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1984'와 '멋진 신세계'가 예견한 사회 SNS에 있을까?

2018-08-27 16:26

*소설 〈1984〉는 첨단기계를 바탕으로 대중을 통제하는 미래사회를 그리고 있다. 또 〈멋진 신세계〉는 계급으로 이뤄진 사회를 인정하고 즐기는 사람들이 나온다. 지금의 모습과 소설 속의 사회를 비교하면 어떨까?

어두운 밤 으슥한 골목길을 걸어갈 때 제일 먼저 CCTV를 확인한다. 자신을 향하는 CCTV의 렌즈를 보고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모든 것이 기록되기 때문이다.

시내버스 안에도 작은 카메라 렌즈가 승객을 지켜본다. 많은 사람은 CCTV의 존재에 무감각해졌다. 또는 자신의 안전이나 사회질서 유지를 끌어내는 긍정적 장치로 받아들인다.

GPS가 내장된 내비게이션과 스마트폰은 경로를 알려줘 운전자를 편리하게 해준다. 똑똑한 스마트 기기들은 방문한 곳을 모두 데이터로 남긴다. 이 데이터로 운전자가 어디를 방문했는지 알 수 있다. 인터넷 브라우저만으로 사용자가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상품에 관심이 있는지 검색 기록과 캐시 등의 형태로 저장된다. 해당 데이터를 바탕으로 사용자의 취향에 맞는 상품을 소개해주는 타깃 광고도 있다.

만약 사적인 이익을 위해 공권력을 남용한다면? 기록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사생활을 추적한다면, 사생활을 넘어 인권침해 소지가 분명히 있다. 하지만 이러한 사실을 알면서도 자신의 안전을 위해 자발적으로 물리적 감시를 받기를 원하는 것이 현대사회의 모습이기도 하다. 행동을 감시하는 물리적 감시를 넘어 정보나 생각을 감시하는 것도 가능할까?

프라이버시 시대는 갔다
 

[사진=픽사베이]

SNS(Social Networking Service)의 등장은 자발적으로 자기 생각과 정보를 인터넷에 공개하도록 만들었다. 개인이 어떤 것을 먹고, 무엇을 봤으며, 감정은 어땠는지, 굳이 감시라고 할 것도 없이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트위터만 검색해도 아이디만 타이핑하면 정제되지 않은 정보들이 쏟아진다.

물리적 감시와 다르게 정보감시는 모두 예민하게 반응한다. 정보감시는 명확한 순기능을 찾기 어렵고 정보를 악용할 경우 커다란 사회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큰 것이 이유다.

3월 페이스북의 5000만명 사용자 정보가 유출됐다는 폭로가 나왔다. 유출된 정보는 미국 대선에도 이용됐다. 전 세계 페이스북 이용자는 분노했고 페이스북의 주가는 폭락했다.

정보를 악용할 방법은 또 있다.

지난 2014년 6월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는 <사회관계망을 통한 대규모 감정 전이 실험적 증거>라는 생소한 이름의 논문이 등록됐다. 페이스북 고어데이터과학팀으로 2012년 1월 11일부터 18일까지 페이스북 이용자 68만 9003명의 반응을 데이터화해 분석한 논문이었다.

과학팀은 페이스북 이용자에게 긍정적인 게시물과 부정적인 게시물을 인위적으로 노출하고 반응을 살펴보는 실험을 했다. 페이스북 이용자 동의는 없었다.

논문이 공개되자 많은 페이스북 이용자는 자신의 사생활이 감시되는 것을 넘어 인위적인 조절도 가능하다는 사실에 불안감에 떨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가 과거에 "프라이버시 시대는 갔다"고 말한 발언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소마'로 유지되는 신세계
 

멋진 신세계 속 소마는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는 약이다.[사진=픽사베이]

웹서비스에서 프라이버시 보장은 사용자의 취향과 욕구를 파악하기 어려워 제대로 된 서비스가 나오지 않는다. 그렇다고 개인정보를 공유하기란 민감한 문제다.

