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라이트 잡아라”…발포주 라이벌 나온다

2018-07-31 07:38
오비맥주 연내 출시, 하이트진로에 맞불…양사 국내시장 독점 우려

하이트진로의 발포주 필라이트 후레쉬[사진=하이트진로 제공]


하이트진로의 ‘필라이트’를 필두로 발포주 시장이 꿈틀대고 있다. ‘맥주가 아니다’란 취급을 받던 발포주가 새로운 먹거리를 창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30일 오비맥주는 알코올 도수 4.5도의 발포주를 빠르면 올해 안에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제품명이나 콘셉트는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았지만, 경쟁사 하이트진로가 시장을 선점한 만큼 가격부터 최대한 그에 맞춘다는 전략이다.

하이트진로가 지난해 4월 출시한 필라이트는 ‘12캔에 1만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을 내세워 순식간에 소비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355㎖ 용량 1캔 기준 717원으로 기존 맥주에 비해 40% 이상 저렴한 점이 주효했다. 필라이트가 출시 반년 만에 1억캔이 팔릴 정도로 인기를 얻자 하이트진로는 다시 1년만인 지난 4월 후속작 ‘필라이트 후레시’를 내놓았다.

필라이트 후레쉬 마저 출시 72일 만에 3000만캔 판매를 돌파하면서, 눈치만 보고 있던 오비맥주가 드디어 행동 개시에 나섰다. 오비맥주는 10여년 이상 광주 공장을 통해 ODM(제조자개발생산)으로 일본에 발포주를 수출해왔다. 시점이 문제였을 뿐, 생산 역량이나 노하우에서는 자신 있다는 입장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맥주소비가 저성장 국면에 접어든 상황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았다며 반색을 표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맥주 소비는 출하량 기준 2011년 이후 180만톤 수준으로 정체돼 있다. ‘주세법이 규정한 맥주’에서 ‘다양한 맥주’로 시장이 변화하는 과정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지난해까지 상황을 지켜본 결과 해를 넘겨도 발포주가 순조롭게 팔려나가고, 시장이 형성되는 것 같아 출시를 결정했다”며 “실제로 기존 맥주 브랜드 점유율에 영향을 받을까봐 우려했지만 일반 소비자들은 발포주를 구분하기 보다는 ‘저렴한 맥주’로 인식하고 있어 무리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발포주를 선호하는 소비자가 있다는 것은 확인했지만, 확실히 자리잡을 지는 더 두고 볼 문제다. 최근 폭염이 이어지면서 가성비 좋은 맥주를 찾는 등 상황적인 요인이 작용했을 수 있다”며 “하이트진로가 발포주 시장을 선점한 상황에서, 수입 맥주 브랜드를 다수 보유한 오비맥주까지 뛰어들면 결국 두 개 기업이 맥주시장을 독점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