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정치 불안 다소 완화…채권 시장 하락세 진정돼

2018-05-31 16:50
연정구성 여부 아직 불투명…조기총선 열릴 수도

지난 3월 4일 총선 후 3개월 가까이 무정부 상태가 지속되며 극도의 혼란에 빠진 이탈리아 정국이 잠시 소강 국면으로 접어든 모양새다. 최대 정당인 반체제 오성운동은 30일(현지시간) 극우정당 동맹과의 연정 구성을 재시도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 변화에 맞춰, 새로운 총리 지명자는 내각 구성 작업을 보류했다. 오성운동과 동맹의 포퓰리즘 연정 탄생이 임박한 상황에서 세르조 마타렐라 대통령이 지난 27일 반(反) 유럽연합(EU) 성향이 강한 경제학자 파올로 사보나의 경제장관 임명에 제동을 걸며 큰 혼돈에 빠져들었다. 사진은 지난 4월 5일 로마의 퀴리날레 대통령궁에서 마타렐라 대통령이 2차 정치협상을 마치고 기자회견하는 모습. [사진=AP·연합뉴스]


국채금리 급등과 주가폭락 등 경제 위기로 치닫던 이탈리아가 일단 한숨을 돌리는 모양새이다. 정치권이 다시 연정 구성 논의에 나서기로 하면서 금융시장의 분위기는 진정되는 모습이다.

이탈리아의 세르조 마타렐라 대통령은 30일(이하 현지시간) 최대 정치세력인 오성운동과 동맹당이 새로운 정부를 구성할 수 있도록 좀 더 시간을 주겠다고 발표했다고 로이터 통신 등 외신은 전했다. 

◆대통령과 포퓰리즘 정당의 팽팽한 기싸움 

지난 24일 마타렐라 대통령은 포퓰리즘 정당인 오성운동과 동맹당이 연합해 추천한 법률학자 주세페 콩테에게 정부 구성권을 부여했다. 그러나 대통령은 사흘 뒤인 27일 내각 구성원 중 경제장관 후보자인 파올로 사보나(Paolo Savona)의 임명을 반대하고 나섰다. 유로존 탈퇴를 위한 비밀 계획에 연루돼 있었다는 이유다. 결국 주세페 콩테 총리 후보는 사퇴했다. 

마타렐라 대통령은 이어 국제통화기금(IMF) 고위직 출신의 경제학자 카를로 코타렐리에게 공식 정부 구성권을 부여했다. 선거를 거치지 않은, 전문학자 및 전문관료의 테크노 내각 구성을 들고 나온 것이다. 그러나 오성운동과 동맹당이 의회의 과반을 점한 상황에서 코타렐리 내각이 신임투표를 얻기는 힘들다는 게 중론이었다. 

결국 조기총선 가능성이 크게 높아졌다. 3월부터 무정부 상태에 놓였던 이탈리아의 정치 혼란이 가중되고, 차기 총선에선 반(反)유로 세력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시장은 요동쳤다. 이탈리아마저 EU를 탈퇴할 수 있다는 '이탈렉시트' 우려가 부각된 것이다. 

이에 마타렐라 대통령이 한 발 물러서서 오성운동, 동맹당에 다시금 정부 구성을 하도록 기회를 주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은 이날 "28일과 29일 연속으로 이탈리아 금융시장이 급락하자 이를 진정시키기 위해 대통령이 나섰다"고 전했다. 

정치적 상황이 다소 정리되면서 금융시장도 안도했다. 전날 10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던 유로화는 이날 1.1% 상승했다. 전날 173%나 상승하면서 2.492%까지 올라갔던 이탈리아 2년물 국채 수익률은 30일에는 1.744%까지 하락하면서 2012년 이후 가장 높은 가격 회복을 기록했다. 31일 오전에도 국채 수익률은 1.013%까지 낮아지면서 41.92% 떨어졌다. 이탈리아 밀라노 증시의 FTSE MIB 지수 역시 2.09% 오른 2만1797.82로 마감하며 6일 만에 상승했다. 

◆포퓰리즘 정당 "우리에겐 2개의 길 있다"··· 불확실성은 여전히 남아 

마타렐라 대통령은 포퓰리즘 정당들에 모든 정당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정부 인사 리스트를 구성할 것을 요구했다고 대통령궁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외신은 전했다. 

오성운동과 동맹당 연합이 주세페 콩테 교수를 여전히 총리 후보로 추대할 것인지는 아직 불분명하다고 외신은 전했다. 정치적 경험이 없다는 것과 반(反)유로(EU)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는 것은 많은 이들에게 논란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이다. 

디 마이오 오성운동당 대표는 자신의 개인 변호사였던 콩테 교수를 여전히 총리 후보로 원하고 있다고 외신은 전했다. 다만 논란이 됐던 경제부 장관 후보 사보나는 다른 직위에 앉힐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디 마이오는 만약 협상이 타결에 이르지 못하면 조기총선을 치르겠다고 주장하면서 "우리에게는 두 개의 길이 있다. 콩테 정부를 수립하거나 바로 다시 투표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동맹당 대표인 살비니는 여전히 조기총선을 선호한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정부를 구성하려고 노력했지만 마타렐라 대통령은 만족하지 못했고 우리는 포기했다. 대통령은 이 사태를 풀 방안에 대해 설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