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덩치 키운 CJ오쇼핑-E&M…이재현의 ‘글로벌 CJ’ 속도

2018-01-19 05:19
커머스+미디어 시너지로 디지털 통합 플랫폼 구축
일각선 “이경후-이선호 3세 경영승계 큰 그림” 시각도

CJ는 CJ오쇼핑과 CJ E&M을 흡수합병한다고 17일 공시, 오는 6월 29일 주주총회를 거쳐 이르면 8월 1일 새로운 합병법인을 출범시킬 계획이다. 사명 변경도 함께 추진, 국내 최초의 ‘융복합 미디어 커머스’ 기업이 탄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진은 이재현 CJ 회장. [그래픽=석유선 기자]


CJ오쇼핑과 CJ E&M(이앤엠)이 전격 합병을 결정하면서 ‘문화기업’ CJ의 글로벌 공략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이와 동시에 경영에 전면 복귀한 이재현 CJ 회장이 향후 경영 승계를 위해 큰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CJ는 CJ오쇼핑과 CJ E&M을 흡수합병한다고 17일 공시, 오는 6월 29일 주주총회를 거쳐 이르면 8월 1일 새로운 합병법인을 출범시킬 계획이다. 사명 변경도 함께 추진, 국내 최초의 ‘융복합 미디어 커머스’ 기업이 탄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CJ E&M은 지난 2010년 CJ오쇼핑에서 인적분할된 이후 2011년 이후 자회사인 온미디어와 CJ인터넷·엠넷미디어·CJ미디어·CJ엔터테인먼트 등을 흡수합병하며 덩치를 키웠다.

그러다 이번에 다시 CJ오쇼핑과 다시 합병을 결정한 것은 ‘콘텐츠’로 승부를 내지 않으면 합종연횡하는 미디어-커머스 시장 어디에서든 장기적으로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절박함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CJ오쇼핑 관계자는 “양사는 각각 커머스(오쇼핑)와 미디어(이앤엠) 분야에서 사실상 업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면서 “이번 합병은 쉽게 말해 가장 잘하는 것을 따로 할게 아니라, 융복합을 통해 시너지를 내서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내린 통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12월 폭스를 인수한 디즈니와 타임워너를 인수한 AT&T, 스필버그 영화사 지분을 인수한 알리바바, 콘텐츠 스트리밍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는 아마존 등이 이들의 롤모델이다.

CJ오쇼핑은 E&M과 합병을 통해 글로벌 시장 대응은 물론 미디어-커머스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해외 신규 시장 개척에 나설 계획이다. 당장은 디지털 통합 플랫폼을 구축해 시너지를 내겠다는 전략이다. 오쇼핑의 상품 기획력과 커머스 역량에 E&M이 보유하고 있는 미디어 솔루션, 디지털 분석, 콘텐츠 기획과 제작 역량을 접목해 고객 기반을 확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오쇼핑은 현재 태국,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에서 현지 미디어 기업과 합작 관게를 맺고 있고 E&M은 베트남, 태국, 터키 등에서 사업 거점을 갖고 있다. CJ오쇼핑 관계자는 “서로가 구축한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콘텐츠 IP를 활용한 커머스를 선보이거나 콘텐츠 합작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미 오쇼핑은 지난해부터 웹드라마와 예능형식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등 미디어 커머스 관련 새로운 콘텐츠를 시도해왔다.

새 합병법인의 올해 매출 목표는 4조4000억원이며, 영업이익은 3500억원이다. 2021년까지 전체 매출을 연평균 15.1% 성장시킬 계획이다.

시장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김민정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오쇼핑은 합병을 통해 저성장 영역을 탈피할 수 있고 E&M은 이익 변동성을 축소시킬 수 있다”면서 “글로벌 미디어 업종이 산업간 합종연횡과 플랫폼과 콘텐츠의 수직계열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환경에서 새로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행보”라고 분석했다.

손윤경 SK증권 연구원도 “오쇼핑은 이미 채널 및 콘텐츠 파워가 강력해진 E&M의 채널과 콘텐츠를 활용해 판매 채널 확대를 할 수 있고, 자체 상품 브랜드력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 구사도 쉬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일각에서는 지난해 말 CJ제일제당의 CJ대한통운의 자회사 편입에 이어 CJ오쇼핑과 CJ E&M의 합병까지 잇딴 CJ의 지배구조 개편을 두고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앞서 CJ제일제당은 지난해 12월 대한통운에 대한 지분을 44.6%까지 늘려 자회사로 편입했다. 이로써 공정위가 촉구하는 지배구조 단순화 방침에 부응해 ‘CJ(이재현)→CJ제일제당→CJ대한통운’ 구조로 간단명료해졌다.

여기다 오쇼핑과 E&M의 흡수합병으로 CJ의 지배구조는 한층 더 단순화됐다. ‘CJ(이재현)→CJ오쇼핑-E&M의 새 합병법인’ 구조가 만들어졌다.

이를 두고 지병을 앓고 있는 이재현 회장이 ‘글로벌 CJ’ 구축에 속도를 내는 동시에 장녀인 이경후 미주지역본부 통합마케팅담당 상무와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에 대한 경영 승계를 용이하게하려는 포석이란 관측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 회장이 경영에 복귀하면서 기업 지배구조 개편이 속도를 내고 있는데, 이는 결국 이재현 회장에서 자녀 세대로 이어질 경영 승계의 큰크림의 일부 아니겠냐”고 말했다.

그러나 CJ 관계자는 “이번 합병은 순수하게 양사의 시너지를 내기 위해 덩치를 키운 것으로, 경영 승계까지 염두에 두고 말하는 것은 너무 섣부른 전망”이라면서 “이재현 회장이 건재하시고, 자제분들 또한 나이나 경력 면에서 아직 경영승계를 논할 시점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