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욱의 음악이야기] '앗싸'…'특수'로 번역되는 '보편'의 음악
2018-01-24 06:00
월드뮤직 트리오 '앗싸(AASSA)'는 재작년 인디계 거물밴드 '3호선 버터플라이'를 탈퇴한 성기완이 새로 결성한 밴드이다. 지난 시간 3호선 버터플라이의 카리스마 넘치는 음악 세계를 이끌었던 그는 지난 5일 발매한 앗싸의 1집 'Tres BonBon'을 통해 더 독창적인 음악을 들려주며, 오랜 시간 고민하고 관철하려 했던 그만의 음악적 주관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밴드 이름은 우리말의 감탄사(?)를 의도한 것으로, '아프로 아시안 싸운드 액트'(Afro Asian Ssound Act)의 약칭이다. 성기완을 비롯해 국악을 공부한 공연예술가이자 음악감독으로 활동하는 한여름(보컬·키보드), 칼레바스·젬베·고니·발라폰 등의 서아프리카 전통 타악기를 연주하는 부르키나파소 출신의 아미두 디아바테(Amidou Diabate)로 구성된 밴드 구성원 면면을 보면 이들에게 왜 ‘아프로 아시안’이라는 탈국경적 이름이 붙었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앨범에 표시된 투어 멤버, 추가 뮤지션 명단을 보면 예상은 확신이 된다. 사이키델릭 음악 전문 서울전자음악단 출신의 드러머 손경호(드럼·징), 신(scene)에서 잔뼈가 굵은 키보디스트 고경천, 한국 힙합의 대부이자 선봉장으로 불리는 래퍼 MC 메타, 스카밴드 킹스턴 루디스카의 브라스 멤버인 최철욱(트럼본)과 성낙원(색소폰·플루트), 시나위 베이시스트 출신의 전위적인 음악감독 달파란까지. 결과물을 쉽게 예상할 수 없는 각 분야의 스페셜리스트가 한 앨범에 참여했다.
가사 역시 프랑스어와 영어, 한국어와 서아프리카 밤바라어(Bambara·아프리카 말리 밤바라족의 언어), 시아무어(Siamou·아프리카 부르키나파소 시아무족의 언어)가 별다른 통역과 중계 없이 한자리에서 맞물린다. 모든 가사를 알아듣는 일반 청취자가 있을 리 만무하다. 그렇게 의미가 부유하는 난해한 언어기호들의 틈바구니 사이로 한여름의 한국어 구음(口音)과 추임새가 절묘하게 배치돼 어색함 속에 아련한 감상을 더하기도 한다.
이와 같은 혼종의 음악 그리고 다채로운 참여진의 합집은 성기완의 음악적 주관이 반영된 것이다. 그는 현대의 음악을 하이브리드 음악으로 바라보고 규정하며, 동시에 오늘날 대중음악의 상당 부분을 구성하는 원초적 뿌리는 아프리카 음악이라고 생각한다. 곧 앗싸에게 장르나 악기, 가사의 언어와 같은 것들은 각각의 쓰임이 있는 한낱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 게다가 각각의 도구들은 그 배경이 같기 때문에 얼마든지 전통적인 관습 밖의 조합으로 함께 쓰이거나 흩어질 수 있다.
음악은 의식적·무의식적으로 크게 세 가지로 구분된다. 각국의 민속음악과 서양의 고전음악인 클래식 그리고 동시대 대중이 향유하는 대중음악이 그것이다. 허나 기실 그 뿌리나 다름없는 외래의 음악이나 은연중에 스며들었을 과거의 전통을 단지 겉보기가 다르다는 이유로 무시하거나 전혀 다른 음악으로 구별짓는 것은 어쩌면 우리의 크나큰 착각이나 오만일지도 모른다. 특수한 개별을 하나의 뿌리로 이해하는 것과 이를 구분 없이 아우르는 것, 그와 같은 음악의 방법론을 통해 오늘날 각각의 문화적 기호들이 어떻게 관계를 맺고 어디로 향해 가는지를 성기완과 앗싸가 상기시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