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유·석방 기로에 선 신동빈…롯데 오늘 '운명의 날'

2018-10-05 00:00
총수부재 8개월 롯데, 신 회장 석방에 집중…2심 선고 주목
노조 등 탄원서 제출…석방시 투자ㆍ채용 등 그룹 개혁 속도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 뇌물공여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년6개월 실형을 받고 법정 구속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7월 18일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속행공판에 출석하며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항소심 선고가 5일 열리는 가운데 그룹 안팎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앞서 신 회장은 뇌물공여 혐의에 대해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아 법정구속됐다. 신 회장은 이번 항소심에서 청탁이 아닌 강요의 정황을 내세우며 석방을 노리고 있다.

4일 법조계와 재계의 관심이 5일 열리는 신 회장의 항소심 판결여부에 쏠렸다. 신 회장의 판결 여부에 따라 재계 5위 롯데그룹의 운명도 갈릴 전망이다. 신 회장은 지난 2월 구속 수감된 이후 8개월이나 총수 자리를 비웠다. 이 때문에 롯데그룹으로선 대규모 투자계획이나 인수합병 건이 올스톱된 상태다.

이번 항소심은 경영비리와 국정농단 사건을 병합해서 진행된다. 경영비리 사건은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아 국정농단 사건에 무게감이 더 실린다.

항소심 선고의 쟁점은 신 회장이 롯데면세점 특허 취득을 위해 청와대에 청탁을 했는가 여부다. 롯데그룹은 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지원했는데 이 재단의 실제적 지배자가 국정농단의 핵심인물로 꼽히는 최순실씨로 밝혀지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검찰에서는 재단에 지원한 금액과 일련의 과정을 종합해 롯데그룹이 면세점 재취득을 위한 묵시적 청탁 행위로 봤다. 반면 롯데그룹은 70억원의 지원이 순수한 기부행위이며 청탁과는 관련이 없다는 다양한 정황을 제시하며 검찰과 맞섰다. 검찰은 지난 8월 신 회장에게 징역 14년을 구형했다. 검찰의 항소심 구형량은 1심과 같다.

롯데그룹은 상황이 긴박한 만큼 앞선 대응전략과는 방향을 달리했다. 1심에서는 혐의를 부인하며 무죄전략으로 나섰지만 2심부터는 신 회장의 석방을 우선순위로 삼고 집행유예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또 롯데노동조합협의회, 한국노총 산하 전국관광·서비스노동조합연맹 집행부 총 19명 명의로 된 탄원서도 제출하면서 사회 각계의 여론도 지원군으로 활용하고 있다.

신 회장의 선고 결과에 따라 롯데그룹의 운영방향도 큰 전환이 예상된다.

우선 신 회장이 석방된다면 경영 정상화와 그간 중지됐던 대규모 투자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신 회장은 앞서 2016년 10월 경영비리 관련 검찰수사가 끝나자 롯데그룹 개혁안을 통해 대규모 투자와 준법경영을 약속했다.

이 개혁안은 최소 5년간 진행되는 프로젝트로 아직 실현되지 못한 투자와 신규채용에 관해서 더욱 가속도가 붙을 가능성이 크다. 롯데그룹에 따르면 신 회장의 구속으로 최근 1년 간 11조원에 달하는 국내외 인수합병 건이 무산되거나 연기됐다. 또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에서 야심차게 추진하는 남방정책도 속도가 더뎌졌다.

경영권 분쟁으로 촉발된 롯데그룹의 지배구조 개선작업과 투명화에도 더욱 박차를 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롯데그룹은 앞서 그룹의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한국 롯데의 중간지주회사 격인 호텔롯데 상장을 꾸준히 추진해왔다. 이는 일본롯데의 지분율을 낮추고 장기적으로 롯데그룹의 투명성을 높이는 작업이다.

롯데그룹에 산적한 중요과제가 우선 정리되면 국내 신뢰도 회복 차원에서 대규모 채용도 병행할 것으로 관측된다. 신 회장은 공판 변론에서 자신이 경영에 복귀한다면 국내 채용을 위해 대규모 투자를 감행할 의지가 있다고 꾸준히 피력했다.

신 회장의 석방과 반대로 구속이 유지된다면 롯데그룹의 셈법은 복잡해진다. 원심의 판단이 유지된다면 신 회장은 대법원 선고 때까지 최장 6개월의 수감생활을 더 해야 한다.

신 회장의 수감 시 롯데그룹에서 추진하는 여러 가지 사업도 이전과 마찬가지로 지지부진한 상태로 남는다.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비상경영위원회의 운영이 계속되겠지만 인수합병과 투자에 관한 핵심 사안의 결정에는 무리가 따른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또 롯데면세점의 사업축소와 투자자들의 투자심리 위축도 뒤따를 것으로 분석된다. 시시때때로 경영권 탈환을 노리는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의 주총대결 연장도 롯데그룹 입장에서는 성가신 부분이다.

재계 관계자는 "정치와 재계 모두의 이목이 쏠려 재판부에서도 신중한 판결을 내릴 것 같다"며 "롯데그룹 입장에서는 유무죄 여부를 떠나 우선 총수의 복귀가 가장 시급한 과제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