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父 "내 손으로 이영학 못 죽인 게 한…2심 판단 믿을 수 없어"

2018-09-10 11:09
"조사한 적 없는 이영학 성장과정 어떻게 아느냐…2심 공판 형식적 신문에 그쳐"

딸의 동창인 중학생을 성추행하고 살해한 혐의로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은 이영학이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 출석을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딸의 친구를 성추행하고 살해한 혐의로 1심에서 사형 선고를 받은 '어금니 아빠' 이영학(36)이 항소심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형된 가운데, 피해자의 아버지 김모씨가 " 내 손으로 (이역학을) 죽이지 못한 게 한스러웠다"고 밝혔다.

김씨는 10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마음이 아프다. 무엇보다도 재판 과정이 잘못된 것 같아서 너무나 억울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앞서 서울고법 형사9부(부장판사 김우수)는 지난 6일 이영학의 선고 공판에서 1심을 파기하고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피고인은 어려서부터 정서적, 경제적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살아온 탓에 왜곡된 사고와 가치체계를 갖게 됐고 여러 잔혹한 범행을 저질렀다"며 "피고인을 이성적이고 책임감 있는 사람으로 취급해 사형을 선고한 것은 가혹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이에 대해 "2심에서는 이영학의 성장 과정을 조사한 바도 없고 알 수가 없는데 어떻게 그 성장 과정을 이야기를 하는지 이해가 안 됐다"며면서 "누구나 다 재판장에서 울면 감형 사유가 되는 것이냐"고 물었다.

이어 김씨는 "공판 과정에서 아무런 질문이 없었다. 신문을 하거나 물어본 내용들이 없다. 2심 판단을 믿을 수가 없다"며 "'살인 당시에 수건이 왜 있었느냐' 등 자세하게 물어보지는 않고 거의 그냥 몇 마디에 그치는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이영학이 재판부에 10여 차례 제출한 "딸을 위해 목표 있는 삶을 살고 싶다" 등의 내용이 담긴 반성문에 대해 김씨는 "자기네들은 살인을 저지르고 목표 있는 삶을 살겠다? 그럼 내 딸을 뭐가 되는 거냐. 말이 안 된다"고 토로했다.

김씨는 "제일 힘든 건 아이와 일상생활에서 같이 해 왔던 일들이다. 외식을 하러 갈 때나 놀러 갈 때나 아이와 갔던 곳들을 지나가면 (딸이) 떠오르고 너무나 힘들다"며 "나라 같지 않은 나라에서, 내 아이를 지켜주지도 못하는 나라에 산다는 게 너무나 싫다"고 말했다.

이영학은 지난해 9월 딸의 초등학교 동창인 김모양을 자신의 집으로 유인해 수면제를 먹인 뒤 성추행 및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