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롯데그룹의 경영비리·뇌물공여 사건을 병합한 항소심에서 피고인 9인 전원이 무죄 혹은 집행유예 선고를 받고 석방됐다.

서울고법은 5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포함한 피고인 9명에 관해 선고를 내렸다. 신격호(96) 롯데그룹 명예회장은 고령의 나이와 건강상의 이유로 다른 피고인들과 달리 가장 먼저 선고를 받았다.

2심을 맡은 서울고법 형사8부(강승준 부장판사)는 신 명예회장의 상태를 살피기 위해 이름과 나이 등을 질문했다. 신 명예회장은 자신의 이름은 말했지만 나이는 답하지 못해 대리인이 잊어버렸다고 대답했다. 롯데그룹 경영비리 혐의 등으로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은 신 명예회장은 항소심에서 징역 3년과 벌금 30억원으로 감형받았다. 또한 벌금을 납입하지 않으면 1000일간의 노역에 처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재판부는 신 명예회장이 고령인 점을 들어 법정 구속은 하지 않았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항소심에서 1심을 깨고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고 8개월 만에 석방됐다. 재판부는 신 회장의 명시적 청탁은 보기 힘들지만 묵시적 청탁의 혐의는 인정된다고 설명하며 유죄 판단의 가능성을 높였다. 다만 양형이유의 설명 과정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원을 요구했고 신 회장이 이에 수동적으로 따른 점을 참고해 강요로 인한 의사결정의 자유 침해를 인정했다. 또 지원한 K스포츠 재단의 배후에 최서원(최순실)이 있다는 사실을 몰랐으며 자금의 사용 목적도 알수 없는 상황인 점을 미뤄 양형에 참조했다고 밝혔다.

경영비리와 배임수재 혐의로 기소돼 수감 중인 신영자(75) 롯데장학재단이사장도 실형 판결이 파기되고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이 선고돼 석방됐다. 재판부는 신 이사장이 과거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고, 배임수제 금액 전체를 공탁해 피해회사들의 금전적 피해를 회복한 점을 참고해 이 같은 판결을 내렸다고 전했다. 또 경영비리 사건과 관련해서 신 이사장의 가담정도도 중대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부당급여 지급 건으로 기소된 신동주(64)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서미경씨도 무죄가 선고됐다.

총수 일가 외 나머지 고위 임원인 채정병 전 롯데그룹 지원실장은 무죄를 선고받았고 황각규, 소진세, 강현구 사장단에 관한 검사의 항소는 모두 기각됐다.

롯데그룹은 재판결과가 나온 직후 입장문을 통해 "그간 원활하게 진행되지 못했던 일들을 챙겨 나가는 한편, 국가 경제에 이바지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이 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같은 날 오후 5시 15분 서울 구치소를 나온 신 회장은 취재진에게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앞으로 더 열심히 일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라고 말한 뒤 대기하고 있던 차량에 타고 현장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