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주의 헤지펀드, 전세계에서 활개… CEO 교체 등 경영 압박 거세
2018-05-23 10:10
-국내 기업 지배구조 취약… 행동주의 펀드 먹잇감
-글로벌 기업들 경영 압박에 골머리
-글로벌 기업들 경영 압박에 골머리
행동주의 헤지펀드인 앨리엇 매지니먼트가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반대하면서 국내에 등장한 이후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다.
2016년 삼성전자에 분사와 주주 배당 확대 등을 요구했고, 최근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분할·합병을 반대하면서 현대차의 지배구조 개편안을 무산시켰다.
행동주의 헤지펀드가 국내 기업을 공격한 것은 과거에도 있었다.
이어 2004년에는 영국 헤르메스펀드가 삼성물산을 공격했고, 2006년에는 미국 칼 아이칸이 KT&G를 상대로 경영권을 위협했다.
전세계적으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행동주의 헤지펀드의 활동이 크게 늘었다.
JP모건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계에서 행동주의 투자자들이 기업을 대상으로 벌인 이런 활동은 총 662건으로 집계돼 6년 만에 2배 가까이 늘었다. 특히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에서 개입한 사례는 106건으로 2011년 10건과 비교해 6년새 10배 이상 급증했다.
이에 글로벌 기업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세계 최대 식품회사인 네슬레는 미국 행동주의 투자자 댄 러브가 이끄는 서드포인트의 표적이 됐다. 서드포인트는 로레알 지분 매각, 자사주 매입을 위한 레버리지 확대, 포트폴리오 재검토, 영업이익률 상향 등을 요구했다.
앨리엇 매니지먼트도 지난해 세계 최대 광산업체인 BHP빌리턴에 석유와 철광석사업을 분사해 회사 가치를 높일 것과 대규모 자사주 매입, 호주 증시로의 상장 단일화 등을 주장했다.
결국 네슬레는 200억 스위스프랑(약 23조83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발표했고, BHP 빌리턴 역시 미국 셰일오일 사업 처분을 결정했다.
이러한 행동주의 펀드들의 공세가 국내에서 더욱 거세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 대기업들의 경우 지배구조가 취약해 빈틈이 많기 때문이다.
아울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상법 개정안 역시 헤지펀드의 활동을 부추길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추진하는 개정안은 △감사위원 분리선출 △집중투표제 의무화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전자투표제 의무화 등으로 대부분 대주주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내용이다.
상황이 이렇자 재계에서는 포이즌필(신주인수선택권)이나 차등의결권 등 경영권 보호 장치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최근 윤상직 자유한국당 의원은 이러한 내용을 골자로 하는 상법 개정안 발의를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