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검사탄핵·법왜곡죄…사법부 길들이기냐, 견제냐

2024-09-25 06:00

 
"사법부가 정쟁의 도구가 된 것 같다. 정치권력이 수사기관과 사법부를 길들이면서 사법체계 자체가 훼손될까 염려된다." 

잇따른 검사 탄핵 청문회에 '법 왜곡죄' 발의 등을 둘러싸고 최근 법조계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말이다. 법조계 곳곳에서 "초유의 사법 무력화 시도"라는 우려와 비판에도 더불어민주당은 검찰 힘 빼기를 강행 중인 분위기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내달 2일 박상용 수원지검 부부장검사에 대한 탄핵 청문회를 열기로 의결했다. 박 검사가 '쌍방울 불법 대북송금' 사건을 수사하면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허위 진술을 회유하고 강제해 직권남용을 저질렀다는 것이 민주당 측 주장이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7월 강백신 수원지검 성남지청 차장검사, 김영철 서울북부지검 차장검사, 박상용 수원지검 부부장검사, 엄희준 부천지청장 등 검사 4명에 대해 탄핵소추안을 각각 발의했다. 탄핵소추안은 곧바로 법사위로 회부됐다. 지난달에는 김 차장검사 탄핵소추 관련 청문회가 열렸다. 

문제는 탄핵소추된 검사들이 '대장동·백현동 특혜 개발 의혹'과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 의혹' 사건 수사 담당자라는 것이다. 반면 법사위원인 이건태·박균택 의원 등은 이재명 당대표의 변호인 출신들이다. '대장동 변호사'들이 되레 이재명 전 대표를 수사한 검사들을 조사하는 '블랙코미디'가 연출되고 있는 셈이다. "이재명 방탄용" "법무법인 더불어민주당이냐" 등 비판이 계속 나오는 이유다.

법사위가 23일 상정해 법안 소위로 회부한 '법 왜곡죄' 내용을 담은 형법 개정안도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법 왜곡죄에 따르면 검사 등이 피의자·피고인을 처벌하거나 처벌받지 않도록 하려고 증거 해석·법률 적용 등을 왜곡하면 10년 이하 징역에 처한다. 

민주당은 "검찰 기소권 남용을 막겠다"는 취지를 내세웠지만 법 개정을 추진하는 시점에서 국회가 입법으로 사법부를 압박·통제하려 한다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 민주당은 이화영 전 평화부지사가 '쌍방울 대북송금'과 관련해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은 직후 법 왜곡죄 신설 추진에 나섰다. 이 전 평화부지사는 이 대표 최측근으로 분류된다.

법 왜곡죄와 검사 탄핵을 놓고 법조계에서는 '사법부 길들이기' 등 우려와 탄식이 나오고 있다. 검사가 실제로 피고인을 상대로 진술을 회유하고 범죄 혐의가 발견됐는데도 고의로 봐주는 등 기소권을 남용했다면 이는 처벌받아야 마땅하다. 하지만 지금 민주당이 탄핵소추한 검사들도, 법 왜곡죄 신설을 추진하는 시점도 모두 이 대표와 연관돼 있어 '이재명 대표 방탄용'이라는 오명을 쓰기 쉽다. 

'삼권 분립'은 민주주의의 가장 큰 틀이다. 그 취지는 국가 권력이 어느 한곳에 집중되는 것을 막는 '견제'에 있다. 입법부가 사법부의 수사에 계속 개입하는 것은 수사를 위축시키고 나아가 삼권 분립까지 위협할 수 있다. 민주당과 국회는 일련의 과정들이 적정한 '견제' 수준이 맞는지 되돌아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