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고학수 개인정보위원장 "구글·메타 상대 소송, 100% 이긴다"

2023-11-30 05:00
지난달 취임 1년 맞아 보호법 전면 개정 등 성과 공유
데이터 중요성 갈수록 높아져…정보 통제권 적극 행사해야
오는 2025년 초 마이데이터 사회 전 분야로 확산 전망
기업, 데이터 보호·관리 등 분야 투자 늘리고 인식 높여야

고학수 개인정보보호위원장이 지난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아주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

"100% 우리가 승소합니다." 

고학수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아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구글·메타 등 빅테크 업체를 상대로 한 소송에서 승소할 것이라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개인정보위는 현재 글로벌 플랫폼 업체 구글·메타와 1000억원대 과징금 부과 행정소송을 진행 중이다. 국내 이용자 수천만 명 개인정보를 무단 수집해 온라인 맞춤형 광고에 활용하는 등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행위로 과징금 부과 결정을 받자 이들 업체는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다.

최근 취임 1년을 맞은 고 위원장은 개인정보 보호법 전면 개정과 마이데이터 확대 기반 마련 등 성과를 냈다. 개정된 보호법에는 인공지능(AI) 등 자동화된 결정에 대한 거부 또는 설명을 요구할 권리와 개인정보 전송 요구권이 추가됐다. 2025년 초에는 사회 전 분야에 마이데이터가 도입돼 개인 맞춤형 공공 서비스가 활성화할 전망이다.

 
고학수 개인정보보호위원장이 지난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아주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

다음은 고 위원장과 일문일답한 내용.

-지난달 취임 1주년을 맞았다. 1년에 대한 소회는.

"지난해 10월 취임한 후 한 달 만에 생성형 AI 챗봇 '챗GPT'가 출시됐다. 디지털 전환의 핵심 축인 AI를 중심으로 세상이 변화무쌍했다. 그걸 직접 체감했던 시기였다.

지난 1년간 가장 큰 성과는 개인정보보호법 전면 개정이었다. AI 등 기술 변화 흐름에 발맞춰 다음 단계를 준비할 수 있는 제도적 계기가 마련됐다고 본다. AI 규범과 관련해 한국이 글로벌에서 나름대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개인적으로는 유엔이 신설한 AI 자문기구 위원으로 참여하게 됐다. 위원 지원자가 전 세계적으로 2000명 정도였는데 그중 39명 안에 든 거다. 개인정보위 수장으로서 더 책임감을 느끼게 됐다."

-지난 9월 개정된 개인정보보호법 주요 내용은.

"기존 법은 온·오프라인 분야가 완벽하게 구분된다는 전제 아래 만들어졌다. 두 분야에 별도 규율 체계를 적용했다. 하지만 온·오프라인 경계는 무 자르듯 정확히 나눌 수 없지 않나. 개정된 법은 두 분야를 통합해 단일 법체계를 적용하도록 했다.

개정법에 따라 정보 주체는 본인 데이터를 자기 주도적으로 선택·활용하고, 기업은 데이터를 더 합리적이고 안전하게 활용할 수 있게 됐다. 개인정보 관련 패러다임에 거대한 변화를 불러올 것으로 기대한다.

더불어 폐쇄회로(CC)TV·자율주행차·배달로봇·드론 등 카메라(센서)가 탑재된 영상정보 처리기기 운영 기준을 새로 마련했다."

-국민이 체감하면서 마이데이터를 이용할 시기는 언제인가. 현재 준비 상황은.

"마이데이터는 정보 주체가 본인이 원하는 곳으로 개인정보를 이동해 원하는 서비스에 활용되도록 하는 제도다. 개정법에 전송요구권이 신설되면서 앞으로 마이데이터가 재무‧건강‧문화‧여가‧교육 등 사회 전 분야에 도입된다.

2025년 초 시행이 목표다. 법상 시행 기한은 같은 해 3월이다. 원활한 마이데이터 추진을 위해 올해 7월부터 개인정보위 소속 조직인 범정부 마이데이터 추진단을 운영 중이다. 제도 시행에 필요한 △기술적 인프라를 구축하고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시범 서비스를 발굴하는 등 두 가지 역할이 핵심이다.

전 분야에 마이데이터가 구현되면 여러 분야 데이터가 융합돼 개인·국가에 대해 의사 결정을 지원하게 된다. 복지‧연금 등 국가적 문제 해결도 더 빠르고 원활하게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 중심 맞춤형 공공 서비스 개발도 활성화하겠다."
 
