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국가유공자라도 탈영 이력 있으면 현충원 안장 불가"

2024-04-14 13:52
국립묘지 안장 비대상 취소 소송서 원고 패소
"무단이탈 10개월…정당화할 다른 사정 없어"

서울 서초구 서울가정법원·서울행정법원 전경 2023.06.12[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6·25전쟁에 참전한 것을 비롯해 각종 공로를 인정받아 여러 훈장을 받은 국가유공자라도 탈영한 이력이 있다면 국립묘지 안장 대상자로 인정할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김순열 부장판사)는 A씨 유족이 국립서울현충원장을 상대로 낸 국립묘지 안장 비대상 결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A씨는 6·25전쟁에 참전해 화랑무공훈장과 충무무공훈장 등을 받았다. 제대 후에는 외교부 장관·국무총리 비서실에서 근무한 공로를 인정받아 홍조근정훈장도 받았고 1988년엔 국가유공자로 등록됐다.

그가 사망한 후 유족은 현충원에 안장을 요청했지만 현충원은 A씨가 탈영한 이력을 문제 삼아 안장 비대상자로 결정했다. 국립묘지법은 '안장대상심의위원회가 국립묘지의 영예성(榮譽性)을 훼손한다고 인정한 사람은 국립묘지에 안장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A씨 유족은 각종 훈포장 수훈 이력과 제대 후 공직 경력 등을 고려하면 A씨가 탈영했다는 병적 자료는 신뢰할 수 없는 단순 오기에 불과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A씨가 약 9개월간 탈영했다가 복귀하는 등 총 10개월간 부대를 이탈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보고 현충원 측 처분이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망인의 희생과 공헌만으로 보면 국립묘지 안장 대상자의 자격 요건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고 볼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군복무 기간 부대를 무단으로 이탈한 기간이 약 10개월로 결코 짧다고 보기 어렵고, 이탈을 정당화할 만한 다른 특별한 사정이 확인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망인을 국립묘지에 안장하는 것은 국가나 사회를 위해 희생·공헌한 사람이 사망한 후 그 충의와 위훈의 정신을 기리며 선양함을 목적으로 하는 국립묘지의 설치·운영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