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열의 디지털 콘서트] 개인 의료 정보의 소유권은 누구에게 있나
2018-03-06 05:00
최근 흥미로운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전자신문과 헬스케어 서비스 기업인 라이프시맨틱스가 공동으로 조사한 개인건강기록(PHR, Personal Health Record) 인식 조사에서 PHR 소유권에 대한 인식이 크게 높아졌다는 내용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2016년 조사에서는 PHR 소유권이 개인에게 있다고 답한 비중은 31.1%에 불과했지만 2017년에는 88%로 두 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국가기관이 개인 동의를 전제로 PHR을 활용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2016년 42.2%에서 2017년도에는 76.3%로 크게 늘어났다. 반면 개인 동의를 전제로 의료기관에서의 PHR 활용을 허용하겠다는 응답은 2016년 조사에서는 36.0%, 2017년 조사에서는 44.7%로 조금 더 늘었다. .
이 조사는 코엑스에서 열리는 소프트웨어 전시회 ‘Software 2016, 2017’에 참관한 관람객 설문조사 결과다. 2016년에는 161명이, 2017년에는 152명이 설문에 응했고 1차 조사는 95% 신뢰 수준에서 표본오차 ±7.7%, 2차 조사는 95% 신뢰 수준에서 표본오차 ±7.92%이다. 이 조사 결과를 일반화시켜 의미 있는 사회적 함의를 도출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라이프시맨틱스는 의료 데이터 기반의 플랫폼 사업자이고 원격의료에 친화적인 기업이다. 조사 결과가 사회적으로 수용되기 위해서는 중립적 기관이나 전문적 연구조사 기관에서 주관해야 한다. 최신 트렌드에 대한 단순한 기호를 알아보기 위해서라면 상관없지만 공식 지면에 게재하기에는 표본 수가 너무 적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위 조사 결과를 액면 그대로 수용하기 힘들다. 그러나 두 가지 측면에서 의미 있는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하나는 PHR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다. PHR의 소유권이 개인에게 있다고 답한 비중이 늘어났다는 사실에는 PHR에 대한 사회적 인식 확산이 전제되어 있다. 이전까지는 개인 의료 정보가 개인의 사적 정보에 불과했지만 이제는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정보로 해석되고 있다. 소유권이라는 법적·제도적 용어가 PHR과 연결되어 사용되는 것이 자연스러워 보인다. 개인에게서 나온 데이터들, 예를 들어 혈압이나 맥박 수 또는 식생활 습관 등은 그저 단순한 데이터에 불과했지만 이제는 소유권을 주장할 만한 가치 있는 정보가 되고 있다.
조사 내용을 요약하면 사람들이 자신의 개인 의료 정보를 자산으로 인식하기 시작했고, 자신의 의료 정보가 활용된다면 그 대상은 의료기관보다 국가기관이 더 적절하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서 우리는 미래 의료 시스템 기본 방향에 대한 중요한 단서 하나를 얻을 수 있다. 지금까지의 원격 의료 시스템을 둘러싼 논쟁과 빅 데이터 기반의 의료 플랫폼 시스템 구축 등 중요한 사회적 논쟁의 경우 그 직접 당사자인 개인에 대한 적극적 고려 없이 진행되었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의사들은 원격의료행위가 데이터 송수신 때 발생할 수 있는 오진 가능성과 개인 정보 유출에 대한 우려 등으로 반대하고 있지만 사실 이런 문제제기는 비본질적이라고 할 수 있다.
빅 데이터 기반의 의료 플랫폼 시스템 구축에 대한 문제 제기 역시 동일한 관점에서 볼 수 있다. 개인 정보 유출에 대한 우려는 분명 존재하지만 정보 유출에 대한 우려는 비단 의료 정보에 국한되지는 않는다. 여러 우려에도 불구하고 개인 금융 정보는 이미 오래전부터 공유되고 있다. 본인이 동의하면 개별 금융기관들은 언제나 개인 정보를 열람할 수 있다. 개인을 위해서나 사회를 위해서는 정보 공유가 더 합리적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개인이 갖고 있는 여러 정보 중에서 특정 부분의 정보가 더 중요하기 때문에 특정 전문가에게만 위임해야 한다는 주장은 별로 설득력이 없다. 정보 공개나 활용 여부를 결정하는 주체는 최종적으로 개인이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