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방값 얼마나 합네까"…평양시내 여성들 '10㎝ 힐·화려한 양산'

2018-07-05 15:18
反美구호 거의 사라진 北 평양시내

평양시민의 모습.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서울은 방값이 한달에 얼마나 합네까?"
 
4~5일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열린 남북 통일농구대회 취재차 지난 3일부터 3박4일간 평양을 방문한 남측 취재진에 북측 인사들이 건넨 질문이다.
 
남측 취재진이 탄 차량이 평양의 고층 아파트를 지나치게 되자, 북측 관계자는 "서울의 방값은 한 달에 얼마나 하나" "월 내는 돈(방값)이 달러로 얼마나 되나" 등을 물었다.

이 북측 관계자는 "그런 걸 월 얼마씩 내고 있는 거죠" "그 돈이면 달러로 얼마나 됩네까" "월세는 얼마고 전세는 얼맙네까" "전기·난방 이런 돈까지 합하면 한달에 한 200달라쯤 냅네까"라며 관심을 보였다.

이에 남측 기자들이 창밖으로 보이는 고층 아파트를 가리키며 "저런 살림집(아파트) 한 채는 얼마입니까"라고 묻자 "우리 ○○○선생, 이쪽 취재하고 했으니 여기 사정 다 알 텐데 우린 집을 사고 팔지 않습네다"라고 대답했다.

이에 취재진이 "다 사고 팔고 하는 거 안다. 대략 얼마인가"라고 묻자 즉답을 피했다.
 
북측 관계자들은 또 남측 취재진에게 "(문재인 대통령) 몸살이 나셨다는데 많이 안 좋으신 거냐" "왜 그렇게 되신 거냐" 등의 질문을 하며 관심을 보였다.
 
남측 취재진은 평양 거리 곳곳에서 변화된 모습을 포착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남북관계 개선과 북·미 정상회담 개최 영향으로 반미(反美) 구호가 눈에 띄게 줄었다.
 
지난 3~5일 취재 과정에서 만수대 언덕 주변 이외의 지역에서는 반미 구호를 찾아볼 수 없었다. 대신 '일심단결' '계속혁신, 계속전진' '만리마 속도 창조' '인민생활에서 결정적 전환을' 등 경제총력노선과 경제발전 5개년 전략 관철을 독려하는 구호가 대부분이었다.
 
평양시내 거리에서 빈번하게 눈에 띄던 대형 간판식 선전구호도 과거에 비해 크게 줄었다.
 
평양 방문 경험이 있는 한 정부 당국자는 "북한 선전물의 숫자도 크게 줄었지만, 반미 관련 내용은 거의 사라진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평양에선 정부수립 70주년 기념일인 이른바 9·9절을 앞두고 대규모 집체극 준비에 분주한 모습이다.
 
남측 대표단은 숙소인 고려호텔로 돌아오는 길에 인민대학습당 앞 김일성광장을 가득 메운 사람들을 보았다며, 매일 저녁 일과 이후 많은 수의 주민이 모여 대규모 집체극을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매일 일과 종료 후 인민대학습당 앞 김일성광장에서는 대규모 매스게임 연습이 진행됐다.

3일 저녁에는 중년 여성들이, 4일 저녁에는 청소년들이 광장을 가득 메웠고 평양대극장 앞에도 청소년들로 꽉 찼다.
 
남측 취재진이 '무슨 행사를 준비하냐'는 질문에 북측 관계자는 "9·9절이 있으니 그거 준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남측 기자들 중 아리랑 공연 본 기자들 많지 않디요"라고 되묻기도 했다.
 
평양 시내에는 또 화려한 무늬의 양산을 들고 있거나, 10㎝ 이상의 높은 힐을 신은 여성들도 보였다.
 
취재진은 "서울 백화점에서 파는 양산보다도 화려한 양산이 눈에 띄었다"며 "장식과 디자인이 굉장히 화려했다"고 전했다.
 
취재진이 묵고 있는 고려호텔 지하 1층에 있는 미용실에는 오전부터 북측 여성들이 머리를 하고 있었다.
 
미용실은 예약을 받았고, 머리 길이에 따라, 또 남성과 여성에 따라 비용이 달랐다.
 
기자가 머리를 하고 싶다고 물으니 "흰머리 염색이라면 몰라도, 그런 게 아니라면 염색은 안 하는 게 나을 것 같다"며 "화학성분이 머리에 좋지가 않다"고 말했다.

미용실에는 '머리빨기(샴푸) 2달라' '긴머리 전기파마 45달라' '짧은머리 전기파마 30달라' 등의 가격표도 붙어 있었다.

고려호텔 프레스센터에는 서울로 연결되는 별도의 전화가 설치됐다.

여타 외국에서 걸 때와 마찬가지로 '0082'를 먼저 누르고 국내 번호를 누르는 방식으로 통화가 가능했다. 취재진 중 1명은 서울의 가족과 깨끗한 음질로 통화할 수 있었다.
 
남측 취재진에 대한 취재 제약도 과거보다 많이 줄어든 모습이었지만, '최고존엄'에 관련된 부분에서는 여전히 예민한 모습을 보였다.

북측 관계자들은 남측 기자들끼리 고려호텔 정문 밖으로 나갈 때도 바로 제지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북측 관계자는 남측 취재진의 영상과 사진에 김씨 일가 초상이 삐딱하게 잡혔거나, 초상 한 귀퉁이가 잘렸을 경우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양해를 구하고 남측 기자들이 찍은 영상과 사진을 체크했다.

한 북측 관계자는 확인 도중 김 위원장 모습이 걸린 건물 사진이 잘 찍힌 것을 보고는 환한 표정으로 "아주 반듯하게 잘 모시었다"며 만족해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