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모퉁이를 돌면...] 국민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 상담사들 "우리도 가족입니다"

2018-02-19 16:56
93%이상 언어폭력에 시달려...국내 감정노동자 보호법 조속히 마련돼야

국민건강보험공단 부산본부 부산고객세터에는 220명의 상담사들이 하루 평균 120통의 민원전화를 받고 있다. 이들이 즐겁게 직장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민원인들의 작은 배려가 중요한 시점이다.[사진=박신혜 기자]


국내 감정노동자 특히, 한 콜센터에서 근무 하는 상담사의 93.5% 이상이 욕설 등 언어 폭력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정부 차원의 인권 보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19일 국민건강보험공단 부산지역본부 부산고객센터에 따르면 고객상담부 자체적으로 상담사의 언어폭력에 대해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 185명 중 상담사의 93.5%가 언어폭력을 경험했고, 65%가 퇴사를 고민한 적도 있다고 조사됐다. 그 중 85%는 월 1-2회 이상 언어폭력을 당하고 있으며, 그 중 주 1-2회 이상의 비율도 26.5%에 달했다. 언어폭력 유형은 욕설과 비속어가 60%로 가장 높았으며, 인격권 모욕, 협박 순으로 나왔다.

특히, 인격권 모욕은 주로 상담사라는 이유로 무시 비율이 90%에 달했다. 언어 폭력 고객의 성별로는 86%가 남성이었으며, 연령대는 40대가 가장 높게 나왔다.

부산 지역은 일자리 창출 일환으로 컨텍트센터를 유치해 약 2만 여명의 상담사가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상담 분야만 다를 뿐 상담 직원이 받는 고충은 거의 유사할 것으로 판단된다.

감정노동자는 업무수행과정에서 자신의 감정을 절제하고 자신이 느끼는 감정과는 다른 특정 감정을 표현하도록 요구되는 감정 노동에 종사하는 근로자를 통칭해 이르는 말이다. 콜센터 상담 직원, 백화점 상담 직원, 승무원, 금융인 등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감정노동자 범주에 속한다.

때로는 콜센터 상담직원의 경우 하루 수십 통의 악성 전화에 시달리다가 우울증에 걸려 삶을 비관하거나 실제로 자살까지 시도하는 사건도 발생한다. 사회 전반에 걸쳐 있는 갑을 관계 속, 감정노동자들의 피해는 날이 갈수록 더 증가되는 추세다.

이에 따라, 국민건강보험공단 부산지역본부 부산고객센터를 찾아, 상담사들의 고충과 애환, 그리고, 보람 등 공존해 있는 이들의 모습을 살펴 보면서, 감정노동자들에 대한 보호 대책을 촉구해 본다.

건보공단 부산지역본부 고객센터에는 220명이 상담사로 근무를 하고 있으며. 그 중 여성 상담사가 89%를 차지하고 있다. 이곳의 상담사들은 하루 평균 120통의 건강보험 관련 민원 전화를 받고 있다. 많게는 150통 이상을 받는 상담사들도 있다고 한다.

부산고객센터 상담사 박지영씨는 "대부분 건강보험 제도에 관한 문의가 많은데, 정상적으로 대화를 하다가, 갑자기 욕설을 하는 경우도 있고, 학교는 어디 나왔느냐는 등 인신 모독을 하거나, 심지어 회사 그만두게 한다는 등 협박까지 하는 민원인들도 더러 있다. 하루 종일 상담하고 나면, 목소리 쉬는 거는 물론이며, 손까지 떨릴 정도로 긴장하면서 업무를 보고 있다"고 전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 직원들이 상담해야 하는 업무 분야는 1천 여 종에 달한다. 그만큼 건보공단 업무 분량이 많고, 수시로 변경되는 규정은 규정대로 교육 등을 통해 업그레이를 해야 하므로 그 고충 또한 매우 크다. 상담 전화 내용을 분류해 보면 70%이상이 보험과 관련된 민원으로 그 중 보험료 납부확인서 등 각종 재증명서 발급 전화가 약 38% 정도로 압도적으로 많으며, 자격문의나 보험료 같은 징수 문의가 각각 20% 정도를 차지한다.

이에 따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도 고객센터 상담사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해 운영하고 있다.

우선, 탄력 근무제를 실시하고 있으며, 상담사 실질인건비 인상과 공공기관 최초 감정치유수당을 신설하기도 했다.

