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기 규제하라" 워싱턴 80만이 외쳤다

2018-03-26 09:43
베트남 반전시위 이후 美 최대규모 청년 시위…총기희생자 "다음은 내 차례?" 팻말

[사진=연합뉴스/ AP]


참을 만큼 참았다. '우리 생명은 우리가 지킨다'고 외치는 집회 참가자들이 워싱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24일(이하 현지시간) 낮부터 미국 워싱턴 펜실베이니아 에비뉴 거리에는 인종, 나이와 상관없이 수십만 명의 집회 참가자들이 몰려들었다. 이날 집회 참가 인원에 대해 NBC 방송은 워싱턴에서만 주최 측 추산으로 80만 명이 참가했다고 전했고, AP 통신은 1960~70년대 베트남 전쟁에 반대하는 시위 후 최대 규모의 청년 시위라고 보도했다. 

이날 집회에는 '다음은 내 차례?' '두 번 다시는 안돼' '총기 협회 퇴출' 등 총기 규제를 원하는 손팻말이 가득했다. 특히 '나는 교사'라는 손팻말을 들고 있던 한 교사는 "나도 총기를 갖고 있지만, 학교로는 결코 가져오지 않을 것이다. 내가 잘못해서 아이들을 다치게라도 하면 죄책감으로 살 수 없을 것"이라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총기 사용 훈련 제안을 반대했다. 

해당 총기 규제 집회는 지난달 14일 플로리다 파크랜드 마저리스톤맨더글라스 고등학교에서 총기 난사가 일어나 17명이 사망한 후부터 시작됐다. 

당시 사고에서 살아남은 학생들이 SNS를 통해 총기 규제의 허술함과 정치인들의 무책임감을 알렸고, 이들은 직접 연설에 나서며 총기 규제에 동참해달라고 호소했다. 이후 워싱턴을 비롯해 뉴욕 시카고 등 미국 주요 도시 800여 곳에서 대규모 집회가 진행되면서 집회자들은 '총기 규제' 목소리를 더욱 높였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이들의 목소리에 힘을 실었다. AP 등 외신에 따르면 프란치스코 교황은 25일 성베드로 광장에서 열린 주일 미사에서 "침묵하지 말고 목소리가 들리게 하라. 청년들을 침묵하게 하려는 유혹은 언제나 있어왔다. 하지만 침묵할지 말지는 청년 당신들에게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연합뉴스/EP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