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평규 칼럼] 중국은 겸손해져야
2018-09-04 06:20
'G2' 부상한만큼 걸맞는 국격 갖춰야
중국은 개혁·개방 이후 20여년간 대외 외교 전략의 기조는 덩샤오핑(鄧小平)의 지시대로 ‘도광양회(韬光养晦, 어둠속에서 빛을 감추고 실력을 기른다)’ 였다. 하지만 시진핑(習近平) 집권 이후 ‘대국굴기(大国崛起, 큰 나라로 일어서다)’를 내세워 위대한 중화민족의 부흥을 주창함으로써 주변국은 물론 강대국의 견제를 받고 있다.
‘중국몽’을 앞세운 ‘시진핑 1인 체제’ 구축을 바라보는 세계의 눈은 곱지 않다. 중국의 개혁·개방은 경제적인 성취 못지 않게 인민들에게 정신적 자유를 가져다 줬지만, 이제 다시 ‘언론을 통제하거나 감시하는 체제로 전환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사고 있다.
경제적 관점에서 중국이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주요2개국(G2)'으로 부상하면서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으나, 강대국의 위상에 걸맞는 국격(國格)을 갖췄다는 평가는 받지 못하고 있다. 또한, 세계로부터 매력적인 나라로 비치기를 바라는 의도에서 소프트파워를 내세우지만, 경제력 및 군사력 등 하드파워만 곳곳에서 커지고 있다.
중국인 관광객은 세계 어디를 가도 넘쳐난다. 하지만 그들이 다녀가는 곳곳 곱지 않은 시선이 뒤따르는 건 사실이다. 공공장소에서 큰 소리로 떠들거나 쓰레기 투기 등 일부 유커(遊客) 들의 에티켓 문제가 매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최근엔 베트남을 여행하는 중국인들도 현지에서 제대로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급속한 경제적 성장에 걸맞은 소양과 품격을 갖추지 못한 것이다.
중국은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의 한국내 배치를 문제 삼아, 우리 정부와 한국 기업에게 보복을 가해 한국인에게 깊은 상처를 줬다. 아직까지도 그 후유증은 곳곳에 남아있다. 중국에게 득보다 실이 많을 것이라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중국 지방정부 관료들은 각종 우대 조건을 내걸고 한국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온갖 감언이설로 유혹했다. 그러나 투자가 이뤄지고 난 뒤 제대로 돌봐주지 않아 기업들이 실패하는 경우가 많았다.
중국이 경제대국으로 부상하는 데에는 제조업과 무역에 강한 한국이 큰 도움이 됐다. 하지만 최근 중국에는 한국 정부와 한국 기업들을 우습게 보는 풍조가 만연하고 있다. 한국 상품이나 방송, 드라마를 통째로 뺏겨도 중국인들은 아무런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 중국 정부도 지적재산권 침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통제를 하는데 미온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힘이 세다고 해서 이웃을 힘으로 압박하는 것은 하수의 전략이다. 세계는 모바일로 연결되어 있는 시대다. 중국의 오만은 때로는 하루 아침에 역풍을 가져다 줄 수 있다. 개인이나 국가를 막론하고 이웃이나 남의 나라를 무시하거나 교만해지면 결국 퇴락의 길을 걷게 되어 있다.
지난 7월 중국 지린대 경제학원 및 금융학원 리샤오(李曉) 원장은 ‘국가와 개인의 운명’이라는 졸업식 축사에서 '미중 무역전쟁'에 대해 진단하고 중국에 자성을 요구했다. 이 축사는 중국인들이 귀담아 들어야 하는 충고로 작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대국의 길을 걷고 있는 중국은 G2 위상에 걸맞는 국격을 갖춰야 한다. 규모와 숫자의 크기가 아닌, 인류 보편적 가치인 자유·평화·인권·도덕·겸손 등을 존중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특히, 진심이 배여 있지 않는 전략적 겸손은 상대를 더욱 화나게 만든다. 겸손하지 않은 나라의 말로가 어땠는지 중국은 그들의 역사를 곰곰이 되짚어봐야 한다.
조평규, 중국연달그룹 수석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