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평규 칼럼] 한국의 바이오 기업 중국 진출 모델
2018-09-11 06:00
한국은 기술, 중국파트너는 자금·마케팅·인허가 담당 등 모델 바람직
지난 6월 미국에서 열린 '2018 바이오 인터내셔널 컨벤션' 행사에는 중국기업들이 사상 최대 규모로 참여했다. 세계 바이오 기업 역시 중국에 관심을 두고 있다. 이유는 구매력이 뒷받침되는 중국의 거대한 시장 때문이다.
개혁·개방 이후 중국은 제조업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두각을 나타냈다. 하지만 시간이 오래 걸리고 융복합 기술이 풍부해야 성과를 낼 수 있는 바이오 분야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중국과 한국 등 해외 각국이 너도나도 바이오 산업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삼는 이유는 분명하다. 고령화 사회가 다가오면서 노인성 질환이 증가하고 줄기세포치료, 유전자 분석과 치료, 세포치료, 재생의학 분야의 의료서비스 수요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이미 전 세계 주요 바이오 업체들이 진출해 각축을 벌이는 '총성 없는 전쟁터'가 되고 있다. 한정된 자원과 자금, 그리고 기술을 가진 우리의 바이오 기업들이 단독으로 중국에 진출하기에는 어려움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중국을 타깃으로 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지리적으로 가깝고, 잠재력 높은 거대 시장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기업들은 어느 정도 중국의 문화와 상관습에 익숙하다. 문화적 차이로 선진국 기업이 어려움을 겪는 반면, 우리기업들은 서방기업들이 가지지 못한 실패 경험과 중국 시장에 대한 이해도 등이 경쟁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가장 추천할 만한 중국 진출 모델은 자체의 기술이 있는 것이다. 다만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먼저 서방의 바이오 기업과 기술 합작을 진행하고, 중국파트너는 투자 자금과 대관 업무 및 마케팅을 책임지는 형태로 중국 현지에서 합작(合作)을 하는 것도 괜찮다. 즉, 한국은 기술을 내놓고 중국파트너는 자금과 중국 현지 마케팅을 책임지는 구조다. 아니면, 중국파트너가 한국에 있는 기술을 가진 한국 바이오 기업에 자금 투자를 하고, 중국 내 인허가 업무 및 마케팅을 담당하는 모델도 긍정적이다.
처음부터 화학적으로 섞이는 합자(合資)보다, 계약에 의해 언제든지 갈라설 수 있는 방법인 합작(合作)이 초기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일정기간 파트너와 사업을 진행하다가 신뢰가 쌓이면 서로가 화학적으로 섞이는 합자를 하면 된다.
중국에 진출할 때, 지역적 특성과 상관습 등을 제외하고 또 고려해야 할 것은 ‘부동산’이다. 의료나 바이오 산업이라고 해서 중국 부동산 동향을 숙지하지 않고 진출하는 것은 곤란하다. 바이오 공장을 짓거나 연구소를 만들 때도 항상 부동산 투자를 전략적인 체크 포인트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중국에 진출한 많은 기업들이 사업에는 실패했어도, 투자 시 취득한 부동산이 올라 손실을 만회한 경우가 많다는 사실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중국 사업에서 중요한 것은 회사 내부적으로 중국을 제대로 이해하는 인재가 있는지 반드시 점검해야 한다. 중국어 능통은 물론이고 현지의 문화 및 상관습에 정통하며, 업무의 추진에 대한 진정성과 열정을 갖추고 있는지를 점검해야 한다. 중국은 가깝지만 엄연히 외국이다. 예상하지 못한 함정과 변수가 많다. 경험이 적더라도 승부근성과 인품을 갖춘 사람을 배치해야 한다.
바이오 같은 의료 사업은 인간의 생명과 직접 관련이 있는 분야다. 일차적 목표는 돈보다도 인간의 건강과 행복한 삶에 기여한다는 정신이 앞서야 한다. 이런 정신을 가지고 있으면 위기가 오더라도 극복할 수 있는 동력이 된다. 거대한 바이오 시장이 열리기 시작하는 중국! 지금이 진출의 적기다.
조평규 중국연달그룹 수석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