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보복 두려워” 호소한 피해자 딸…여가위, 가정폭력 대책 촉구

2018-10-30 18:07
강서구 살인사건 피해자 딸 참고인 출석
“피해자 신변 보호 법 개정 필요” 호소

30일 국회 본청에서 열린 여성가족위원회의 여성가족부,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 한국건강가정진흥원, 한국여성인권진흥원 등을 대상으로 한 국정감사에서 참고인으로 나온 가정폭력 피해자 유가족의 신변을 보호하기 위해 가림막이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는 30일 여성가족부를 상대로 한 국정감사에서 최근 사회 이슈로 떠오른 가정폭력 문제를 집중적으로 점검했다. 

여가위 국감에는 이날 서울 강서구 등촌동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전 남편에게 살해당한 피해자(47)의 딸 A씨가 참고인 자격으로 출석했다. 비공개 출석을 요청한 A씨는 가림막 뒤에서 음정변조를 통해 증언했다.

사고가 발생한 뒤 “아빠를 엄벌해 달라”며 청와대에 청원 글을 올렸던 딸은 이 자리에서 “지금도 보복의 두려움 속에 살아가고 있다”며 “피해자의 신변을 보호할 수 있는 법 개정을 시급하게 해 달라. 유가족을 국가가 돌봐주는 실질적인 법이 되었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A씨는 “그 동안 (아버지의) 지속적인 협박과 가해가 있었다”며 “(돌아가신) 어머니가 6번이나 장소를 옮겼지만, 소용이 없었다. 보복이 두려워서 경찰에 신고 못한 적도 많았고, 경찰로부터 실질적인 도움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경찰에 신고해도 아버지가 두 시간 만에 풀려나 집에 돌아와 집기를 던지며 가족을 밤새 괴롭히기도 했다"고 전했다.

A씨의 호소를 들은 여야는 가해자로부터 피해자의 정보를 보호하는 등 가정폭력 재발방지 대책을 한목소리로 촉구했다.

‘여성전문가’이자 더불어민주당 여가위 간사인 정춘숙 의원은 “경찰은 2015년에도 피해자가 심각하게 폭행을 당했는 데도 처리를 제대로 하지 않았고, 이듬해 흥신소를 통해 찾아와 협박하는 데도 물리적인 폭력이 없다는 이유로 가해자를 돌려보냈다”면서 국가 공권력이 아무런 기능을 하지 못했다는 점을 질타했다.

신경민 민주당 의원은 “강서구 전처 살인사건을 쭉 들여다보면 피해자 정보 보호에 대한 제도적인 맹점이 너무 많이 드러난다”며 피해자와 가해자를 분리하고 가해자가 피해자 정보를 알 수 없도록 하는 등의 피해자 보호 조치 마련을 요구했다.

김현아 ​자유한국당 의원은 특히 가정폭력으로 피해를 본 학생의 경우 친자라는 이유로 학교 등이 피해자 정보를 쉽게 알려주는 등 관련 정책에 구멍이 뚫려있다는 점을 짚으며 “경찰이 피해자 신고를 가족이라는 이유로 지나쳐 끔찍한 사건이 일어난 만큼 피해자 정보 보호책을 마련해 이런 사태를 미연에 방지해달라”고 말했다.

윤소하 ​정의당 의원은 “이번 사건을 비롯해 여성 대상 강력범죄는 연령과 지역을 불문하고 끊이지 않고 있다”며 “강력한 여성폭력 근절 대책이 필요하며, 실질적으로 작용하는 제도를 마련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한다”고 주문했다.

진선미 장관은 이번 사건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을 표하며 “또다시 이런 사건이 반복되지 않도록 관련 제도를 샅샅이 정비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진 장관은 “관련 법과 제도 정비를 위해 노력하겠다”면서 “피해자 중심 보호 조치 부분을 조금 더 정밀하게 점검하고 확인한 뒤 조치를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전혜숙 여가위원장은 “예고된 범죄나 살인을 알면서도 가정폭력은 ‘집안일’이라고 치부하는 건 심각한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법 개정과 피해자에 대한 국가 차원의 확실한 보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