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과세 보고 산 ‘해외펀드’ 천덕꾸러기 전락

2018-07-09 18:32
올 들어 중남미펀드 11.6% '뚝'
신흥국아시아펀드도 9.3% 손실

비과세 혜택을 보고 샀던 해외펀드가 천덕꾸러기로 전락했다. 펀드 손실이 커지는 바람에 뭉칫돈이 빠져나가고 있다. 

9일 증권정보업체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733개 해외주식형펀드에서 이탈한 자금은 이달 6일까지 3개월 만에 3965억원에 달했다. 반면 국내주식형펀드는 같은 기간 1조4926억원을 끌어들였다.

미·중 무역전쟁 같은 악재가 원인이라 금세 상황이 뒤바뀌기는 어려워 보인다. 해외주식형펀드에는 아직까지 22조2039억원이 투자돼 있다. 하지만 나빠지는 수익률은 자금 이탈을 더 늘릴 것으로 보인다.

해외주식형펀드는 올해 들어서만 평균 4.6%에 달하는 손실을 냈다. 같은 기간 해외혼합형펀드(-3.2%)와 해외채권형펀드(-2.2%)도 부진했지만, 해외주식형펀드보다는 나았다.

해외주식형펀드를 투자처별로 나누어 보면 북미펀드만 올해 들어 수익(3.6%)을 올리고 있다.

중남미펀드 수익률이 -11.6%로 가장 부진했다. 신흥아시아펀드(-9.3%)와 신흥국펀드(-4.3%), 아시아퍼시픽펀드(-3.1%), 중동아프리카펀드(-1.1%)도 나란히 손실을 내고 있다.

해외주식형펀드로 들어온 자금은 최근 1년 사이에만 3조4341억원에 달한다. 2017년 말로 비과세 혜택이 사라지는 점을 활용했던 '절판 마케팅' 덕분이다. 새로 혜택을 누릴 수는 없지만, 기한 내에 계좌를 만들었다면 지금도 추가로 납입할 수 있다.

당분간 신흥국펀드를 중심으로 자금이 많이 빠져나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로 신흥아시아펀드에서 최근 한 달 동안 빠져나간 자금은 1148억원에 달한다.

미국 금리 인상과 미·중 무역분쟁, 신흥국 금융위기설 같은 악재가 꼬리를 물면서 해외주식형펀드에 대한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있다.

전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신흥국 시장에서 7주 연속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다"라며 "반면 선진국 시장은 이달부터 순유입으로 돌아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