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욱의 음악이야기] 한국대중음악상, 축제의 장 만들자
2018-02-14 06:00
‘2018 제15회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이 오는 28일 구로아트밸리에서 열린다. ‘경쟁적인 1등뽑기 조장’과 ‘실질적인 음악인의 소외’, ‘매체 노출이나 기여도에 따른 선정’ 등 각종 폐해가 뒤따르는 여타 연말 가요시상식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지난 2004년 3월 처음 시행된 이래 벌써 15년째이다. 여전히 유명한 이벤트는 아니지만 최소한 주류 음악상과 다른 새로운 가치와 정체성을 가진 음악상으로서, 많은 음악인들이 후보로 이름을 올리기를 바라고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매해 결과에 주목하는 등 그 존재는 분명하게 증명해 왔다.
여전히 선정의 전문성과 평가 기준에 의문이 제기되거나 주류음악에 대한 역차별 논란이 일기도 한다. 허나 앞선 역사에서 증명한 대로 ‘한국대중음악상’은 늘 한국의 ‘대중’음악이 아닌 ‘한국대중음악’에 대한 상이 되어 왔다. 대중음악이라 함은 곧 우리가 클래식이라고 부르는 고전음악의 리바이벌이나 정통 민속음악을 제외한, 국내에서 소비되는 모든 종류의 창작음악이 그 대상이 되는 것이다. 주류든지 비주류든지 시장성은 하나의 참고사항일 뿐 충분조건이 아니다.
예술에 대한 객관적 판단이라는 것이 어려운 만큼 선정위원단 각자의 주관과 미관에 의한 판단을 인정하는 대신, 선정위원단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선정위원 자격의 요건을 강화하거나 선정방식을 수정해 나가고 있다. 특히 올해 한국대중음악상은 최근 선정위원단에 여성 선정위원의 비중이 작고, 그에 따라 여성 수상자의 비율이 낮은 것 아니냐는 외부의 지적을 수용해 여성 선정위원을 추가 확보했으며 이 수는 앞으로 더 늘어날 예정이다. 주장의 인과관계나 현실적으로 여성 선정위원의 인력 수급이 용이하지 않은 것과 별개로, 차별 없는 한국대중음악상의 기치를 지키고 최선의 공정을 기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또 기획자, 엔지니어 등 기존의 평론가, 기자, PD 이외의 직군에서도 전문성을 가진 음악산업 종사자들이 선정위원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
한국대중음악상이 음악인들에게 상금을 주지 않는 것, 선정위원단도 무보수 명예직으로 운영된다는 점은 이 같은 해프닝은 물론이고 여러 언론을 통해 이미 공개된 내용이다. 다른 시상식과 차별하여 더욱 눈에 띄는 비주류 음악인들, 힘겹게 작품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그들에게 상금 등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이야 누군들 없을까. 다만 한국대중음악상의 진정한 의의는 미디어나 다른 시장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돈이나 인기 외에 음악과 음악인에 대한 진정한 가치를 발굴하고 그것을 돋보이게 하는 일로부터 발생한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한국대중음악상 수상이 대단한 명예나 권위는 아닐지라도 수상하거나 후보에 오른 음악인 자신들에게 좋은 음악을 계속 해나갈 의미 있는 용기와 희망이 되기를 기원할 따름이다. 더불어 본상이 직접 줄 수 없는 돈과 명성도 가져다 줄 수 있기를 바란다.
유튜브 억 단위 조회 수를 기록한 아이돌 음악과 음반이 8장 팔린 게 전부인 크로스오버 음악이 동등한 자격으로 수상후보에 오르고, 힙합 래퍼의 공연과 통기타 한 대 둘러멘 포크 가수, 긴 머리 늘어뜨린 헤비메탈 밴드 등이 번갈아 축하 무대를 펼친다. 서로 전혀 다른 음악으로 활동하는 음악인들과 음악계가 서로 축하하고 인정해주며 한편으로 예술적 영감을 주고받는다. 우리 음악 생태계의 종적 다양성이 치열하게 지켜지고 있는 단면을 멀지 않은 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