이러한 논쟁이 나올 때마다 예시로 나오는 문학 작품 두 편이 있다. 조지 오웰(George Orwell, 1903~1950)의 소설 '1984'와 올더스 헉슬리(Aldous Huxley, 1894~1963)의 '멋진 신세계'다. 이 둘의 소설은 미래사회가 배경이며 사회 구성원의 삶을 그린 점이 닮았다.

<1984>는 '빅브라더'라는 권력자가 사회를 통제하는 권력의 독점을 경고한 이야기다. 몽환적인 세계관을 가진 <멋진 신세계>는 미래에 대해 다르게 해석했다. <멋진 신세계>는 태어날 때부터 알파, 베타, 델타 등으로 사전에 정해진 계급이 있는 철저한 계급주의 사회다. 이 계급은 견고하게 구조화 돼 있어 현실적으로 무너트리기 힘들다. 그러나 계급갈등이나 고통은 존재하지 않는다.

<멋진 신세계>는 '소마'라는 약물이 있어 생활에서 일어나는 고통을 소마로 무마시키고 쾌락을 즐긴다. 하위계급의 사람들도 자신의 계급에 만족하며 살아간다. 만약 불만이나 우울한 감정을 느낄 때는 '소마'를 이용해 다시 행복을 누린다. <멋진 신세계> 속 사회는 엄숙한 통제가 없어도 각자의 자리에서 맡은 일을 하는 매우 안정된 곳이다. 고민할 필요도 없고 도전과 좌절도 없는 불필요한 감정에서 완전히 해방된 사회다. 하지만, '소마'라는 약물로 도피해 즐거움을 찾는 왜곡적인 세상이다.

실제 헉슬리는 어린 시절 시력을 잃었다. 어머니도 비슷한 시기에 돌아가셨다. 성장한 헉슬리는 그때 받은 충격을 벗어나기 위해 강력한 환각제인 ‘LSD’에 의지해 생활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헉슬리의 결핍을 LSD가 잠시나마 채워준 것이다. 그 경험이 <멋진 신세계>에도 '소마'를 등장시켰다. 현재 SNS로 자신을 표현하기 위해 자의적으로 프라이버시를 개방하고 다수의 관심을 받으며 즐거워하는 시대다. 자신의 프라이버시가 사이버 공간에서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사회는 유쾌할까? 아니면 통제된 사회 <1984>에서 답을 찾을 수 있을까?

빅브라더와 텔레스크린이 기다리는 미래?
 

<애플의 1984년 광고>

<1984>는 국가가 권력 유지를 위해 개개인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어두운 미래가 배경이다. 비록 1949년에 출간한 소설이지만 그 속에 등장하는 첨단기기와 통제 방식은 현대사회와 다를 게 없다.

특히 소설에 등장하는 독재자 '빅브라더'는 지금도 수많은 서적과 언론에서 인용한다. 빅브라더는 '텔레스크린(Telescreen)'으로 지시하고 시민을 감시한다. 텔레스크린이란 양방향 소통이 가능한 기계다.

텔레스크린은 어느 곳에나 연결돼 있으며 화상으로 대화하고 관찰할 수 있다. 오늘날 사용하는 스마트폰과는 다르게 텔레스크린은 철저히 감시와 지배의 용도로 사용된다는 것이다. <1984>의 시민들은 텔레스크린의 감시 때문에 자기 생각과 의견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다. 말뿐 아니라 행동과 얼굴에 나타나는 표정까지 빅브라더가 원하는 이상향을 위해 포장하고 텔레스크린 앞에서 연기한다. 3명 이상의 동료와 이야기하는 것도 금지다.

<1984>의 주인공 원스턴은 우연히 들린 빈민가의 고물상에서 산 일기장에 글을 써 내려가며 짜릿한 전율을 느낀다. <1984>의 세계에서 노트를 비롯한 필기도구는 40여 년 정도 생산이 중단됐으며 모든 기록행위는 구술 기록기에 불러주는 것이 상례였다. 만약 기록하다 발각될 경우 강제노동이나 사형이라는 형벌이 기다렸다. <1984>는 무척 폐쇄적인 세계로 오세아니아, 유라시아, 동아시아 3개의 강대국이 존재한다. 이들 대륙은 느긋하면서 끝나지 않을 전쟁을 이어가 내부결속력을 단합한다.

