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가쁘게 도는 북·미회담 시계…판문점·싱가폴 접촉 이어 김영철 訪美까지
2018-05-29 18:13
북·미가 싱가포르와 판문점에서 북·미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투트랙 실무협의'를 하는 가운데 북한의 대표적 정보라인인 김영철 노동당 대남담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29일 베이징 서우두(首都) 공항을 경유해 미국으로 입국한 사실이 29일 확인됐다.
김 부장은 이날 오전 10시(현지시간) 고려항공 JS151편으로 서우두 국제공항 귀빈실을 통해 중국에 입국한 것으로 확인됐다.
공항 귀빈실로 들어가는 지재룡 주중 북한대사의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북한의 대미외교 담당인 최강일 북한 외무성 북아메리카국 국장대행도 공항 일반인 통로를 통해 입국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김 부장은 30일 오후 1시 뉴욕행 중국 국제항공 CA981 항공편을 예약한 것으로 알려져 미국 출국을 위해 경유지인 베이징에 도착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현재 판문점과 싱가포르에서 북·미정상회담 의제와 의전 등이 조율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김 부위원장은 미국으로 건너가 폼페이오 장관과 만나 내달 12일로 예정된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현안을 최종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김 부장이 베이징에서 하룻밤 머물 가능성이 커지면서 중국 측과 접촉을 가질 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앞서 판문점 북측 지역인 통일각에선 지난 27일부터 성 김 주필리핀 미국대사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북미간 사전 협의를 통해 북한의 비핵화와 체제 안전 보장에 대한 논의를 하고 있다.
이들 미국 측 협상팀은 27일 1차 접촉에 이어 28일에는 별도의 회담 없이 각자 숙소에 머므르면서 첫 회담에서 나온 내용을 정리하고, 내부 협의 등을 통해 본격적인 협상 전략을 가다듬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한 숙소를 떠나면서 사실상 '비핵화 방법론'에 대한 북·미 간 이견조율을 위한 본격 협상에 착수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추상적으로 오간 미국의 비핵화 요구와 북한의 체제보장 요구 사이에서 이행 가능하고 구체적인 합의가 도출되느냐가 정상회담을 성패를 가르는 것인 만큼, 이날 논의는 팽팽한 신경전이 오갔던 것으로 보인다.
물리적으로 불가피한 일정 기간의 단계성은 인정하겠지만, 미국 협상단은 일괄적인 핵 폐기를 확인한 뒤에 보상을 하겠다는 원칙을 내세운 것으로 보인다.
미 백악관이 28일(현지시간) '완전하고 영구적인 비핵화'라는 북핵 협상 목표를 제시한 것도 6·12 북·미정상회담 개최에 앞서 북한 김정은 정권에 대한 마지막 압박을 가하는 모양새다.
트럼프 행정부는 비핵화에 상응하는 보상 조치에서 기존 정권 안전보장과 경제적 지원 가능성을 얹어 유연성을 발휘하겠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이르면 29일로 예고됐던 30여 개의 추가 대북제재 발표를 연기한 데에서 명확히 드러나고 있다.
북한도 미국 정부의 대북 제재 리스트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 등 북한 지도부의 명단 삭제를 요구했을 가능성도 크다.
같은 시각 싱가포르에서는 조 헤이긴 부비서실장이 이끄는 미국팀과 '김정은 일가의 집사'로 불리는 김창선 북한 국무위원회 부장이 이끄는 북한팀이 의전·경호·보안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보인다.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 등 북한 대표단 8명이 탑승한 베이징발 항공편은 이날 밤 10시 40분(현지시간)께 싱가포르 창이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이에 앞서 조 헤이긴 미 백악관 부 비서실장이 이끄는 미측 대표단도 미국 정부 전용기 편으로 이날 일본을 거쳐 싱가포르에 도착했다.
이에 따라 북·미정상회담 준비는 본격화 되는 모양새다.
그동안 외교가에서는 북·미정상회담 개최지로 샹그릴라호텔, 마리나베이샌즈 등 수곳의 민간시설과싱가포르 대통령궁인 '이스타나(The Istana)'가 거론되고 있다.
말레이시아어로 궁전을 의미하는 이스타나는 대통령 관저와 총리 집무실로 활용되는 장소로 의전과 경호 사정에 적합하다는 이유로 후보군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