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인 3색 금융지주 회장, 무한 경쟁 돌입

2018-01-23 19:00
하나금융 '핀테크', KB금융 '글로벌', 신한금융 '원 신한'

왼쪽부터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사진=각 사]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연임이 사실상 확정되면서 빅3 금융지주가 전열을 재정비했다. 지난해 계열 은행을 중심으로 호실적을 거둔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의 경쟁은 올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 회장은 오는 3월 열리는 주주총회를 거쳐 차기 하나금융 대표이사 회장에 선임될 예정이다. 두 번의 연임으로 세 번째 회장 임기를 맞게 되는 김 회장은 "무거운 책임감으로 국내 금융산업 발전에 헌신하겠다"는 소회를 밝혔다.

김 회장은 올해 '참여형 플랫폼'으로 거듭나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그는 이달 초 신년사에서 '아마존'을 예로 들며 "금융회사도 휴머니티를 바탕으로 한 참여형 플랫폼으로 거듭나야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김 회장은 핀테크로 대변되는 4차 산업혁명에 관심을 기울이며 지난 1년 반 동안 관련 분야를 공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장직을 오래 맡아 그만 둘 생각도 했지만, 4차 산업혁명에 발맞춰 자신의 역할이 더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렸다는 후문이다.

하나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 또한 김 회장을 그룹의 미래성장 기반 확보, 시너지 창출 및 극대화를 위한 적임자로 평가했다. 윤종남 회추위원장은 "(김 회장이) 향후 3년간 그룹의 최고 경영자로서 하나금융의 위상을 더욱 높여 나가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김 회장보다 몇 달 앞서 연임에 성공한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글로벌 금융그룹으로의 도약'을 새 비전으로 제시했다. 올해를 시작으로 1위 금융그룹의 자리를 굳건히 하고, 나아가 아시아 시장에서 이름값을 하겠다는 각오다.

KB금융은 다른 금융지주와 비교해 해외 시장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KB금융은 CIB(홍콩), 디지털뱅크(캄보디아), 소액대출(미얀마) 등을 통해 현지화 전략을 추진 중이다.

또 과감한 인수합병(M&A)을 통해 계열사를 보강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윤 회장은 지난해 11월 열린 주총에서 "생명보험 쪽이 취약하다는 지적이 있어 보강했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ING생명, 교보생명 등이 M&A 시장에 나올 경우 KB금융에서 큰 관심을 보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올해 글로벌·자본시장에서 가시적 성과를 약속했다. 조 회장은 "리테일과 기업분야의 경쟁력을 더욱 높이는 가운데 글로벌, 디지털, 자산관리, IB 등으로 신한의 영토를 계속 확장하겠다"고 연초 계획을 밝혔다.

특히 지주와 은행, 금융투자, 생명 등 네 개사 겸직의 그룹 투자사업부문(GID)을 이달 안에 출범시켜 '원 신한(One Shinhan)' 전략의 깊이를 더하겠다는 방침을 전달했다.

신한금융은 지난해 KB금융과 1위 금융지주 자리를 놓고 접전을 벌인 결과 9월 말 기준 누적 당기순이익에서 다소 밀렸다. 이에 올해 1등 경쟁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선임 과정에서 연임 문제로 논란이 있었던 만큼 금융지주 수장들의 각오가 남다를 것"이라며 "금융지주마다 특화된 부분이 달라 서로 다른 색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