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자금 대출받아 집 사는 '갭투자'도 원천차단

2018-09-16 19:00
금융당국 부동산 대출 죄기 17일부터 본격화

정부의 9·13 부동산대책 발표 후 첫 주말인 16일 오전 서울 송파구의 부동산 중개사무소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금융당국이 9·13 부동산 대책 후속 조치로 주택 관련 대출 조이기를 본격화한다. 다주택자와 고가주택 매입자들을 겨냥해 부동산 시장으로 흐르는 돈줄을 끊겠다는 것이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대책 발표 바로 다음 날인 14일 전 금융권 여신담당자들에게 이번 대책을 설명하고 대책에 담긴 대출규제 방안을 즉각 시행한다는 방침을 전달했다. 당장 17일부터 은행 등 금융기관의 대출 문턱이 높아지게 된다.

우선 이번 대책으로 2주택자의 규제 지역 신규 주택담보대출은 금지되고, 1주택자도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예외를 인정받거나 이사를 위해 추가 대출을 받으려면 2주택자는 한 채를 당장 처분해야 하고, 1주택자도 2년 내 처분하겠다고 약정해야 한다.

약정을 위반하면 향후 3년간 주택 관련 대출이 제한되며, 신용정보원에 약정 위반자라는 정보가 남아 다른 금융기관에도 공유된다.

금융당국은 일선창구에서의 대출 취급도 소극적으로 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규제가 강화되고 예외 규정이 한층 복잡해진 데다 금융사에 확인 의무까지 부과돼서다.

공적 보증기관인 주택금융공사와 주택도시보증공사가 2주택 이상에는 전세대출 보증을 제한한다. 즉, 신규는 중단하고, 기존 전세보증은 1회(통상 2년)에 한해 연장해주되, 기존 1주택 초과분을 2년 안에 처분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다주택자는 신규 공적보증 공급 대상에서 원천 배제된다. 지금까진 전세보증은 주택보유 수와 무관하게 제공됐다. 이는 주택을 두 채 이상 갖고도 본인은 전세로 살면서 전세자금대출을 받는 다주택자들을 겨냥한 조치다. 이들은 이번 전세대출 만기 시점에 대출을 갚든가, 다음 만기 전에 집을 팔아서 다주택자 지위에서 벗어나든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사실상 집을 처분하지 않으면 보증을 회수하겠다는 의미다.

은행들은 보증이 없으면 전세대출을 취급하지 않는다. 금융당국은 서울보증보험(SGI) 보증으로 우회할 가능성이 있어 SGI에 이를 받아주지 않도록 요구한 상태다.

금융당국은 일부 다주택자들이 자신은 전세로 살면서
전세자금대출을 받아 여유자금을 활용해 갭투자를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대출이 최근 부동산 시장 불안 요인이므로 원천차단하겠다는 것이다.

다주택자는 신규 전세대출 보증 공급을 제한하고 기존 보증 이용자도 1회만 연장하는 등 제한을 건 만큼 최대 4년 안에는 전세대출을 받는 다주택자가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갭투자자와 원정투자자 역시 양도소득세에서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을 받지 못하게 돼 타격을 받게 된다.

금융당국은 이번 대책에서 임대사업자대출에 담보인정비율(LTV) 40%를 새로 도입했다. 신규 대출부터 적용되는 게 원칙인데, 기존 대출 단순 만기 연장도 신규 대출로 간주한다.

다만, 기존에 LTV 최대 80%까지 이용하던 대출을 1∼3년 만기가 돌아왔다고 갑자기 40%로 줄이지는 않을 방침이다. 은행들을 통해 만기 때마다 일부 조기상환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LTV를 낮추는 방안이 거론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자기자본은 적은데 대출에 의존해 '똘똘한 한 채'를 무리해서 사들였다가 이자 부담이 커진 차주, 살던 집값이 올라 종부세 부담이 커진 차주 등이 먼저 매도를 고려할 것"이라며 "사실상 앞으로 은행 돈을 빌려서 추가로 주택을 구입하는 것은 힘들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