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하이닉스, 낸드 경쟁력 강화로 세계 메모리반도체 점유율 60% 넘어선다

2018-05-30 17:22

우리나라의 세계 메모리 반도체(D램+낸드플래시) 시장 점유율이 불가능할 것이라 여겨졌던 60%를 넘어설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주요 반도체 생산업체들이 최근 D램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낸드플래시 부문의 경쟁력을 대폭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국내 업체들이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할 경우 세계 메모리반도체 시장에서 60%대를 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우리나라의 세계 메모리반도체 시장 점유율(지난해 매출액 기준)은 58%로 미국(28%), 일본(9%), 대만(5%) 등을 제치고 굳건한 1위를 점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60%를 넘은 적은 없다.

◆도시바 메모리 사업부 인수 마무리... 협력 교두보 마련
30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올해 1분기 매출액 기준)가 참여한 ‘한미일 연합’이 이날 일본 도시바 메모리 사업부의 인수 대금의 납입을 완료하고, 협력의 교두보를 마련했다.

SK하이닉스는 D램 시장에서는 28.1%(지난해 4분기 기준)로 삼성전자(45.0%)와 양강 체제를 구축하고 있으나, 낸드플래시 분야에서는 유독 약세를 보여 왔다. 지난해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SK하이닉스는 11.6%의 점유율로 삼성전자(40.4%), 도시바(16.2%), 웨스턴디지털(14.8%) 등에 이어 4위에 머물렀다.

하지만 SK하이닉스가 장기적으로 도시바와 파트너십을 맺을 경우, 반전을 꾀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 2011년 SK하이닉스와 도시바는 차세대 메모리로 손꼽히는 ‘M램’의 공동 개발에 나서기로 계약을 맺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는 의결권 없는 지분을 최대 15% 확보할 수 있는 조건으로 인수에 참여한 만큼 당장 도시바와 협력을 해나가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양사가 과거 협력했던 경험도 있어 장기적으로는 서로 시너지를 낼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는 내부적인 경쟁력 강화에도 힘쓰고 있다. 아직까지 개발 사례가 없는 96단 3D(3차원) 낸드플래시 개발을 올해 완료하고, 내년 양산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5세대인 96단은 64단보다 적층수를 50% 이상 높인 것이다.

생산량도 대폭 늘릴 방침이다. 2조2000억원이 투자된 충북 청주 반도체 공장 건설을 올해 말 완료해 내년부터 3D 48단과 72단 제품을 본격 양산한다. 올해 설비투자액도 지난해 10조3000억원에서 30%가량 늘려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의 연간 매출 중 D램이 차지하는 비중은 80%가 넘는다”며 “나머지 부분이 낸드플래시에 나오고 있어, 이 부분을 강화할 경우 수익구조 또한 탄탄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도 낸드플래시 시장 1위 지키기 위해 대규모 투자 나서
삼성전자도 낸드플래시 1위를 지켜내기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최대 낸드플래시 시장인 중국에서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 3월 시안에 약 7조5000억원를 투자, 2기 반도체 공장 건설을 시작했다. 삼성전자는 시안공장을 통해 3D 낸드플래시 생산량을 현재보다 두 배 이상 늘릴 예정이다.

기술 격차도 넓힌다. 삼성전자는 지난 4월 1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5세대(96단) V낸드는 연내 양산 및 생산량 확대를 목표로 하고, 4세대(64단) 제품 비중 확대에 주력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양사가 이처럼 낸드플래시 경쟁력 강화에 힘쓰는 이유는 성장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업계에는 올해 세계 낸드플래시 시장이 지난해 대비 40%가량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D램 시장의 두 배이다.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클라우드(가상저장공간), 서버용 수요가 전체 시장규모를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세계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경쟁업체들을 따돌리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며 “이 같은 노력이 성과로 드러날 경우 우리나라가 메모리반도체 시장에서 불가능할 것이라 여겨졌던 60%대의 점유율에도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