또한 상담편의와 상담풀질을 위해 지역본부에서 실시하던 정기 모니터링을 폐지해 상담사 판단에 따른 능동적 상담을 유도했으며, 운전명헌증 진위여부 확인을 간소화 시켜, 상담편의와 신속성을 도모했다.

특히, 상담사들의 편의를 우해 ARS를 통해 제증명 선택 시 주민번호, 팩스번호 입력 기능 추가로, 구두 확인 후 오발송하는 상담사 업무부담을 줄였다.

아울러, 상담사 인권보호를 위해 관심/특이 고객이 발생할 경우, ARS를 통해 법적조치 경고멘트를 송출하고, 지속 시 자동으로 통화를 종료할 수 있는 단계별 대응 프로세스를 마련했다.

또한 공단 차원에서 상담사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운영자와 상담사들의 전수조사로 의견수렴을 실시, 적극 반영해 장애의견을 개선시키고 있다.

올해는 상담편의를 위해 통합운영솔루션을 구축해, 상담사 모니터에 미니 전광판을 게시하고, 지식관리시스템에 상담네비게이션을 추가해, 고객 정보를 제공하고 분산된 지식을 통합함으로써 방대한 분량의 민원업무을 손쉽게 제공할 수 있도록 해 상담사와 운영자, 민원인간의 정보 마찰을 줄일 예정이다.

그러나 이러한 다양한 지원에도 악성 민원이 발생하는 것에 대해서는, 상담사나 감정노동자들을 바라보는 시각이나 편견을 버리는 것이 가장 우선이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고객상담부 노상래 차장은 "건강보험 제도와 관련한 민원이 대부분으로 간혹 언어폭력, 모욕, 성희롱성 발언을 해도, 상담사들의 경우 고객중심으로 참고 상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고객이 왕이다'라는 국민 의식을 변화시켜 나갈 필요성과 함께, 내 가족, 친구라는 생각으로 좀 더 배려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공단에서도 상담사 처우 개선을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프로그램을 마련해 시행 중이지만,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민원인들의 인식 전환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상담사들이 상담과정에서 보람과 기쁨을 만끽하기도 한다.

이 곳 부산고객센터에서 '건강드림콜'이라는 독거노인 고독사 방지를 위한 홀몸 노인들게 문안전화 서비스를 하고 있다. 이 서비스가 어르신들과 상담사 간에 서로 위안이 된다고 한다.

일명 '사랑실은 문안전화 서비스'라고 한다. 상담사 한 명과 홀몸 어르신들이 주 2회 이상 문안 전화를 하면서, 홀몸 노인들께는 안정된 노후의 삶을 지지하고, 상담사에게는 보람과 자기 정화의 기회가 된다고 한다. 요즘같이 고독사가 빈번한 상황에서 고독사 예방의 대안이기도 하다. 3회 이상 통화실패 시 방문을 요청하고, 위급상황발생시 유관기관과 119구조대 등에 지원을 요청하기도 한다.

고객센터 한 상담사는 "어르신들과 2-3년 동안 안부 전화를 하다 보니까, 어느 순간 가족이 된 듯한 느낌이다. 명절 때마다, 어르신들께 선물도 보내드리고 있지만, 대신, 어르신들도 감사의 선물이나 고맙다는 손편지도 보내주시곤 해, 오히려 우리가 큰 위안을 받는 느낌"이라고 드림콜서비스에 대한 만족감을 전했다.

공단 고객상담부 황호진 부장은 " 국민이나 상담사 모두가 매우 만족하는 해가 될 수 있도록 고객센터를 운영해 나갈 계획"이며, "상담사들이 좀 더 친절하게 국민인 고객을 상담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교육하는 등 상담품격을 높여 나가겠다"고 말했다.

또 "국민 여러분들도 상담사들의 애환을 잘 이해해 주시고, 협력해 주시길 당부"하며, "공단이 추구하는 비전을 달성해 나가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내 감정노동자가 1100만 명을 넘어섰으며, 향후 더 증가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현재 국회에서는 '감정노동자보호법 제정안'이 발의됐지만, 지연되고 있다.

다가오는 지방 선거로 인해 국내 전체가 정치 시즌에 돌입했다. 그러나 감정노동자들에게는 한결 같은 고통의 시즌이 이어지고 있다. 더 이상 미뤄서는 안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