고학수 개인정보보호위원장이 지난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아주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

-챗GPT를 비롯한 AI 기반 서비스·제품이 증가하면서 개인정보 유출·노출과 남용 우려도 커지고 있다.

"AI를 떠나서 개인정보가 노출될 위험은 항상 있다. 다만 AI 서비스는 대규모 데이터 학습이 필수여서 업체는 인터넷상 널려 있는 개인정보까지 모두 크롤링해 AI 학습에 쓰기도 한다. 그런데 무분별한 크롤링은 문제가 된다. 영상·이미지·소리 등 비정형 데이터가 비식별 처리되지 않은 채 이용되기 때문이다.

AI 학습 데이터 확보, AI 모델 개발, AI 서비스 제공 등 전 단계에서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개인정보 유출‧노출은 물론 데이터 편향‧오류, 정체성 왜곡 등에 따른 인격 훼손이 발생할 수 있다.

개인정보위는 관련 정책 방향을 담은 가이드라인을 내년까지 총 6개 시리즈로 선보인다. AI 개발사 등 업체가 참고할 수 있도록 내용을 구성한다. 기업들도 이를 규제로 여기기보다는 고속도로 위 가드레일(안전장치)로 인식하고 환영하는 분위기다."

-AI 개발 때 개인정보 보호를 강화하려는 기업은 무엇을 참고하면 되나.

"지난 8월 발표한 'AI 시대 안전한 개인정보 활용 정책 방향'은 AI 개발 단계별로 개인정보 처리 원칙을 제시한다. △원칙 기반 규율 추진체계 △민관 협력을 통한 분야별 가이드라인 마련 △국제 공조체계 강화 방안 등도 담겼다.

이번 정책 방향 마련 시 고려한 요소는 크게 세 가지다. 먼저, 정책 당국 역할은 혁신을 저해하는 법적 불확실성을 줄여주는 것으로 봤다.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안전장치는 개별 기술의 리스크 수준에 상응해야 한다는 점, 이용자와 사회가 신뢰하는 AI 기술이 궁극적 목표라는 점 등도 고려했다. 정부와 민간이 협력해 규율 체계를 공동 설계해 나갈 수 있는 청사진을 보여줬다고 평가한다."

-법 개정으로 기업 내 개인정보보호 최고책임자(CPO) 자격 요건이 강화됐는데.

"기업에 부담이 될 수 있으므로 온도 조절이 필요한 건 맞다. 현재는 업체가 CPO를 별도로 지정하지 않으면 회사 대표자가 CPO로 자동 지정되도록 했다. 개인정보 전문 인력이 아니라 역할 수행에 한계가 있었다.

내년 3월부터는 중견 이상 규모를 가진 업체들에 대한 CPO 선임 기준이 높아진다. 개인정보 보호 분야에서 경력 3년 이상을 필수로 보유한 인물을 CPO로 지정해야 한다. 이 경력 기간을 포함해 최소 6년 이상 개인정보 보호·정보보호·정보기술 등 분야에서 근무한 인물이어야 한다.

CPO가 대표자‧이사회에 직접 보고하는 체계도 마련됐다. 그간 현장에서 청취한 CPO 역할·위상의 실질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다. 이러한 내용이 담긴 보호법 시행령 2차 개정안은 내년 1월 2일까지 입법예고 기간을 거쳐 같은 해 3월 15일 최종 시행을 앞두고 있다."

-구글·메타를 상대로 지난해부터 소송을 진행 중이다.

"개인정보위는 작년 9월 이용자 동의 없이 타사 행태정보를 수집한 구글·메타에 과징금 1000억원 부과 결정을 내렸다. 이에 불복한 구글·메타는 지난 2월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는데 현재 1심이 진행 중이다.

앞서 위원회 출범 직후인 2020년 11월에는 소셜미디어 서비스 '페이스북'이 가입자 친구 동의 없이 그들 정보를 제3자 애플리케이션(앱)에 전송한 행위를 제재했다. 해당 행위를 보호법 위반이라고 판단하고 과징금 67억원과 시정명령 등 조치를 내렸다. 페이스북 운영사 메타는 이에 불복해 위원회 처분에 대해 소송을 제기했으나 1심에서 위원회가 승소했다.

