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시도 때도 없이 붉어지는 ‘안면 홍조증’ 어찌하나
2018-10-30 20:21
얼굴이 시도 때도 없이 수시로 붉어지며 화끈거리는 것이 주 증상인데, 심한 경우에는 통증도 동반되며 주사(일명 딸기코)로 진행되기도 한다. 백인에게서 많이 나타나는 질병이라고 알려져 있는데, 실은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국내에도 실제 많은 환자가 있으며, 또한 국내 피부과 학회의 보고에 의하면 그 수가 매년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그 괴로운 증상들이 상상 이상으로 심각해 본인에게는 극심한 형벌과도 같아서 사회생활을 원활하게 유지하기 어려워 직장을 포기하거나 소외되며, 심지어는 우울증에 이르게 되기도 한다고 한다. 더욱이 이러한 증상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심해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렇게 국제적인 난치성 질환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그 발병 원인이나 악화요인 등이 전혀 밝혀져 있지 않으며, 따라서 뚜렷한 치료방법도 정립돼 있지 못한 상태다. 그래서 환자들은 증상만이라도 완화시키기 위해 진정제나 항우울제 혹은 심장안정제 등을 복용하거나 안면 레이저 시술을 받기도 하고 또한 진하게 화장을 하며 하루하루를 힘겹게 지내고 있다.
그런데 이 홍조증의 병태생리와 유일하게 깊은 관련이 있다고 알려져 있는 것이 자율신경계 중 하나인 교감신경이다. 그래서 서양에서는 수십년 전부터 안면에 영향을 미치는 교감신경을 일부 절단해 그 기능을 부분적으로 저하시킴으로써 홍조 증상을 호전시키는 치료를 해오고 있다.
그러나 안면 홍조가 발생하고 악화되는 데 있어 교감신경의 명백한 역할은 미지수이며, 따라서 교감신경절단술로 호전되는 정도나 그 이유도 알지 못한다.
서양에서 발표된 많은 연구논문들에서는 일관되게 안면 홍조증에 대한 교감신경절단술의 효과가 85~95%라고 높게 보고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큰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즉, 85~95%의 환자에서 안면 홍조증이 완치되는 것이 아니며, 증상이 조금이라도 호전되는 증례가 85~95%였을 것이라는 점이다. 또한 거의 모든 환자에서 보상성 다한증이라는 괴로운 증상이 발생하게 된다. 이러한 이유로 아직까지는 홍조증과 관련해 가장 장기적이며 효과적인 치료가 교감신경절단술이기는 하나, 이를 적용할 시에는 환자의 상황을 충분히 고려한 세심한 주의가 필요한 것이다.
필자는 지난 수개월 동안 40여명의 안면 홍조증 환자에게 교감신경절단술을 시행했다. 홍조의 증상은 감정 홍조·온도 홍조·평시 홍조 그리고 주사 등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수술 결과 대부분의 환자에게서 공통적으로 존재하는 감정 홍조 부분에 특히 탁월한 치료 효과가 있음을 확인했다. 그리고 반대로 생각해 보면 감정 홍조 이외의 홍조 증상들은 교감신경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거나 혹은 적은 것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필자는 보상성 다한증을 최소화하는 교감신경절단술을 개발했으며, 이상의 경험으로 감정 홍조가 주된 증상인 환자들을 대상으로 보상성을 예방하는 술식을 동시에 시행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최첨단의 치료법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