가입을 유도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직판 본격화를 위한 수순이라는 판단이다.

앞서 열거한 업계 내 갈등의 공통점은 그 옳고 그름을 떠나 변화로 인해 중소 사업자들의 피해가 예상된다는 점이다. 변화를 요구하는 측은 큰 명분을 내세우고 뒤에서는 자신들의 잇속 챙기기에 급급한 상황이다.

문제는 이미 여행업계가 대형 홀세일 여행사로 인해 영세해질 대로 영세해졌다는 점이다. 대형업체들이 하청에 하청을 주고, 그 비용은 제대로 쳐주지 않다 보니 중소업체들은 인건비를 깎아가며 버티고 있는 형국이다. 실제 최근 국내 한 대형 홀세일 여행사 중국 총괄본부장인 A부사장이 홍콩 협력업체 사장인 B씨를 폭행하고 미수금 역시 지불하지 않아 수억원의 피해를 입혀 고소당하기도 했다.

이 같은 문제는 단순히 중소기업들의 도산으로 끝나지 않는다. 우리나라 관광산업 성장을 저해하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다. 여행상품이라는 게 다양성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일부 업체가 독점하다시피 하니 업체별로 일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국내외 모두 마찬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중소 여행업체들이 좋은 상품을 내놓아도 대형 업체들이 베끼기 일쑤이니 의욕마저 잃은 상황이다. 이웃나라 일본이 지난해 역대 최대의 관광객 입국이라는 기록을 세우는 동안 한국은 역대 최악의 역성장을 겪은 한 원인이기도 하다.

정부는 상생을 강조하고 있다. 그 어느 곳보다 이 말이 절실한 게 여행업계다. 정부가 여행업계의 부조리 척결에 적극적으로 나서 우리나라 관광산업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