개인정보위는 적극적으로 처분 당위성과 관련 근거 등을 법원에 설명·제시하는 등 대응하고 있다. 앞으로도 국민 개인정보를 침해한 보호법 위반 사항에 대해 국내외 사업자 구분 없이 원칙대로 엄중히 조사·처분할 예정이다."

-AI와 개인정보 관련 국내외 이슈에 대응하려면 국제 공조가 필요해 보인다.

"글로벌 차원에서 AI 규범 마련 논의는 아직 초기 단계다. 여전히 많은 부분에서 국제적 논의와 합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한국은 독자적인 AI 산업 생태계를 보유하고 있으면서 글로벌 빅테크 업체의 사업 활동이 활발한 나라다. 기술 선도국과 소비자국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고 본다. 올해 6월 서울에서 개최한 'AI와 데이터 프라이버시 국제 콘퍼런스'에서 우리나라 역할에 대한 국제사회의 기대를 체감했다.

개인정보위가 핵심 역할을 맡겠다. 위원회는 지난달 20일 열린 개인정보 최대 국제회의인 '글로벌 프라이버시 총회(GPA)'에서 2025년 총회 서울 유치를 확정하는 데 기여했다. 최근 열린 'AI 세이프티 서밋' 후속 회의는 내년 영국과 공동 개최하기로 했다."

-지난달 출범한 'AI프라이버시 민관 정책협의회'는 어떤 역할을 하나.

"이 협의회는 산·학계와 법조계, 시민단체 등 분야에서 AI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가진 전문가 위원 32명으로 구성됐다. 데이터 처리기준·리스크 평가·투명성 확보 등 총 3개 분과로 나뉜다. 정부 측 의장은 제가, 민간 측 의장은 배경훈 초거대AI추진협의회 회장 겸 LG AI연구원장이 맡았다.

데이터 분과는 온라인상 비정형 데이터를 가명 처리하는 등 안전한 방식으로 활용하도록 돕는 데 집중하고 있다. 리스크 분과는 AI 사례 분석, 사전 실태 점검 등을 통해 리스크 평가모델·안전조치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투명성 분과는 AI 개발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기 위한 세부 기준을 세우고 있다.

협의회 위원들이 AI 분야에서 활발한 활동을 전개하는 신진 인재 위주로 구성된 만큼 단순히 조언·자문하는 기능을 기업 현장에 적용 가능한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데 직접적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국민과 기업에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나.

"데이터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국민이 과거보다 더 능동적인 태도로 데이터를 대해야 한다. 단순히 온라인상 개인정보 제공 동의 창을 클릭하는 것에 그치지 말고 더 똑똑한 소비자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본인 인증·확인 수준에 머물렀던 개인정보가 사회·경제를 발전시키는 핵심 자원으로 자리 잡고 있다. 데이터 시대에 걸맞게 개인정보 관련 이해와 역량(리터러시)을 높이고, 개인정보 주체로서 주도적으로 자기정보 통제권을 행사하는 데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기업·기관에는 '공짜로 얻는 건 없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AI 개발을 원하면 데이터 관리·보관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관련 비용 투자도 늘려야 한다. 정보 주체에게 동의를 받았으니 데이터를 자유롭게 써도 된다는 과거 인식에서 벗어나 책임 있는 처리자로서 역할을 하길 부탁한다."
 
고학수 개인정보보호위원장이 지난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아주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


고학수 개인정보보호위원장은
서울대 경제학과 학사와 석사 학위를 취득한 뒤 미국으로 건너가 컬럼비아대 법대 로스쿨을 졸업했다. 이후 컬럼비아대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5~2007년 연세대 법대 부교수, 2007년 10월부터 서울대 법대 교수를 맡았다. 2014년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서울대 법과경제연구센터장을 지냈으며 한국법경제학회장도 겸했다. 아시아법경제학회장·한국AI법학회장을 거친 그는 지난해 10월 개인정보위원장(장관급)으로 선임됐다. 지난달 유엔이 만든 AI 자문기구 위원으로 선정돼 관련 활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개인정보위 위상 강화에도 힘쓰고 있다. 고 위원장은 "디지털 대전환과 데이터 경제 심화로 개인정보 정책 외연이 국내외로 확장하고 중요성도 날로 커지고 있다"고 강조하며 위원회 조직 규모·예산 확충에 나설 뜻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