윈스턴은 영국 사회주의당이 통제하는 오세아니아의 진리부 기록원으로 근무하는 당원이다. 오세아니아의 통제는 텔레스크린뿐만 아니라 헬리콥터와 마이크로폰, 사상경찰의 물리적 감시체제와 부모나 어른들의 대화나 행동을 감시하는 어린이들로 조직된 스파이단까지 활용한다. 실제 스파이단과 비슷한 조직이 중국에 활동한 전례가 있다.

1966년에서 1977년까지 중국에서 좌익노선의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 벌어진 문화 대혁명 당시 학생과 청년층은 홍위병(紅衛兵)을 결성했다. 노장년층의 사상을 검증하고 자신들의 노선과 맞지 않는 사람과 서적에 폭력을 행사하거나 철저히 파괴하는 극단행동을 보였다. 소설 속의 스파이단과 닮은꼴이다.

불신과 신뢰 사이
 

[사진=픽사베이]

‘과거를 지배하는 자가 미래를 지배하고, 현재를 지배하는 자가 과거를 지배한다.’

윈스턴이 근무하는 진리부의 슬로건이다. 진리부에서 하는 일은 과거 조작이다. 정부가 발표했던 과거의 수치를 현재에 맞게 바꾸거나 빅브라더가 연설했던 내용도 당의 입맛대로 변경한다. 과거의 자료를 봤을 때 당과 빅브라더는 항상 올바른 말과 정확한 미래예측만 한다. 진리부 직원들도 시간이 흐르면 조작된 사실을 잊고 진실로 믿어 버린다. 무엇이 조작이고 진실인지 기억력만으로는 구별할 수 없기 때문이다.

CCTV는 '나' 혹은 주변의 선량한 사람들이 피해를 받았을 때 가해자를 찾을 수 있다는 믿음이 있고 인터넷은 더욱 편리한 생활을 누리게 해주고 인터넷기업은 자신의 정보를 완벽하게 지켜준다는 믿음이 있기에 큰 거부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보안기기를 악용해서 사용하거나 신상정보를 의도적으로 거래하는 사태가 발생하면 불신과 의심이 사회 분위기를 지배한다.

사회적 불신은 경제활동에도 상당한 비용을 초래한다. 가령 정부나 기업이 사실을 이야기해도 시민이 그것을 믿지 않으면 사실 입증을 위해 조사를 한다. 이때 시간과 인력, 자금이 투입된다. 불신이 사회 전반에 만연하다면, 사소한 거래 하나에도 공증을 하고 변호사 선임 등의 법적인 절차를 걸쳐서 진행해야 한다. 이는 기업의 경제활동을 억제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또한 프라이버시는 소비자 욕구를 뜻하기도 한다. 기업은 소비자가 원하는 욕구를 찾아서 그에 맞는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한다. 구글이 개발한 애플리케이션 구글 나우(Google Now)는 스마트폰 개인비서다. 구글 나우 같은 경우 사용자의 검색습관과 질문, 위치기반을 이용해서 사용자가 원하는 정보를 제공한다. 가령 자신이 생소한 곳에 도착했다면 집까지 가는 교통편을 알려주고 인근에 버스 정류장이 존재하면, 버스의 도착시각을 제공한다.

<1984>와 <멋진 신세계>는 부정적 현실에 대한 좌절을 바탕으로 미래사회를 그렸지만, 그 내용은 다르다. 물론 이들이 보여준 가상의 미래사회가 우리를 기다릴 가능성은 적다. 사회는 당장 퇴보하는 듯 보여도 모순을 보완하며 발전해 왔다. 사회시스템에 심각한 문제가 생기면 정화작업을 하고 해결책을 제시했다. 사회와 기업이 유지되는 이유도 문제가 생기면 해결책을 찾기 위해 노력하기 때문이다. 프라이버시와 보안의 균형을 잡는 것은 사회에서 중요한 일이다. <1984>도 <멋진 신세계>도 아닌 중간지점을 향해 가는 지혜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