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내 위계에 의한 성범죄 만연…여성채용할당제 필요”

2018-05-02 18:23
국회 윤리특위, 의원 및 보좌진 대상으로 설문조사

23일 오전 광주과학기술원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 현장시찰에서 더불어민주당 유승희 의원이 질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회가 의원과 보좌진 전체를 대상으로 처음으로 자체 조사한 국회 성범죄 실태 결과가 2일 공개됐다. 그 결과 음란전화·스토킹·성희롱·성추행·강간미수 등을 간접 경험한 사람은 수백 명, 직접 경험한 사람은 수십 명으로 나타났다. 특히 피해자가 7급 이하 여성인 경우가 많아 폐쇄적이고 권위적인 상·하급자 문화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유승희 국회 윤리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같은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는 지난달 3일부터 사흘간 진행됐으며 설문지 1818부를 배포해 958부가 회수됐다. (회수율 52.7%) 설문지에 직접 기입하는 방식으로 이뤄져 익명을 전제로 했으며 급수와 성별만 구분했다. 다만 국회사무처 직원과 지역 보좌관은 대상에서 제외됐다.

조사 결과(중복 응답 포함)에 따르면 국회에 들어온 이후 지금까지 목격하거나 들은 적 있는 성폭력 범죄는 성희롱(338명)이 가장 많았으며 가벼운 성추행(291명), 심한 성추행(146명), 스토킹(110명), 음란전화·문자·메일(106명), 강간미수(52명), 강간 및 유사강간(50명) 순이었다.

특히 직접 피해를 본 성범죄 중 가장 많은 사례는 성희롱(66명)이었다. 이어 가벼운 성추행(61명), 음란전화·문자·메일(19명), 심한 성추행(13명), 스토킹(10명)이었다. 강간 및 유사강간(2명), 강간미수(1명) 피해를 직접 경험했다는 응답도 있었다.

또 피해를 입었다고 응답한 사람은 주로 7급 이하 여성, 6급 이상 남성으로 집계됐다. 직접 성희롱 피해를 입었다고 응답한 여성 국회의원도 1명 있었다. 이에 대해 국회 윤리특위는 “국회 내 성폭력 범죄 피해자가 상급자에 의한 위계 위력에 의해 발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성폭력 피해와 관련해 도움을 요청한 경우, 여성의 57.1%는 적절한 도움을 받은 반면 나머지 42.9%는 도움을 받지 못하거나 2차 피해를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내 대응 시스템에 대한 불만도 많았다. 성폭력 범죄 예방과 근절을 위한 국회 노력에 대해 응답자의 73.9%가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지난 3년간 국회 내에서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 예방교육을 받은 적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71.1%가 없다고 답했다.

유 위원장은 “국회 내 성희롱 고충 전담 창구에 대해 다수가 잘 모르고 있다”라면서 “성범죄 신고를 의무화하기 위해 인권센터를 별도로 구성해서 피해자의 익명을 보장하고 2차 피해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보좌진 구성이 상급직에는 남성 중심으로 돼 있는데 여성 채용 할당제를 통해 상급자의 30%를 여성으로 채용하도록 하는 제도 개선 방안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