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남북정상회담] 北 리 부총리, 이재용에 "여러가지 측면서 아주 유명한 인물이던데"

2018-09-18 20:16

[사진=평양공동취재단·영상 스크린샷 캡쳐]

"현재 북남관계 중 철도협력이 제일 중요하고 제일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1년에 몇 번씩 와야 할 겁니다".

평양에서 열리는 제3차 남·북 정상회담 첫날인 18일 평양을 방문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 남측 경제인 17인을 만난 리룡남(58) 북한 내각 부총리가 오영식 한국철도공사 사장에게 건넌 말이다.

이날 오후 평양시 중구역에 위치한 인민문화궁전 111호에서 우리측 경제인 대표단과 리 부총리를 비롯한 북측 경제담당 관료들의 환담이 이뤄졌다.

이 자리에서 오영식 한국철도공사 사장이 리 부총리에 "처음 (평양에) 오는데 비행기를 타고 왔다"며 "철도공사 사장이 기타를 타고 와야 하는데, 남북관계 개선이 되고 한반도 평화가 정착돼 철도도 연결됐으면 좋겠다"고 인사를 건네자 리 부총리는 "현재 북남 관계에서 제일 중요하고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철도협력"이라고 화답했다.

아울러 리 부총리는 "앞으로 (오 철동공사 사장이) 1년에 몇 번씩 와야 할 거라고" 말해, 북한이 남북경협에서 철도·도로 협력에 큰 의지가 있음을 보여줬다.

리 부총리는 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도 "우리 이재용 선생은 여러가지 측면에서 아주 유명한 인물이던데"라며 "평화와 변영, 통일을 위해서도 유명한 인물이 되시기를 바란다"고 말해 좌중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이는 현재 국정농단과 관련해 뇌물공여 혐의로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것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인다.

이에 이 부회장이 웃으며 "알겠다"라고 말하는 등 분위기는 부드러웠다.

이날 환담 자리에 참석한 북측 인사는 리 부총리 외에도 방강수 민족경제협력위원회 위원장, 조철수 민족경제협력위원회 부위원장, 김윤혁 철도성 부상, 박호용 국토환경보호성 부상, 황호영 금강산국제관광특구 지도국장 등 총 6명이다.

현재 김정은 정권의 경제정책 실행을 관장하는 총책임자는 박봉주 내각 총리로, 리 내각 부총리를 비롯한 9명 가량의 내각 부총리가 박 총리 휘하에서 각 정책 분야를 담당하고 있다.

리 부총리의 경우 대외 경제협력 분야를 총괄하는 전문가라는 점에서 우리 경제인들과 향후 남북 경협 방안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리 부총리와 우리 경제인 대표단은 문재인 정부가 구상하는 한반도 신경제지도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고, 북한의 정책과 여건 등에 대한 실질적 가능성을 확인했을 것으로 보인다.

방북 전부터 관심을 모았던 리 부총리는 김정일 국방위원장 때부터 승승장구하며 대외 경협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로 전해진다.

특히 베이징외국어대학 출신으로 중국에도 인맥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남·북 경협에 물꼬가 트일 경우 중국으로까지 협력확대를 기대할 수 있다.

그는 특히 2001년 무역성(현재의 대외경제성) 부상을 거쳐 2008년 48세의 나이로 장관급인 무역상에 올라 최연소 상(장관)이 됐을 만큼 능력을 인정받은 인물이다.

이후 북한은 무역성과 합영투자위원회, 국가경제개발위원회 등 대외경협 담당 기관을 통합, 내각에 '대외경제성'이라는 새 부처를 만들었는데 리룡남은 그 수장인 대외경제상도 맡았다.

국내 재계 총수들과 리 부총리의 만남을 계기로, 향후 우리 기업의 대북사업 영역에 어떤 변화가 올지도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이날 면담에 참석한 우리측 인사들은 김현철 청와대 경제보좌관과 구광모 LG 회장, 김용환 현대자동차 부회장, 김종갑 한국전력공사 사장 ,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신한용 개성공단기업협회 회장, 안영배 한국관광공사 사장, 오영식 코레일 사장,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재웅 쏘카 대표, 장병규 4차 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 최정우 포스코 회장, 최태원 SK 회장, 한무경 한국여성경제인협회 회장,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다.

2000년 첫 남북정상회담 때는 손병두 당시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 등 경제관련 특별수행원들이 정운업 당시 민족경제협력연합회(민경련) 회장 등을 만났다.

2007년 2차 정상회담에서는 대기업 대표 간담회에 한봉춘 내각 참사를 단장으로 장우영 명승지종합개발지도국장, 조현주 민경련 책임참사 등이 참석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