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진주 기자의 도심 속 진주 찾기] 결혼은 곧 출산?...신혼부부에 ‘꽂힌’ 정부

2018-06-25 15:31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해 11월 2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주거복지 로드맵'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


“이 정부의 관심사는 온통 청년하고 신혼부부인 것 같아요.”

요즘 전문가들을 만날 때마다 종종 듣는 이야기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최근 정부가 발표하는 정책을 보면 청년과 신혼부부에게 모든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은 물론이고 신혼부부를 위한 임대주택 공급 계획까지 현 정부가 얼마나 이들을 정책의 우선순위에 두고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정부는 지난해 주거복지 로드맵 발표를 통해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을 5년 동안 연 4만가구씩 총 20만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밝혔고, 수서와 위례신도시 등 서울과 가까운 수도권에 2억~3억원대의 아파트가 분양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올 초에는 신청 대상을 결혼 연수 5년에서 7년 이내로 확대하는 등 입주 자격도 점점 넓히고 있습니다.

이처럼 현 정부가 이들에게 힘을 쏟는 이유는 실제 이들의 주거난이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기 때문입니다. 청년들은 결혼하지 않겠다는 이유로 ‘집’에 대한 부담을 최우선으로 꼽고 있고, 신혼부부는 살 집도 없는데 어떻게 아이를 키우냐고 반문합니다.

하지만 관심을 받는 사람이 생기면 관심에서 멀어지는 사람도 생기기 마련입니다. 청년과 신혼부부는 관심 대상이 됐지만, '결혼'으로 인정받지 못한 가정은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여있습니다.

이는 현 정부도 여전히 ‘결혼을 하면 아이를 낳는다’는 단순한 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현 정부가 완전히 사각지대에 있는 가정 문제에서 물러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비혼모 등 한부모 가족 지원 방안’에 대해 논의하면서 지원을 약속했고, 지난달에는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비혼’을 언급해 대통령의 발언으로 꽤 파격적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실제 이들을 위한 주택도 공급되고 있습니다. ‘사회임대주택’ 등 다양한 이름으로 미혼모와 새터민과 같은 다양한 가정을 위한 주택이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올 초에는 정부에서 동거 부부도 정부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적 논의를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가족’의 개념에 대한 큰 변화가 찾아오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도 일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표되는 정책마다 청년과 신혼부부 외 사각지대에 있는 이들을 위한 정책이 뒷 순위라는 점은 아쉬움을 남깁니다. 물론 당장 유럽의 국가들처럼 동거 부부를 인정하면서 실질적인 차별을 해소해주긴 쉽지 않습니다. 손을 봐야 할 제도도 만만치 않고, 사회의 인식 변화도 중요한 과제이기 때문입니다.

신혼부부가 안심하고 아이를 낳을 수 있으면 좋은 환경이지만, 사각지대에 있는 가정까지 안심하고 아이를 낳을 수 있다면 더 좋은 세상일 것입니다. 앞으로 나오는 주택 공급 정책에는 미혼모를 포함해 동거 및 입양 부부 등 다양한 형태의 가정을 인정하고 이들을 위한 보금자리가 마련되는 파격이 나오길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