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커스] 노동신문 1면에서 사라진 김정은

2018-09-05 00:27

강정숙기자. [사진=아주경제 DB]

매일 북한의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하는 통일·외교 분야의 기자들은 대부분 노동신문을 비롯한 북한의 조간 기사를 확인하는 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관영매체인 노동신문을 비롯한 북한 신문은 각종 현안에 대한 북한의 입장을 확인할 수 있는 공식 창구일 뿐 아니라, 북한 사회의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는 창(窓)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 노동신문이 이상하리만큼 조용하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방북 취소와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특사단 평양 방문 등 대형 이슈가 쏟아지고 있지만, 북한은 침묵하고 있다.

특사단 방북을 하루 앞둔 4일에도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동정 기사 대신 오는 9일 북한의 정권수립일인 이른바 9·9절 행사 관련 기사가 1면에 배치된 게 전부다.

김 위원장이 대내외 활동을 자제하고 있을 개연성이 높지만, 열흘이 넘도록 김 위원장의 동정 보도가 없는 건 이례적이다.

복잡해진 한반도 정세만큼, 북한도 지금 복잡해진 머리를 잠시 식히려는 것일까. 2주째 김정은 위원장의 동정보도는 사라졌다.

조선중앙통신·노동신문 등 북한 매체가 김 위원장의 활동을 보도한 것은 지난달 21일, 김영춘 전 인민무력부장의 영결식 참석이 마지막이었다. 이는 최근 두달 가까이 삼복더위에도 10곳이 넘는 현지지도를 강행했던 모습과 대조적이다.

앞서 북한 매체들은 김 위원장이 지난 6월 30일 평안북도 신도군 현지지도를 시작으로, 8월 21일 평안북도 묘향산 의료기구 공장 시찰까지 현지지도 내용을 신문 1면과 여러 면을 할애해 집중적으로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이 기간 동안 7개 지역, 총 30개 단위에 대한 현지지도를 한 것으로 집계됐다.

소나기식 현지지도를 이어가던 김 위원장이 2주째 공개활동을 중단하고 있는 것은 나흘 앞으로 다가온 9·9절 준비, 교착상태에 빠진 북·미대화의 돌파구 마련 등과 연관된 것으로 보인다.

노동신문의 편집 경향도 9·9절이 다가오면서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9·9절을 앞둔 북한 사회의 내부 움직임을 전면 배치하는 등 노동신문도 김 위원장과 함께 고뇌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셈이다.

최근 김 위원장이 노동신문에 등장하지 않은 2주간 주요 기사를 분석해 보면, 1면 머리기사에 등장했던 김 위원장 동정 기사 대신 북한 내부 결속과 경제건설 성과를 독려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물론 한반도 정세와 남북, 북·미 관계에 대한 보도도 없다. 9월 한반도 정세가 요동치고 있는데도, 남북 관계나 북·미 관계 보도가 사실상 자취를 감춘 점도 눈길을 끈다.

김 위원장이 5일 남측 특사단을 만난다면, 그가 9·9절에 내놓을 대외 메시지의 방향과 수준을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노동신문을 통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